내 인생 최고의 날!

by 마미의 세상

사람들은 '인생 최고의 날'을 어떤 날로 기억하고 있을까? 사랑하는 이와의 애틋한 추억이 담긴 날? 결혼하던 날? 첫 아이를 낳던 날? 내게는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은행에 합격했다는 통지를 받던 날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3학년 연대장 언니가 일본계 은행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나의 목표는 T은행이었다. 고등학교를 들어갈 때도 대학에 갈 형편이 안되었기에 상과 가정과 공예과가 있는 학교를 선택했듯 직장도 외국계 은행에 대한 로망으로 T은행에 입행하고 싶었다.


우울했던 학창 시절, 오로지 한가닥 희망은 하루빨리 취업하여 내 손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 드디어 취업의 문이 열렸다. 각 반에서 두세 명씩 차출된 학생들은 선생님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일본계 은행과 한국은행 중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본계 은행을 선택했다. 나중에 들은 말로 일본계 은행을 선택한 우리에게 몇몇 선생님들이 심한 비난을 하였다고 한다. 일본계였기 때문이다. 그런 비슷한 질타는 그 후로도 가끔은 들었지만 내게 T은행은 그저 직장일 뿐 19살 소녀에게 어떤 민족의식이나 반일 감정 따위도 역사적인 지식도 없었다.


직접 은행에 가서 간단한 필기고사와 면접까지 보고는 기진맥진해서 학교로 돌아왔을 때 반 친구들은 진심으로 박수와 환호로 나를 축하해 주었다. 드디어 내가 취직을 한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말 정도였으니 아마도 거의 처음이었을 것이다.


양갈래로 총총 쌓았던 머리도 풀어헤치고 삐딱 구두도 사서 신고 첫 출근하던 날의 터질 듯했던 기쁨은 40여 년이 지난 오늘도 생생하다. 그리고 퇴근해서는 명동 꽃다방에 앉아 죽쳤고, 어두컴컴한 경양식 집에서 앉아 돈가스를 시켜 먹으며 분위기를 잡는가 하면 58년 개띠라고 외치며 디스코텍에 가서 수없이 하늘을 찔렀던 시간들...

그렇게 한 2 년은 미친 듯 행복했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 있으면 나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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