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는 성격 때문에

by 마미의 세상

남편은 여행 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우리는 캠핑을 갔다. 단칸방 살이를 하던 우리에게 자동차가 있을 리가 없으니 오고 갈 때는 대중교통과 두 다리에 의존했다. 즐겁게 놀았고 집으로 돌아올 때쯤 우리는 둘 다 지칠 대로 지쳤다. 온갖 것 챙겨 넣은 빵빵한 배낭은 남편 몫이었다. 우리는 둘 다 60 킬로그램이 채 안 되는 몸무게가 나갔지만 남편은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는 몸매인데 반하여 나는 상당히 통통했다. 그러니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배낭을 지고 가는 남편을 보려니 그저 미안한 마음만 앞섰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기나긴 길. 나는 몇 번이나 나눠서 들자고 채근했지만 그는 계속 사양했다. 그리고 또다시 말했을 때 얼굴에 번쩍하고 무엇인가 날아왔다. 세상에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 시점에 남편에게 뺨을 맞아야 하나? 나는 그날 억울해서 한없이 울었다. 그뿐이랴 주말에 시댁에 가서는 남편이 이러저러해서 때리더라고 시부모님께 일러바쳤다. 물론 그날 남편은 시부모님께 호되게 혼이 났다.


나는 그제야 착하기만 한 남편에게 욱하는 성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둘이 말다툼을 하다가도 아니다 싶을 때는 얼른 꼬랑지를 내린다. 물론 내가 져주기보다는 남편이 참을 때가 더 많지만. 그렇게 30여 년 동안 서로 조심하며 살다 보니 여태껏 남편의 나에 대한 폭력(?)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내게는 그렇게 잘도 참는 남편이 이상하게 큰 딸 앞에서는 참지를 못한다. 물론 나처럼 빨리 꼬리를 내리지 않고 박박 우겨대는 그녀의 성격도 문제겠지만 남편은 온갖 사랑 듬뿍 주고 키운 딸이 자기의 기대에 못 미쳐서인지 그녀에게 늘 화가 나 있다.


큰 아이를 키울 때 집안에는 늘 회초리가 있었다. 시험 문제 한 개를 틀려와도 때렸고 말을 조금만 안 들어도 때렸다. 그중 최고였던 것은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겠다고 고등학교 때 갑자기 예체능계로 바꾼 그녀가 3 학년 때 미술학원에 가지 않고 땡땡이를 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다. 아빠는 부리나케 홍대 앞 자취방으로 쫓아갔고 그녀는 홍대 언덕길을 두들겨 맞으며 내려와야 했다. 그뿐이랴 집에 도착해서는 아빠에게 맞아 죽을 것 같아 12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려 했으나 너무 무서워 그럴 수가 없었다고 한다.


너무도 무식했던 우리 부부는 그냥 홍대 근처의 입시 전문 학원만 보내면 되는 줄 알았다. 석고상 하나 제대로 그릴 줄 몰랐던 딸은 심한 좌절감을 느꼈고 방황을 했던 것이다. 그해 그녀는 미대생으로서는 꽤 좋은 성적을 냈지만 실기가 따르지 못해 재수를 해야 했다. 또 굳이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겠다고 조치원 분교까지 내려갔으니 예쁘게 보일 수가 없었다. 대학교 4년이라는 시간 또 지금까지 제 자리를 못 찾고 있는 그녀는 우리 집에서 미운 오리 새끼가 되고 말았다. 벌써 30대 중반을 넘어선 그녀는 요즘도 아빠에게 강하게 자기주장을 펼치다가 남편의 화를 부르는 때가 있다. 도대체 그 부녀 사이는 언제나 좋아지려나!


욱하는 성격을 가진 우리 가족들 이제는 서로 부딪치는 일이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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