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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pr 07. 2022

봄꽃 보러 저 멀리 남쪽으로!

구례 산수유마을, 구례 화엄사, 광양 매화마을

3월 중순 무렵부터 연일 남쪽에서 들려오는 봄꽃 소식은 나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다. 물론 아파트 정원에서 한두 그루씩 피는 산수유나 목련을 볼 수는 있었으나, 계곡 따라 한가득 피어있는 노란 산수유의 너울이나 산 전체가 하얀 매화로 채워진 광양 매화마을의 모습은 바로 지금 그곳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거의 다섯 시간 정도 자동차로 달려 도착한 구례 산수유마을은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부드러운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은 계곡에는 널찍한 너럭바위도, 그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도, 산수유의 금빛 물결도 여전했다. 주말이 아닌 평일인 덕분에 다행히 관광객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꽃을 즐길 수 있었다. 원래 노란색을 좋아해서인지, 산수유 터널을 걸을 때 한껏 설레던 마음은 한 바퀴 다 돌았을 때쯤은 마치 술 한잔 마신 듯 어지러움증까지 느껴졌다. 너무 사진을 많이 찍어서였을까?





200년 전부터 산수유를 재배해 왔다는 마을은 100년을 훌쩍 넘긴 고목들이 많다. 마을 전체가 산수유 군락지라 한옥과 돌담길을 배경으로 피어있는 산수유는 더욱 정겹기만 하다.  산수유는 다른 봄꽃과 달리 보름 정도는 꽃이 지속된다고 하니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




다음 목적지는 구례 화엄사. 화엄사는 몇 번 간 적은 있으나 홍매화가 필 때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산한 산사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은 역시 각황전과 원통전 사이의 흑매화가 있는 곳이다. 연한 분홍이 아니라 짙은 색을 띠고 있기에 흑매화라고 한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핀 매화를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은 커다란 매화나무 아래에서 갖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황홀한 그 자태를 눈에 담고 또 사진에 담았다. 



대나무 숲길을 지나 구층암으로 가면 또 다른 들매화를 만날 수 있다. 소박하고 청순한 맛을 가진 들매화가 빛이 나는 것은 푸른 대나무가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구층암 가는 길 입구에는 대나무가 아닌 조릿대가 가득하다


들매화


대들보로 세워진 나무는 모과나무라 한다.


법당 뒤쪽의 넓은 공터에는 동백꽃을 비롯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는 못하지만 광대나물 꽃과 제비 꽃등 작은 야생화들도 한껏  꽃망울을 터트렸다.



큰 법당 옆에서 제대로 햇볕을 받지 못하는 흑매화와 달리 화엄사 입구에 있는 홍매화는 거의 만개하여 화사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해 지는 모습과 함께 매화꽃을 담기 위하여 제일 마지막으로 일정을 잡기는 했으나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매화마을 인근은 온통 매화뿐이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매화꽃으로 단장한 산 아래 풍경으로 나의 눈은 오랜만에 호강하고 말았다.




얼마 전 TV에서 홍썅리여사의 인터뷰를 보았다. 사람도 별로 없는 이곳에 시집 온 홍여사는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인근에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매화를 많이 심으면 사람들이 매화를 보기 위해서라도 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먹고 20 년 넘게  매화나무를 심고 가꾸다 보니 정말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되었다. 그녀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수많은 장독대를 보며 하얗게 핀 매화꽃길을 걸으며 일념으로 평생을 살아온 그녀의 인생에 박수를 보냈다. 한 사람의 꿈이, 집념이 이루어낸 꽃길. 혹시나 매화꽃이 상할까 조심 또 조심 발길을 옮긴다. 이곳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산 중턱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이다. 확 트인 시원한 모습에 만개한 꽃까지. 정말 아름답다. 코로나 때문에 집콕만 하던 내게 오늘은 정말  보석과 같은 날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남편에게도 이 멋진 꽃들을 보여주고 싶어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그런데 세상에. 며칠 후 다시 찾은 매화마을에는 화려했던 그 많은 꽃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필이면 전날 내린 비로 모든 꽃이 떨어지고 만 것이다. 이궁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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