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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pr 10. 2022

벚꽃 일번지 하동으로

하동 쌍계사, 하동포구, 송림공원, 동정호, 매암재 다원

쌍계사 십리 벚꽃 길 

봄을 화사하게 만드는 벚꽃이 만개한 요즘 어디를 가도 벚꽃을 보려는 인파로 붐비고 있다.  서울도 이번 주말이면 절정이라 여의도 윤중로, 잠실 석촌 호수, 남산이나 안양천 등 집에서 가까운 어딘가에 가면 눈부신 벚꽃을 볼 수 있다.

"벚꽃은 일본 국화인데 왜 이렇게 많이 심은 거야?" 

그러게 말이다. 계절별로 다양한 식물들이 있는데 쌍계사 십리 벚꽃이나 경주 대릉원 등이 워낙 아름답기에 따라서 심지 않았을까?


곧 서울에도 벚꽃이 필 것을 알았지만 성급한 마음에 설레며 찾은 곳은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 길이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이차선 도로의 황홀한 벚꽃터널에 갇히고 싶었다. 이맘때쯤이면 화개천 벚꽃터널은 전국에서 몰려든 상춘객으로 상시 정체를 이룬다.  걸어서 가는 것이 더 빠를 정도지만 누구 하나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창밖의 흐드러진 벚꽃에 눈이 팔려 연신 탄성을 지르며 콧노래까지 부르곤 한다.



수령이 얼마나 되었는지 아름드리나무에는 솜뭉치처럼 동글동글하게 벚꽃이 매달려 있다. 산들바람에 살짝 흔들리기라도 하면 그  춤사위는 또 얼마나 곱던지 몇 번이나 꽃 멍을 해야 했다. 전에는 외길이었는데 그사이  새로운 길이 만들어져 벚꽃터널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특히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가다 보면 벚꽃 길이 아닌 곳으로 안내하는 통에 빠르게 쌍계사에 도착하기는 하나 벚꽃은 저 멀리에 있기 일쑤다. 이때쯤이면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왁자지껄한 벚꽃 길로 가게 된다. 



벚꽃 사이로 아파트나 자동차가 보이는 도심과 달리 화개천과 녹차밭이 보여 좋다. 곧 꽃이 떨어질 것을 알기에 모든 일 제쳐두고 꽃잔치에 온 사람들은 들뜬 마음으로 늘어진 벚꽃 아래에서 운치에 젖어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인증숏도 찍어 본다.   만면의 미소를 띠고 있는 그들의 얼굴에는 삶의 고뇌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고 그저 행복해서 어찌할 줄을 모른다.



쌍계사 내부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


하동포구 공원

도시에서 만들어진 공산품과 바다의 해산물이나 지리산 산기슭에서 나는 산나물 등을 사고팔았던 '하동장'은 조선 말기까지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큰 장이었다. 해상의 주요 통로 역할을 했던 하동포구는 노량나루에서 화개면까지 이어지는 팔십 리 섬진강 뱃길로 들어온 배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2002년 나루터 공원으로 조성된 하동포구 공원은 그 옛날 이곳이 포구였음을 상징하는 나룻배와 돛이 있다. 공원은 울창한 소나무 군락이 하늘을 덮고 매화와 산수유까지 핀 산책길은 주위의 벤치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은 고요하다. 시끌벅적했던 십리 벚꽃 길을 걷느라 피곤해진 심신을 잠시나마 한산하고 예쁜 산책길에서 쉬게 한다. 



빨간 아치형 다리는 섬진교
고데마리도 한창


하동 송림공원

또 다른 힐링 장소로 추천할 곳은 송림공원이다. 이곳은 재첩을 채취하던 곳이었는지 백사장에는 커다란 재첩이 설치되어 있다. 십리벚꽃 길을 가다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이어져 시선을 잡던 곳으로 우측 다리를 건너면 광양 매화마을이다.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듬뿍 사랑을 받아 온 소나무가 가득하다. 메타쉐콰이어처럼 하늘 높이 자란 나무도 멋있지만 이리저리 휘어져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소나무 줄기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소나무의 꽃가루는 다식으로, 솔방울은 술로, 송진은 연료로, 아이가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달아 나쁜 기운을 막기도 했고 집의 기둥으로 쓰이는가 하면 마지막에는 땔감으로도 사용되었던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나무다. 또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향긋하고 싱그러운 냄새를 맡다 보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어 건강해지는 기분까지 든다.



방풍과 방사의 목적으로 영조 21년에 조성하여 현재 천연기념물 445호로도 지정된 공원은 섬진강 따라 2 킬로미터나 이어지고 300년 가까운 노송이 700그루가 넘는다 한다.

 


동정호 생태 습지

수변 데크로드와 나무숲길로 구성된 동정호 둘레길은 총 830 미터의 부담 없는 산책길이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잇는 평사리 들판까지 보이는 산책길에 7월 초에는 수국이 핀다고 한다. 아직은 조금 썰렁한 감이 없지 않으나 생태습지인 이곳은 섬진강 수중 생태계와 지리산 육상 생태계를 오가며 먹이사슬의 중요한 고리를 형성하는 두꺼비의 생태를 위하여 만들어진 듯하다.


시원한 바람맞으며 동정호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는 악양루


두꺼비가 사는 개울과 로드킬 당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두꺼비 길도 있다.


동정호 안의 작은 섬에 연결된 하트 출렁다리

      

갈대밭

지난가을 사람들의 이목을 모았던 갈대는 이제 찾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햇볕을 받으면 출렁이는 황금물결은 벚꽃만큼이나 아름답다. 특히 둑 위의 벚꽃과 하모니를 이룬 풍경이 독특하다.  시간을 역행하여 나무 데크를 걸으며 뻘과 갈대의 맛에 빠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종일 하도 벚꽃을 많이 봐서 멀미가 날 지경이었으나 안양천에 핀 벚꽃을 다시 보니 또 반가웠다.  자연히 떨어질 때까지 비나 오지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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