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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pr 11. 2022

일출 명소 남해 금산에서 찾아낸 보물은?

얼레지

사진 찍기를 워낙 좋아하는 마누라를 둔 남편은 이제 어느 곳을 여행하든지 일출 일몰지를 자기가 먼저 찾는다. 이번 여행에서는 일출 사진을 찍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추운 새벽 산 꼭대기에 오를 자신도 열정도 이미 사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날 내린 비로 해가 보일지도 의심스러웠으나 보채는 남편을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금산에 올랐다.


새벽안개로 보리암까지 가는 길은 축축하고 어둡고 섬뜩하기까지 했다. 주차장에서 머뭇거리는데 새벽 기도를 위해서 왔는지 어떤 여자분은 홀로 모자까지 푹 눌러쓰고 우리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옷을 껴입는다고 입었건만 추워서인지 무서워서인지 덜덜 떨려 남편 손을 꽉 움켜잡고 가야 했다.



보리암에 도착했을 즈음 갑자기 환하게 밝아진 동녘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우와~ 비록 구름이 조금 끼어 있기는 해도 오랜만에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몇 명의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위하여 전망대에 몰려들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출. 한 줄기 구름이 끼여있어 더욱 멋스러운 해를 이 멀리 남해 금산에서 보았다.



한참을 셔터를 누르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나를 깨운 것은 한 마리 새다. 그 조용한 산사의 아침을 깨우는 우렁차고도 낭랑하게 울어대는 작은 새. 이렇게 청명한 아침이 또 있을까?



오늘의 목적지는 상사바위다. 너무 높아 땅이 보이지 않아 상사자가 오르는 것을 금지했다는 상사바위에서는

남해 앞바다의 시원한 모습을 볼 수 있겠다.  게다가 보리암으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도 높지도 않아 길을 나섰다. 


보리암에서 바라본 상사바위


전날 내린 비로 겨우내 바짝 말린 가지들에는 투명한 보석들이 매달려 있다. 게다가 그곳에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이 높은 곳에도 봄이 왔다고 제일 먼저 붉게 피어 있는 꽃은 진달래다. 애처롭기 그지없는 모습에 더 이상 찬바람이 불지 않았으면.....


제일 먼저 만난 바위는 화엄봉으로 바위 모양이 한자 화엄의 華를 닮았고 원효대사가 이 바위에서 화엄경을 읽었다고 한다




상사바위에 올라서니 정말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바위산에 의연하게 세워진 보리암은 산사 중에서도 그 멋짐이 최고라 할 수 있다. 그 옛날 어떻게 이런 산 꼭대기 바위 산에 암자를 지을 생각을 했을까? 이런 높은 곳에서는 우리 같은 범인이라도 하루만 앉아 있다 보면 마음이 꽤나 넓어질 것 같다. 세상에 이해 못 하고 용서 못할 것이 무엇일까?





그저 상사바위만 바라보며 쫓아갈 때는 어둡기도 했지만 땅 아래를 제대로 볼 겨를이 없었으나 여유롭게 내려갈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얼레지'다. 처음 하나를 보며 이리저리 사진을 찍다 보니 웬걸 그곳은 완전히 얼레지 밭이었다. 남들이 높은 산에서 찍어온 얼레지를 부러운 눈초리로 보기만 했는데 이렇게 우연찮게 많은 얼레지를 보게 된 것이다. 아직 활짝 피지 않아 한껏 꽃잎이 벌어진 모습을 찾지는 못했지만 이슬을 흠뻑 받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때 정말 오랜만에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보물을 찾았다.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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