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미의 세상 Apr 18. 2022

용궐산 하늘길과 채계산 출렁다리

강천산

고추장의 마을 순창은 그저 남해나 광양 갈 때 스쳐가는 도시였다. 그곳을 일부러 찾은 것은 요즘 핫하다는 용궐산 하늘길 때문이다. 하늘길은 산세가 마치 용이 하늘을 나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는 용궐산의 8부 능선에 잔도(험한 벼랑 같은 곳에 낸 길)를 만들어 섬진강 물줄기 가운데 가장 경치가 빼어나다는 장군목 일대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였다.



서둘러 왔는데 어느새 주차장에 차 대기가 쉽지 않은 것이 유명세를 타기는 탄 거 같다. 하늘길이 열리기 전에는 산세가 험해 등반이 어려웠다더니 까마득한 산 중턱에 있는 하늘길은 들머리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나무테크 길이라기에 편하리라 생각했는데 하늘길을 만나기까지의 길은 완전히 너덜길인 데다 경사가 만만치가 않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거대한 바위의 끝자락을 올려다보니 그 끝이 하늘에 닿아 645 미터라는 용궐산의 높이를 실감하게 된다. 그 8부 능선에 어떻게 다리를 놓았을지 신기하기만 하다. 겨우 도착한 하늘길은 너덜길보다는 훨씬 편해졌지만 수많은 계단이 다시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임실에서 넘어와 남원 곡성으로 흘러가는 섬진강 줄기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구비구비 섬진강 줄기가 보이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탄성 소리가 들려왔다. 아찔한 낭떠러지 위에 올라선 것만 하늘길 아래 산과 강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그저 한 폭의 그림이다. 산을 오르며 힘들었던 기억이 한순간에 날아간다. 바로 이런 섬진강과 산세를 보기 위해 이 힘든 산행을 한 것이다. 이런 장면은 자동차로 드라이브하거나 자전거를 타고서는 절대 볼 수가 없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 앞에 멍 때리고 있을 때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이 얼마나 청량하던지. 높은 산과 강이 있어 운해가 잘 낀다는 하늘길의 환상적인 모습까지 떠올려 본다.




하늘길은 팔각정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정상까지는 무리지만  바로 위 정자까지야' 하는 마음에 시작했으나 하늘길 아래의 너덜길보다 더 험한 길을 10분 정도 올라야 한다. 어떤 곳은 밧줄을 잡고 오르거나 바위 사이의 샛길로 기어올라야 한다. 하늘길에서의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등산에 서툰 사람이라면 그냥 하늘길에서 돌아가는 것이 좋다.


   



힘들게 올라온 길 바로 내려가기가 못내 아쉬웠으나 오를 때 보지 못했던  경치를 여유롭게 볼 수 있어 좋았다.




산을 오를 때 궁금하던 작은 돌들은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며 소원을 빌며 붙인 것이다


섬진강 상류의 수려한 장군목에는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요강처럼 생긴 요강바위가 있다.  요강바위는 사람들의 희망과 염원을 담고 있어 지금도 지역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널브러진 풍경이 독특하다. 

 



채계산 출렁다리

채계산은 수만 권의 책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산세가 마치 비녀를 꽂은 아름다운 여인이 누워서 달을 보며 창을 읊는 모습 같기도 하단다. 채계산에는 장군과 월하미인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동안 도로로 끊겼던 산이 무주탑 현수교 270 미터의 출렁다리를 놓음으로써 사랑이 다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에 사람들은 이 출렁다리를 '사랑을 잇는 다리'라고 한다.




주차장에서 보아 왼쪽 길은 들머리부터 경사가 꽤나 가파르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순창을 가로지르는 섬진강과 주변의 산 그리고 바둑판같은 들녘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하늘길에서 바라보는 섬진강과 달리 풍요로운 순창의 들녘을 볼 수 있다.




다리 오른쪽에는 산과산 사이에 S자를 그리며 형성된 논과 밭이 보인다.


다리 왼쪽에는 섬진강이 S자를 그리고 저 멀리 산아래 동네까지의 평화로운 모습이 보인다.


칼바위 능선과 기암 사이로 어우러진 송림을 보며 내려오는 길에는 하늘하늘 핀 진달래가 우리를 맞아준다. 우리가 산을 즐기는 모습을 작은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아 미소를 자아낸다.





산림청이 뽑은 전국 100대 명산 중 하나인 강천산  

강천산 입구부터 구장군 폭포까지는 산행이라고 하기보다는 계곡을 따라가는 산책길이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아니 유모차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넓은 길로 걷는 내내 길 옆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어 좋다. 이곳의 물줄기는 섬진강과 영산강까지 흐른다고 한다.



가파른 암벽을 타고 두 개의 물줄기가 쏟아 내리고 있는 곳이 병풍바위다. 볼록한 등에 목을 쭉 빼고 있는 모습이 거북이를 닮아 거북바위라고도 한다. 초입에 있는 병풍폭포는 인공폭포 같아 보이기는 하나 흘러내린 폭포수가 이곳을 찾는 이의 마음부터 시원하게 적셔준다. 



장군의 투구를 닮았다 하여 투구봉 또는 장군봉이라 하고 그 뒤편으로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의 머리를 닮은 호두암 또는 범바위가 있다.(좌)


문전걸식 구걸해온 걸인들이 굴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아 동냥을 받아 스님께 시주를 했다는 거라시 바위


아직은 겨울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하늘로 시원하게 솟아 있는 메타세쿼이아 길


명주실 한 타래가 들어갈 정도로 깊은 용소에는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명산 어디에 가든 절이 있는데 강천산 아래에는 강천사가 있다.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는 요즘 절 근처에는 수선화를 비롯하여  머위(?) 현호색 자주괴불주머니 제비꽃 산자고 등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 있다.




대나무숲 산책로


산 위에는 구름다리가 있어 강천산 전체의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다.


아홉 명의 장수가 죽기를 결의하고 나가 승리를 얻었다는 전설이 담긴 구장군 폭포는 두 줄기의 폭포수가 다른 모습으로 떨어지는 데다 그 크기가 엄청나다. 걸어오는 내내 유난히 하얀 모래가 인상적이었는데 알고 보니 방문객들이 맨발 산행이 가능하도록 고운 모래를 깔아놓은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한 번쯤 도전해 보면 어떨까?

 


옛날에 설담과 뇌암이라는 수도승이 도통을 이루었다는 수좌 굴

두 시간 정도 걸었던 강천산은 가을이 더 멋있다고 한다. 다음에는 구름다리에도 올라보고 내키면 583 미터 높이에 있는 왕자봉까지 다녀오고 싶다.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는 것은 오늘 하루 동안 산 3개를 다녀왔다. 정상 산행을 하지 않고 주요 부분만 찍고 다녔다 해도 순창에서  만들어놓은 길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게다. 이로써 그동안 잘 몰랐던 순창이 멋진 모습으로 남겨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채꽃 보러 어디로 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