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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May 24. 2022

깡깡이 마을을 아시나요?

부산 대평동, 부산 가볼 만한 곳

서울 서쪽에 살아서인지 전라도 쪽으로 여행은 수시로 가는데 경주 부산 쪽 여행손으로 꼽을 정도다. 초파일을 맞아 안강 가는 길에 선택한 곳은 부산, 그중에 제일 먼저 선택한 곳은 깡깡이 마을이다.


배 수리를 위해 배가 뭍으로 올려졌다.


깡깡이 마을이 변화한 모습


도개교로 유명한 영도대교 바로 건너편에 있는 버선 모양의 대평동이 바로 '깡깡이 마을'이다. 잔잔한 바다에는 크고 작은 어선과 수백 톤의 선박이 가득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부산은 홍콩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해수욕장과 맞닿은 마천루와 화려한 요트들 그리고 서울만큼이나 복잡했던 시내와 태종대에서 바라본 망망한 바다와 탐스러운 수국이 다였다. 그동안 대평동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부산의 일부였다.


큰 배가 지나갈 때면 다리 한가운데가 번쩍 들어 올려지는 영도대교


일제 강점기 때 이곳에는 목선을 제조하는 다나카 조선소와 그 목선을 수리하는 수리 조선소가 있었다. 배가 고장났을때 뿐만아니라 배를 오랫동안 타기 위해서는 일 년에 한 번은 배를 땅에 올려 배 밑바닥의 녹슨 부분을 걷어내고 페인트칠을 해주어야 한단다. 이때 녹슨 배의 표면을 망치로 내려치며 일하던 분들을 '깡깡이 아지매'라 했고 그 후 대평동은 깡깡이 마을이라 부르게 되었다.



내비게이션에 '깡깡이 마을'이라 치고 꼬불꼬불한 마을을 두세 바퀴 돈 후에야 겨우 '깡깡이 안내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말이라 대부분 문을 닫았으나  마을은 낡은 수리 조선소와 공업사, 선박 부품업체 등으로 가득했다. 깡깡이 소리는 들을 수는 없었으나(현재는 기계로 처리) 주말에도 일하는 몇몇 공장에서 들려오는 기계음 소리만 이따금씩 들려왔다.




바다 너머에는 대평동과 대조적으로 최근 리모델링하여 커다란 갈매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이 꽤나 이색적인 최신식 건물의 자갈치 시장이 있다.



부산에는 억척스러웠던 3대 아지매가 있었으니 깡깡이 아지매, 자갈치 아지매, 재첩국 아지매다. 한국전쟁 때 급하게 피난 내려오느라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했던 우리의 어머니들은  이른 새벽 부산 남항으로 입항하는 어선에 달려가 생선을 받아다가 좌판을 펼쳐야 했고, 따끈하게 재첩국을 끓여서는 골목길을 누비며 팔아야 했다. 특히 큰 선박에 대롱대롱 매달려 종일 망치질을 해야 했던 깡깡이 아지매는 끝없이 반복되는 망치질로 숨쉬기도 어렵고 온종일 듣는 쇳소리로 이명과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가족들의 배를 곯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일을 해야만 했다.


 

"대평동에 가면 못 고치는 배가 없다"며 한때는 수리 조선업과 원양어업이 호황을 누리기도 했으나 조선업이 불황을 맞자  마을은 점차 슬럼화가 되기 시작하다가 2015년 부산시 문화 예술형 도시 재생 프로젝트 사업으로 마을 전체가 관광지로 탈바꿈하였다.


처음에 건물 외벽에  아래 왼쪽의 그림을 그려넣자 다른 건물들도 채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마을의 벽에 다양하게 벽화를 그려넣게 되었다.

대평동 마을회와 공공기관이 협력하여 만들어 낸 깡깡이 마을은 마을 전체가 복합예술 공간이다. 벤치와 구름모양의 가로등뿐만 아니라 벽화도 국내외 유명한 작가를 초빙해서 그렸다. 생생하게 마을 이야기를 들려주는 해설사는 지금은 변해버린 건물에 옛 추억을 돋구어 준다. 예전에 염전이 있던 곳, 약국이 있던 곳....


적극적인 주민들의 참여로 만들어 낸 깡깡이 마을을 살펴본다.


키네틱 프로젝트

바람이 불면 기어가 서로 맞물리며 저절로 움직이도록 만든 작품으로 깡깡이 마을의 시간과 역사를 표현


달과 해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뜨고 진다는'발견'(좌)과 서운한 감정을 느꼈을 이들에게는 자기반성을 원망의 대상이 있던 이들에게는 심적 위한의 기회를 주는 '그때 왜 그랬어요"


거리 박물관

1970년~ 1980년까지의 조선 산업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거리 박물관.



양 다방

한때는 스무 개 가까이 있었다는 다방은 현재 한 개만 남아 있다. 선원들에게 취업을 알선해주고 원양어선을 타고 떠나던 선원들은 마담에게 벌어온 돈을 몽땅 맡겨 은행 역할을 하기도 했던 다방은 선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곳이었다. 계란 동동 띄운 쌍화차를 팔고 있을것만 같다.



쌈지공원

녹지가 거의 없는 깡깡이 마을에 주민들과 예술가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마을 쉼터.


깡깡이 마을 공작소

마을 공작소는 목수 동아리의 작업장이자 제작 키트 조립 체험을 할 수 있는 공작소로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깡깡이 마을 박물관

깡깡이 아지매들의 삶의 이야기와  마을 주민들이 직접 수집한 깡깡이  도구들, 선박 수리를 위해 배가 올려지고 배를 고치기 위한 과정 및 깡깡이 마을 변천사에 대하여 자세하게  전시되어 있다.



고층 아파트 벽에 그려진 주름진 얼굴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 벽화는 독일 출신 그라피티 벽화 작가인 헨드릭 바르 키르히가 그린 것이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라는 작품으로 한때는 이 벽화로 인하여 민원이 들끓기도 했으나  언론 홍보를 통해 여론을 바꾸고 설득을 한 끝에 결국 민원은 사라지고 주민의 수긍을 얻을 수 있었다 한다.



유람선 타고 돌아본 깡깡이 마을

깡깡이 마을 안내센터에서 출발하여 한 바퀴 돌아오는 유람선 코스는 영도대교와 자갈치 시장을 시작으로 알록달록한 마을을 배경으로 빼곡하게 정박 중인 대형 선박과 어선들을 돌아 주로 러시아의 배를 수리하고 있다는 수리 조선소를  볼 수 있다. 대형 크레인과 큰 배 너머 보이는 아파트의 모습들이 영 어설프기는 하나 이것이 바로 부산의 현재와 과거이지 않을까 싶다.  





유람선은 주말 1시, 2시, 3시 정시에 출발하며 해상 투어는 6 천 원, 마을까지 통합 투어를 할 때는 1만 원이며 투어 후에는 깡깡이 마을박물관의 카페에서 차 한 잔을 제공해 준다.




예인선은 선박 체험관으로

기존의 예인선을 활용하여 다양한 예술가들의 상상이 더해진 입체적인 선박 체험 공간이다.  파도에 따라, 밸브를 돌린 정도에 따라 소리와 음량이 달라지는데 이는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내고자 했다고 한다.


깡깡이 체험 및 숨비소리를 내는 자연 오르간
자연 정원에는 방풍나물이 자라고, 배를 수리하는 소리 등 물양장 주위의 소리를 입체적으로 확성하여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설치된 사우드 장치다.


파도 파장  관람객들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모터에 의한 손가락의 상하운동으로  배의 역동성을 표현한 작품


해먹에 누워 편히 쉬며 보이는 천장의 나뭇잎들에는 yes와 no가 바늘 구멍으로 새겨져 있다. 그 어떤 선택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깡깡이 도구 체험 밎 실제로 배의 엔진을 돌리다보면 영도다리가 열리고 태평양까지의 영상이 나와 실제로 배를 운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질퍽했던 우리의 부모들이 살았던 삶의 현장을 돌다 보면 우리가 지금 얼마나 편안하게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현재 우리는 아무리 힘들다고 징징거려도 배가 고픈 사람은 없어 보인다.  어려운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이 꼭 한 번은 다녀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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