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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07. 2022

밀양 얼음골의 신비

위양못, 얼음골 케이블카

남편 출장길에 따라나선 밀양.  KTX 열차를 타고 떠날 때만 해도 이 더운 여름에 완전 내륙지방인 밀양에 가서 무엇을 할까 가 고민이었다. 아는 곳이라고는 사진 출사지로 많이 찾던 위양못뿐이다. 그런데 신기한 얼음골의 방문으로 더위도 잊은 채 하루를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다.


이팝나무 대신 예쁜 뭉게구름이 한가득 내려앉은 위양못

매년 5월이면 위양못의 완재정과 제방에 하얗게 핀 이팝나무가 절경을 이룬다. 이 한여름 위양못에는 이팝나무 대신 하얀 뭉게구름과 맑고 푸른 하늘이 살포시 저수지에 내려앉았다. 오랫동안 제방을 지켜온 나무들은 한껏 가지를 펼쳐 저마다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는데 어떤 나무는 금방이라도 연못에 빠져들 것만 같다.



하트나무는 인생샷 찍는 포토스팟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오후지만 휴가철이어서인지 이곳을 찾은 사람이 나만이 아니다. 터널을 이룬 둘레길

은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어 시원하게 걸을 수 있었다. 물에 비친 하늘이 너무 예뻐 물 멍하고 있을 때 숲과 저수지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트 나무 외에도 이곳저곳 멋진 포토스폿이 있나 보다.



5월에 피는 꽃이 이팝나무라면 8월에는 배롱나무다. 울창한 고목들 사이에 유난히 붉게 보이는 배롱나무 덕분에 저수지 한가운데의 완재정이 더욱 멋스럽게 보인다. 완재정은 안동권 씨 권삼변을 추모하기 위해 후손들이 세운 정자라 한다.



고목들 하나하나에 오랜 세월이 묻어 있다. 



신라시대 농부들이 농사를 수월하게 짓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저수지의 이름은 '위양'으로 백성을 위한다는 뜻이다.  위양못 근처의 논에는 다른 곳보다 모를 빨리 심었는지 뜨거운 햇볕 듬뿍 받아서인지 벼는 어느새 무릎 가까이까지 자랐다. 



무더운 여름 보내기 딱 좋은 얼음골

재약산 북쪽 중턱의 얼음골 계곡에는 삼복더위에는 얼음이 얼고, 처서가 지날 무렵부터는 도리어 얼음이 녹는가 하면 겨울철에는 더운 김까지 올라온다고 한다. 국난이 있을 때마다 땀을 흘린다는 표충비와  돌을 두드리면 종소리가 난다는 만어사 입구의 경석과 더불어  밀양의 3대 신비로 꼽고 있다.


가지산을 중심으로 1,000여 미터 이상의 산이 7개나 모여있는 영남 알프스를 쉽게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얼음골 케이블카다. 국내 최장거리(1.8 킬로미터)의 왕복식 케이블카는 10 분만에 해발 900여 미터까지 올려다 주었다.


푸른 숲 사이로 보이는 하얗게 보이는 모습이 마치 백호가 산을 뛰어오르는 듯하다. 바로 그 아래가 얼음골이다.


케이블카가 산 꼭대기에 닿자 주변의 산이 한눈에 들어오며 삼복더위도 잊게 하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그 높이를 실감 나게 했다. 힘들게 산을 오르지 않고 맛볼 수 있는 이 쾌적함은 에어컨 바람으로는 절대 느낄 수가 없다. 


제악산 백운산 가지산 운문산 신불산 등 영남 알프스라 부르는 산봉우리가 구비구비 이어져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또한 하늘정원에서 2 킬로미터 정도 이동하면 천황산 정상이라고 하니 이 더위에 지치지 않고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밀양 시내


하늘 정원 가는 길


1,000 미터가 넘는 산들이 바로 발아래에 있다. 


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는 곳 중 하나가 계곡이다. 케이블카 승강장 오른쪽에 있는 시례 호박소 해발 885 미터의 백운산 자락에 있다. 커다란 화강암 덩어리가 오랜 세월 동안 물에 씻기다 보니 큰 웅덩이를 만들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절구처럼 생겼다 하여 호박소라 한다.


계곡 입구에 있는 백연사



물 좋고 공기 좋고 시원하기까지 한 호박소 계곡을 찾아온 피서객들은 북적이는 해수욕장에서와 달리 한가롭게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천 평 반석은 호박소에서 다리 건너 오른쪽 숲길로 가야 한다. 하늘을 뒤덮은 나무들 덕분에 8월 한낮의 더위도 잊은 채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1 킬로미터 정도 가다 보면 또 하나의 비경을 만나게 된다. 호박소 계곡과 달리 한적한데 계곡 전체를 덮고 있는 너럭바위가 무지무지하게 넓다.  






호박소 계곡에서 조금 내려온 재약산 북쪽 중간 해발 600여 미터 지점이 얼음골 계곡이다. 매표소를 지나며 후끈한 공기를 삽시간에 바꿔주는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든다. 계곡에 널려있는 돌무더기들은 수만 년 전 빙하기 때 북측의 산에 있던 암석들이 얼고 녹는 과정을 반복하며 조각이 난 것이라는데 희한하게 그 돌 틈에서 냉기가 나오고 있다. 더위가 심할수록 바위 틈새에 얼음이 더 많이 언다고 하니 신기하기만 하다. 




지금은 얼음까지야 볼 수는 없었지만 대용량 에어컨을 가동하기라도 한 것처럼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계곡 입구에 마련된 체험장의 고함 소리로 보아 계곡물이 어지간히 찬가 보다. 아쉬웠던 것은 계곡물까지 흘러 물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황량한 돌무더기뿐이라는 것이다.




진주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라는 영남루의 야경은 그저 엄지 척이다. 널찍한 산책로에 분수까지 가동하고 있어 저녁 산책 즐기기에 딱이다. 절벽 위에 자리한 영남루의 고고한 모습과 화려한 조명이 낙동강에 고스란히 비치고 있는 것이 마치 축제장 같다.

 



반나절의 밀양 나들이는 너무나 아쉬웠다. 밀양역부터 영남루와 밀양읍성까지 이어지는 밀양아리랑길도 걸어보고, 만어사와 월연정까지 다녀오고 싶었으나 태풍 '송다'가 다가오고 있다는 말에 이팝나무가 하얗게 핀 내년 5월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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