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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08. 2022

등대섬에서 봐야 더 아름다운 소매물도

소매물도로의 바닷길은 늘 여의치가 않다. 2년 전 소매물도에 가겠다고 서울부터 달려갔건만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았는데 결항이 되는 통에 하는 수 없이 매물도로 가야 했다. 물론 덕분에 무지무지 좋았던 해품길의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지만 늘 매물도 전망대에서 보았던 멋진 등대섬이  아른거리는 통에 이 여름, 밀양까지의 남편 출장길에 또 따라나섰다.


쿠크다스 섬이라 부르는 등대 섬

거제도 저구항은 섬의 남쪽 끝에 있어 섬을 세로로 가로지르며 줄곧 내려가야 한다. 철이 조금 지나긴 했지만 거제도 곳곳에는 보랏빛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있다. 특히 저구항에는 수국 동산까지 마련되어 있다.



이번에는 또 태풍 '송다'가 앞을 가로막았다. 거제도 저두항에서 출항은 가능하나 나오는 배가 없을지도 모른단. 우리는 대책 없이 표를 끊었다. 금방이라도 큰 비가 내릴 것처럼 잔뜩 찌푸린 하늘을 애써 외면하고 배에 타자마자 갈매기와 새우깡 놀이를 한다거나 주변의 경치 따위를 볼 엄두는 내지도 못한 체  태풍 때문에 혹시나 멀미를 할까 싶어 일찌감치 약까지 챙겨 먹고는 선실 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다.



잠이 살짝 들었을까?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어느새 매물도 당금 선착장이다. 걷는 내내 너른 바다 보며 동백꽃 길을 걷던 바다 둘레길(해품길)이 눈에 선하다.  


곧 도착한 소매물도 항구에는 의외로 펜션과 식당들이 많았다. 그러나 접안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툭하면 배가 결항되곤 하는데 이것은 바람이나 비가 아닌 안개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태풍 송다에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까?




전망대까지 그 가파른 길을 어떻게 올랐는지 모른다. 옆으로 둘러가는 길이 있음에도 지름길을 택했다. 턱까지 차오르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도 내내 기억 속에 아름답게 새겨진 등대섬을 볼 기대감으로 쉬지 않고 내쳐 걸었다. 하긴 마지막 배가 뜨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경고(?) 때문에 빨리 다녀와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보는 방향에 따라 5개 혹은 6개로 보인다는 오륙도는 부산이 아닌 소매물도에도 있는데 가익도라 한다. 섬이 하얗게 보이는 것은 가마우지의 배설물 때문이라고 한다. 안양천에도 종종 녀석들이 한껏 양 날개를 펼치고 깃털을 말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아마 그들은 민물가마우지였나  보다.



소매물도 분교가 있던 자리를 지나  산책로에서 100여 미터 정도 오르면 80년대까지 남해안 일대의 해상 밀수를 감시하였다는 관세역사관이 있다.


동백나무 터널에서 등대섬까지는 아직 800여 미터 가량 더 가야 한다. 오르막길도 많은 데다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트레킹이라고 하기보다는 등산에 가깝다.




드디어 쿠크다스 광고를 촬영한 후 쿠크다스 섬이라 불리며 통영 8경 중 5경에 속한다는 등대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푸른 녹음 속에 빨간 지붕이 포인트가 되고 왼쪽으로 기암절벽들이 서있어   멋진 산수화가 완성되었다.



탐방객들의 무분별한 출입으로 훼손되었던 소매물도 가기 바로 전의 언덕은 지금은 복원이 되어 초지가 되었다. 섬을 횡단하며 숲 속 길을 걸어오면서 뜨거운 햇볕도 바람도 느끼지 못하고, 바다 풍경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곳에 와서야 제대로 거센 바람과 강한 햇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선착장에서 보았던 먹구름은 어느 정도 걷히고 있었다.



첫 배를 타고 온 사람 중 우리가 1등이다. 다들 어디로 갔는지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아차! 그저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에 지나친 것이 있다. 바로  물때 시간이다. 오후 2시라는 것을 알고 왔음에도 그저 직진 직진만 하고 온 것이다. 바로 코 앞에 있는  등대섬에 가려면 썰물이 되어 열목개 자갈길이 열려야만 건널 수가 있는 것을...




다시 돌아가 다른 곳을 돌아보기에는 급히 오느라 이미 다리에 힘이 다 빠져버렸다. 우리 다음으로 도착한 어떤 남자는 멀리 서라도 등대섬을 봤으니 되었다며 두시 배를 타고 돌아가겠단다. 우리는 그때까지도 막배가 결항될 것이라는 문자가 오지 않기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렇게도 보고 싶어 하던 등대섬을 귀퉁이만 바라보며 세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하였다.



갈매기와 함께 물 멍


심심하니 카메라 놀이에도 빠져보고.


열목개의 바닥이 모래였다면 바지를 걷어 올려서라도 절벅절벅  건너갔겠지만 바닷물이 빠지지 않은 둥글둥글한 자갈밭은 엄청나게 미끄러웠다. 용감한 가족이 처음 뛰우뚱뛰우뚱 건너가자 슬며시 용기를 낸 다음 관광객이 건너가고 마침내 우리도 물이 다 빠지기 전에 신발을 벗고 도전했다. 바닷물은 발목에도 차지 않았지만 문제는 미끄러운 돌길을 맨발로 건너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조심조심 건넜지만 발 여기저기가 벌겋게 흠집이 나 버렸다.


물이  조금 빠진 후에는 몽돌해변까지 들어가 또 다른 사진 놀이도 해보고




드디어 등대섬에 도착했다. 나지막한 언덕배기의 푸른 초원이 꽤나 싱그럽다. 비록 300여 미터나 되는 길을 오르는 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어야 했지만 기분만은 상쾌했다. 등대를 보고서야 등대 스탬프 생각이 났다. 소청도에서 시작한 등대투어 중 이곳도 대상인 것을. 스탬프를 찍기 위해 방문했던 팔미도에서도 수첩을 가져가지 않았는데 또 잊고 온 것이다. 이제는 스탬프 완주는 포기해야 할 듯하다.



등대와 등대 아래의 주상절리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렇게 가보고 싶던 등대섬의 등대에 올라보니 마주 보이는 소매물도가 등대섬에 못지않다. 멀리 보아야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났다.


등탑 아래의 주상절리


세 시간이나 이곳 돌 틈에서 물 멍하는 시간을 가졌다.


면적이 0.51 평방미터, 해안선 길이도 3.8 킬로미터에 불과하다는 소매물도는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속해 있으나 거제도가 더 가깝다. 해식애가 발달한 소매물도가 이렇게 멋지게 생겼다는 것은 등대섬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등대섬에서 바라본 소매물도와 매물도

허기와 뱃시간 때문에 아쉬운 발길을 돌리려 할 때 환호성이 들려 돌아보니 눈먼 낙지가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몽돌 앞에 물 멍하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잡힌 것인지...



이번에는 천천히 소매물도의 둘레길로 향했다.  중간에 '독사 출현지역'이라는 팻말을 보고는 출입금지를 저렇게 표현한 것 아니냐며 웃으며 지났지만 그 후로 독사인지는 모르겠으나  손가락 굵기만 한 뱀을 두 마리나 보았다.  지름길보다 사람들의 통행이 적기에 우리 눈에 띈 것 같다.


소매물도의 탐방로는 매물도의 해품길처럼 내내 바다가 보이지는 않는다. 시원한 바다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는 선착장과 전망대와 열목개 그리고 울창한 숲 사이로 틈틈이 보이는 바다가 다다.



매물도


남매 바위와 산 아래 주상절리



추천받은 토박이 식당에서의 톳밥과 물회는 정말 꿀맛이었다. 산행을 마치고 술 한잔 하러 온 사람들이 들어오자 술은 팔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씀하셨다. 술주정하며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싫어서였을까? 선착장에 내려오니 그들은 멍게 해삼과 함께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자연산이어서인지 회가 신선하고 톳밥은 독특했다.


식당 외부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차 한잔 할 수 있는 바당 다방이 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아주 쾌청한 날씨에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원 없이 보고 돌아왔다. 드디어 소원 성취했다.

오기 힘든 섬 여행은 묶어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매물도에 숙박을 정하고 소매물도에 하루 다녀가는 코스로 1박 2일로 오는 것을 추천다.


https://brunch.co.kr/@syn70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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