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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n 26. 2023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딸

2024년 4월 7일! 작은 딸 결혼식 날짜가 잡혔다. 아직 1년 뒤의 일이지만 벌써부터 가슴에 큰 구멍 하나 뚫리더니 연신 찬바람이 불어온다. 


싫다는 친정 엄마 억지로 모셔다 큰 딸을 맞긴지 10 년이 다 될 무렵 아들 하나 더 낳겠다고 아들 낳는 한약까지 먹고 낳은 딸이다. 백일이 될 때까지 서운한 마음에 제대로 돌보지도 않았고  힘든 친정엄마를 위해 애당초 이웃집에 육아를 맡기고는 그저 직장 생활에 전력을 다하느라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도 못했다. 애지중지 물고 빨던 큰 딸과는 너무나 차이가 컸다.


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나는 또다시 빵집을 차렸고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더 집안일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엄마 나 수학 48점 맞았어!" 천진난만하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딸 때문에 홍당무가 된 것은 그 애가 아닌 나였다. 게다가 4 학년쯤 영어 학원을 보내려고 하니 알파벳도 모르는 그 애가 다닐 영어학원이라고는 유치원생들과 함께 배워야 하는 학원뿐이었다. 고심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캐나다로의 조기 유학.  얼떨결에 유학길에 나선 그 애는 처음 두 달은 전화를 해도 울기만 하고 대답도 하지 않아 나는 땅을 치고 후회하였다. 그러나 그 1년이라는 시간은 딸을 180도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영어에 있어서는 일취월장하게 늘었다기보다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을 뿐이었지만 아주 

소극적이던 아이가 자유분방하게 자기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적극적인 아이가 되었고 한참 성장기 무렵이어서였는지 키도 훌쩍 커서 돌아왔다. 


그러나 수능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서울 끝자락에 있는 대학에 겨우 합격하자 딸은 간절하게 재수를 하겠다고 나를 봤지만  코 앞에 정년을 앞둔 남편을 보며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딸은 그렇게 자기가 원하지 않는 대학에 그것도 수학과 거리가 멀었던 아이가 이과에 들어갔다. 그리고 자기 혼자 편입을 준비하더니 숙대에 들어가 내내 과 수석을 놓치지 않더니 지금은 제약회사에 들어가 단단히 제 몫을 하고 있다.


뜬금없이 날아오는 예쁜 머리핀과 전동 칫솔 등 딸 키우는 소소한 재미를 이제야 만끽하려는데 벌써 결혼을 한단다. 제발 시집이나 가라고 등 떠미는 마흔을 코앞에 둔 큰 딸은 갈 생각도 안 하는데 말이다. 오래도록 같이 살고 싶은 녀석은 이제 에미보다 남자 친구가 더 좋단다.


지지난 주 치른 상견례에서 예비 시부모님들은 싹싹한 우리 애를 마치 자기 딸 바라보듯 꿀이 뚝뚝 떨어진다.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생각해야 하건만 벌써부터 딸을 빼앗긴 것만 같아 서운하기 이를 데 없다.


직장 때문에 지방에 사는 딸에게 매주 전화를 한다.

"이번 주말엔 오는 거지?" 그러나 늘 바쁘다는 대답뿐이다. 하긴 주말이면 남자 친구와 데이트도 해야지 친한 친구들도 만나야지 시간도 없긴 하다. 그러나 한 달에 한두 번 그것도 밤늦게 와서는 에미가 차려 준 밥도 안 먹고 가기 일쑤다. 

딸 뒤통수만 바라보는 날 보며 남편은 "이제 시집보냈다고 생각해!" 그래야 하려나!


잘해 준 것이 없어 더 미안한 우리 딸! 내가 그랬듯 애를 낳고 나면 에미가 보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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