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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23. 2023

나는 행복한 여자?

최근에 톡톡 마음 세러피라는 강의에 참여했다참여자 대부분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살아가다 보면 부모자식부부형제자매뿐만 아니라 전혀 모르는 남과도 부딪치며 살아야 한다가치관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도통 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그러니 벙어리 냉가슴을 앓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 때문에 대인기피증까지 생기기도 한다.     


세러피 강사는 소통 시 부당하다고 느끼면 상대방에게 "당신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지 말고 "당신의 이런 행동을 하면 내 기분이 이래”라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한다

상대방이 화를 내지 않을까요!” 

화를 내더라도 내 몸을 위해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꼭 말하세요”

글쎄?!...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점점 힘이 든다늘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때면 가슴이 설레곤 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입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직성이 풀린다그러나 나의 이런 성향 때문에 어떤 때는 화제의 중심이 되곤 하는데 그 말이 고울 리가 없다때론 질투 어린 말로때론 빈정거림으로 돌아왔다

     

나의 첫 직장은 일본 은행이었다일본에 대한 적개심도 없던 어린 나이에 직장에 들어갔고 그저 남들에게 뒤처지는 게 싫어 가장 먼저 출근하는가 하면 야근계도 올리지 않고 일을 하곤 했다그러나 다른 직원들은

아니 대충 일하면 될 걸 미스신은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일본사람들에게 그렇게나 잘 보이고 싶어?”  

   

일을 그만둔 후  취미로 사진을 찍었다.  먹고 사느라 여행 한 번 제대로 못 가던 내가 카메라 앵글에 들어온 세상을 보았을 때 나의 가슴은 미친 듯이 뛰었다.  한 년은 정말 사진에 미쳐 전국을 헤매고 다녔다제일 먼저 꽃의 개화 사진을 동호회 카페에 올리는가 하면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곳의 사진을 제일 먼저 찍어오곤 했다.

도대체 안 가는 데가 없네제대로 사진 한 장 못 찍으면서. ”

물론 처음 시작했으니 제대로 찍지 못했을게다그래도 선배라는 사람들이 굳이 그렇게 말해야만 했을까? 

    

90이 넘었지만 아직도 손수 밥을 해 드시는 시부모님을 보면 며느리로서 그저 죄송한 마음뿐이다그러니 한 달에 한 번 정도 시댁에 갈 때면 갈비 잡채 사골국에 생선요리까지 준비하다 보면 늘 자동차 뒷 트렁크가 꽉 차기 마련이다.

동서는 요리하는 게 취미 인가 봐!”

가시 돋친 말이 들려온다.  사람들은 왜 나의 진심을 몰라주는 걸까?  

아주 사교적이고 쾌활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나는 정말로 소심한 사람이다은행원으로 빵집 아줌마로 30여 년을 살다 보니 조금은 외향적으로 변했을지도 모르나 학창 시절, 사람들 앞에서 발표 하나 제대로 못하는 그게 바로 나다호탕한 척하며 살고 있지만 하고 싶은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다. 그러나 참고 참다 터지면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만다가족들뿐만 아니라 은행에 다닐 때나 빵집을 할 때 또 요즘 동호회에서 내가 폭발하면 주위 사람들은 왜 내가 그렇게 화를 내는지를 모른다.     


나는 대화할 때 자주 남편 이야기를 하곤 한다그것은 결코 남편을 너무나 사랑해서가 아니다그저 내 생활과 관심사 대부분이 남편과 아이들뿐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또 자랑질로 받아들인다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행복배틀에서처럼 SNS에 나의 생활을 과장해서 올린 적도 없는데 말이다.  

         

남편과 자주 여행을 가는 것도남편이 여태 회사에 다니는 것도 그들에게는 그저 빈정 거리 일뿐이다직장 다니며 친정 엄마가 아이들을 키워줄 때까지 사실 시부모님께 통 신경을 쓰지 못했다이제야 최선을 다하려는데 그게 그렇게 고마운지 남편은 내가 어디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 늘 데려다주고 무거운 카메라 장비까지 들어주곤 한다사진동호회 사람들은 나보고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않았냐고 한다


세러피를 받는 동안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 말에 대해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처음 본 사람들이었지만 다시 만날 일도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인지 모두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나는 큰 딸이 시집가지 않은 것과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으나 그들의 고민을 듣다 보니 나는 정말 행복한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렇게 말하면 또 재수 없다고 하려나?           


그냥 좀 더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려 한다처음 본 사람들에게도 아낌없이 위로를 해주었는데 그동안 친분을 쌓아 온 사람들에게 못해줄 것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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