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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pr 06. 2023

꽃잔치에 흠뻑 빠져 행복했던 어느 날

봄비가 내린다. 바짝 타들어가는 땅을 보며 그렇게도 비를 기다렸지만 소리 없이 종일 내리는 비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주말 활짝 핀 벚꽃을 보며  너무나 황홀했는데 채 사흘도 지나지 않아 봄바람이 꽃비를 내리게 하더니 기어코 봄비까지 내려 남은 꽃들마저 모두 떨구고 있다. 일주일만이라도 더!라는 나의 소망은 욕심인가 보다.



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 뜬금없이 벚꽃 아래에서 치맥을 하자고 한다. 그이도 화려한 봄 분위기에 빠져보고 싶었나 보다.  아파트 광장의 치킨집 마당에는 여기저기 상이 차려졌고 사람들은 제각각 맥주를 마시며 날아드는 꽃잎과 함께 조촐한 파티를 즐기고 있다.



비록 산수유가 그 고운 빛을 잃고, 목련꽃은 거의 떨어졌지만 개나리와 진달래에 이어 철쭉과 라일락, 명자나무까지 정말 꽃이란 꽃은 죄다 피어 있다. 그중 화사하기로는 벚꽃이 으뜸이다. 찬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왔음을 알리는 봄꽃들의 잔치가 올해는 유난히도 성대하다.




안양천으로 향했다. 밤벚꽃놀이까지 하게 된 것이다. 우리뿐일 줄만 알았는데 그 늦은 시간 둑길에는 벚꽃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팝콘처럼 터진 꽃망울은 멀리서 보면 큼지막한 국화처럼 보였는데 그 뭉치 안에는 작은 꽃송이들이 수줍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다음날도 집에만 있을 수가 없어 찾은 곳은 선유도 공원이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안양천으로 내려가는 길은 벌써 초만원이다.  겨우 빠져나와 선유도로 향했지만 그곳도 만만치 않았고 커피 한 잔 마시려 해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따스한 햇살이 들어올 틈도 주지 않은 채 한껏 꽃을 피운 그 탐스러운 꽃을 보니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선유도에는 수양벚꽃이 있다. 축축 늘어져 바람 따라 흔들리는 모습은 일반 벚꽃과 다르게 아련하다. 많은 사람들에 밀려 공원 안으로 들어가던 나는 어느샌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그럴듯하게 테이블 세팅까지 하고 와인 한 잔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노래지만 나는 계속 흥얼거리며 마치 술에 취한 듯 밟기조차 아까운 꽃잎을 밟고 또 밟았다.



한참을 봄꽃에 취해 걷다 보니 우리 집 귀염둥이 강아지 콩이와 남편이 뒤에 따라오고 있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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