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미의 세상 May 31. 2023

만경강 따라 드라이브 어떠세요?

만경강 발원샘, 세심정, 고산 향교, 비비정, 비비정 예술열차

우리나라의  최대 평야 하면 서울의 3배나 된다는 전라북도 호남평야를 꼽는다. 모내기철을 맞이하여 지나는 논마다 물이 가득가득하다. 이미 모내기를 마쳐 귀엽기 짝이 없는 어린 모가 싱싱하게 자라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아직은 찰랑찰랑 물만 가득한 곳도 있다. 농가주택에서 밤을 보내면 들려오던 개구리울음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반갑다.

 


호남평야의 젖줄은 바로 만경강과 동진강이다.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의 밤샘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호남평야의 중심부인 고산 삼례 익산 대야를 거쳐 서해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넓은 들 사이로 흐른다 하여 만경강'이라 했다는 그 물줄기를 따라가 본다. 


만경강의 최초 발원지인 밤샘에 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치 원시림처럼 뒤엉킨 숲 사이로 들어가니 흐린 날씨 때문인지 앞도 제대로 보이 지를 않는다. 알밤이 많이 난다는 밤티마을이 바로 가까이 있기는 하나 어두운 숲에서 혹시 야생 동물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어둡다. 그렇게 임도를 얼마나 갔을까? 드디어 '만경강 발원샘'이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물도 흐르지 않는 아주 작고 소박한 샘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곳까지 찾아냈을까?



샘 옆에는 뜬금없이 알록달록한 의자가 있다


동상 저수지를 잘 보기 위해 동상 초등학교까지 올라가 봤으나 그렇게 큰 물줄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강줄기를 따라 조금 가다 보니 계곡 아래로 갑자기 큰 호수가 나타났다. 어디에서 흘러왔는지 큰 강이 되었다. 중간에 둑 같은 것이 있는 것을 보니 아마 수력발전이나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하여 물을 가두었나 보다.


강줄기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도로와 유유히 흐르는 강 그리고 비에 젖은 가로수들이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정말 좋다. 차도 없는 그 길을 아주 천천히 돌았다. 걷기에는 다소 길겠지만 자동차나 자전거를 타고 돌면 좋을 드라이브 코스다.

동상 초등학교에서 바라본 만경강



곧이어 나타난 세심정에 오르니 만경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옛 선비들은 이렇게 풍광이 좋은 곳에 정자를 만들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시를 짓고 풍류를 즐겼다. 강 위는 황금 들녘이요, 아래는 푸른 강이 있으니 아마 절로 시가 읊어지지 않았을까?





세심정 바로 뒤쪽에는 조선시대의 공립 지방교육기관이었던 고산향교가 있다. 공자를 모신 사당인 대성전 아래  내삼문과 명륜당 그리고 외삼문까지 하나의 선상에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묶었던 동제와 서제까지. 그 규모가 작지 않다. 



아직까지도 우리 중장년 층의 정신세계를 뿌리 깊게 지배하고 있는 조상숭배 사상, 남녀유별, 장유유서 등의 가치관은 바로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유교 때문이리라.




강가에는 잘 가꾸어진 잔디밭이 곳곳에 있는데 주로 파크골프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가에는 조성한 산책로에서는 우중에도 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습지는 생태계가 우수해 다양한 식물종과 어류들이 서식하고 새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만경강을 조망하기 좋은 또 다른 곳은 비룡정(비비정)이다. 과거 만경강은 작은 배들이 드나들며 쌀과 수산물을 운반하는 수로였다고 한다. 과거에 이곳에는 백사장이 있어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떼를 바라보는 것을 비비낙안이라고 했다. 현재 비비정 위쪽에는 비비낙안이라는 카페가 있다.

비비정
BTS 서머패키지의 촬영지였던 비비낙안


정자 왼편에는 고속열차가 다니고 오른쪽은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만경강 철교가 있다. 이 철교는 일제강점기에 호남 곡창지대에서 수탈해 간 쌀을 운반하던 기차가 다니던 철교다. 완주군 은 4량의 새마을호 폐열차를 구입하여 리모델링한 후 비비정 예술열차로 운영하고 있다.


1량은 레스토랑, 1량과 2량 사이의 공간은 음악 공연장, 2량은 특산품 판매점, 3량에는 편의점과 갤러리 4량은 카페로 구성되어 있다. 뉴트로 감성으로 만든 열차는 밖에도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만경강을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기차여행에 대한 낭만도 느끼고 강을 바라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고 또 해가 질 때면 아주 멋진 해넘이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호남평야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만경강의 발원지부터 따라 내려오다 보니 그저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만 즐길 것이 아니라 선조들의 풍류도 느꼈고 뼈아픈 과거의 역사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