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봉산성, 위봉폭포, 아원고택, 삼례 책마을, 고산자연휴양림, 놀토피아
BTS의 인기는 해외에 가서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덴마크 어느 공원 잔디밭에서 BTS의 노래에 맞춰 춤 삼매경에 빠져있던 청소년들이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자 마구마구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이집트의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러 나온 어린아이들은 KOREA라는 말보다는 BTS라는 말에 그 큰 눈을 반짝이며 부러워했다. 우리나라에는 정말 재주꾼들이 많은 것 같다.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 그리고 K-POP까지 전 세계인들이 우리의 문화에 흠뻑 빠져들고 있지 않은가?
그 유명한 BTS가 화보 촬영지로 선택한 곳이 바로 완주의 위봉산성, 삼례문화 예술촌, 한옥마을, 등이다. 궁금해서 유튜브를 검색해 보니 샤방샤방한 멤버들이 고풍스러운 한옥을 배경으로 미소 짓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또 석성 위의 모습은 또 얼마나 멋지던지. 아마도 이 영상을 본 BTS의 팬들이라면 한국의 멋에 빠져 한 걸음에 오고 싶을 것 같다. 완주를 여행하다 보면 여기저기에 '완주 BTS 힐링 성지'라는 표식을 볼 수 있다.
250 년 된 아름다운 한옥, 아원고택
경남 진주에 있던 한옥을 완주군으로 옮겨와 만든 복합문화공간이 아원이다. 천지인과 사랑채 안채 별채까지 총 4개 동 6개 객실과 갤러리로 이루어졌다. 우리의 전통적인 가옥에 현대화한 모습이 가미된 독특한 공간이다. 고택과 그 일대를 둘러쌓고 있는 자연의 수려함 뿐만 아니라 대나무숲이 인상적이다.
위봉산성과 위봉폭포
소양면 대흥리 도로 바로 옆 주변 계곡 일대를 돌아가며 쌓은 위봉산성도 BTS의 힐링 성지다. 조선 후기에 축성된 성은 군사적인 목적이 아니라 유사시 태조 이성계의 영정과 위패를 모시기 위해 인적이 닿기 어려운 곳에 만들었다. 실제로 동학농민군에게 전주성이 함락되었을 때 유용하게 쓰였다고 한다.
현재 위봉산성은 성벽 일부와 전주로 통하는 서문만 남아 있다. 길지는 않으나 크고 작은 돌들이 한치의 틈도 보여주지 않게 채워진 성이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모습과 아취형 문이 눈길을 끈다. 널찍한 산성은 직접 성벽 위를 걸어 볼 수도 있고 주변에는 등산로와 둘레길까지 조성되어 있다.
잠시 고갯길을 넘어가면 위봉폭포가 있는데 수량이 적어 아주 가는 물줄기를 보고 왔으나 비 온 뒤에는 좀 더 멋진 장관을 보여줄 것 같다.
일제강점기 양곡수탈을 위해 지어진 창고는 현재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
삼례는 조선시대부터 호남평야의 수확물이 집산되는 교역의 중심지였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은 거둬들인 양곡을 쌓아두기 위하여 대규모 곡물 창고를 지었고 삼례역과 군산역을 통해 일본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바로 뼈아픈 수탈의 현장인 것이다.
해방 후 농협에서 이용하던 창고는 점차 노후화되자 방치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완주군이 매입하여 지역문화 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하여 삼례문화예술촌 삼례책마을 그림책미술관 등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현재 미술전시 공연예술 문화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는 삼례문화예술촌은 관광객들에게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쉬어가삼 [례]에서 완주의 역사 살피기
구 삼례역이 있던 곳에 쉬어가삼 [례]이라는 여행 안내소가 만들어졌다. 말 그대로 잠시 머무르며 여행의 피로도 풀고 여행 정보도 얻어가는 곳이다. 이곳에서 '문화이장'이라고 하는 시니어 가이드분께 과거 삼례에서의 의병 활동이나 동학혁명 그리고 역참의 역할에 대해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한 참을 기다렸다'라는 말의 뜻은?
삼남대로와 통영대로가 만나는 삼례는 그 옛날부터 호남 최대의 역참지였다. 역참이란 교통 통신뿐만 아니라 유사시 국방의 임무까지도 맡았던 곳으로 우리의 토종 말이 잠시 쉬어가던 정거장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한 참을 기다렸다'라고 하는 말이 실은 역참과 역참 사이를 가는 데 걸리는 시간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육상의 한산도 대첩이라 불렸던 웅치전투
임진왜란 때 전쟁이 장기화되자 일본은 조선을 분할 통치하기로 하고 전라도 지역을 침공하게 되었다. 웅치(완주~진안)와 이치(완주~금산)에서 큰 전투가 벌어졌는데 우리는 수적으로 당연히 열세에 있었다. 그래도 죽기 살기로 싸워 진주부성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이로써 이순신 장군의 해전에 식량 등을 보급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고 웅치전투는 왜군을 이겨낸 육상 전투로 기록되었다.
콩쥐팥쥐 설화의 배경
누구나 익히 들어온 콩쥐팥쥐 설화에서 '전주 서문 밖 30리'라는 말이 나온다. 이곳을 대동여지도를 근거로 추측해 보면 바로 앵곡마을을 포함한 이서지역 일대라고 한다. 완주는 고전문학의 중심지였고 한글소설 출판문화의 고장이었다.
삼례문화예술촌 둘러보기
오래된 창고들이라 전혀 전시장 같지 않은 데다 요란한 간판도 없이 아주 작은 포스터 한 장만이 문 앞에 걸려 있다. 4개의 전시관에는 각기 다른 전시회가 열리고 있고 공연장과 카페까지 운영하고 있어 조용히 관람하며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제1관에서는 한국화의 사계절을 주제로 신사임당 신윤복 김홍동 정선 등의 작품이, 3관에는 '징후적 풍경'이라는 주제로 지역작가들의 작품이, 4관에는 완주 군민들의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강아지까지 데리고 간 우리 부부는 번갈아가며 강아지를 데리고 야외에 있어야 했는데 그곳을 안내하는 시니어분이 어찌나 친절하시던지 우리 강아지를 잠시 데리고 있어 주셨다. 다양한 작품과 함께 그분들의 친절함까지 함께 기억되었다.
삼례책마을 그림책 미술관
문화예술촌을 나오면 도로 왼쪽에 삼례 책마을이 있다. 이곳 역시 낡은 양곡 창고를 개조한 빈티지한 건물로 안에는 북하우스와 북갤러리, 책박물관이 있다. 헌 책방 특유의 향과 함께 수많은 책을 보고는 놀라고 말았다.
이 많은 책 중에 읽어본 책이 과연 몇 권이나 될까? 1,2층 빼곡하게 진열된 책을 따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래층을 내려다보니 차 한잔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또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선술집 포스터를 비롯해 근대 무용가 최승희의 포스터 등은 옛 감성에 푹 빠져들게 한다.
전국에서 유일하다는 그림책 미술관에는 팅커벨이 하늘을 날고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도 숨어 있다. 동화 속 캐릭터를 본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종일 내리는 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잔잔하게 풍기는 문화 공간 때문이었을까? 마음이 촉촉해지고 여유로워졌다. 낯선 곳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많은 볼거리에 가슴이 뿌듯해졌다. 창고에서 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MZ세대를 겨냥한 완주 기획여행 상품까지 나왔다고 한다. 하나투어에서는 '썸 타는 버스'로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하여 BTS 화보촬영지를 중심으로 7월 21일까지 매주 토요일 당일 여행상품으로 운영하고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을 한 바퀴 돌고 나니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우리는 근처에 있는 신진국수집을 찾아 잔치국수와 순대사골국수를 주문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순대사골국수는 제주살이에서 먹었던 고기국수를 떠올리게 했다.
고산 자연 휴양림과 놀토피아
봄이 왔는가 했더니 어느새 여름이다. 이제 여름 휴가지를 고민할 때가 되었다. 바다로 갈까 아니면 산으로 갈까? 고산면 오산리에 위치한 고산자연휴양림은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사계절 가족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낙엽송, 잣나무 등이 빽빽이 들어선 조림지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호젓한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다.
양쪽의 숙박용 건물 사이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계곡 위에는 넓은 평상도 준비되어 있어 굳이 숙박까지 안 하더라도 평상을 빌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계곡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여름휴가! 말대로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기 위해서는 삼림욕과 더불어 물놀이가 가능한 휴양림이 어떨까 싶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그저 푸르름뿐이다. 머물다 보면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가 잔뜩 스며들지 않을까?
게다가 바로 근처에는 놀토피아가 있는데 실내시설이라 전천후 놀이터로 이용이 가능하다. 클라이밍시설과 스포츠놀이시설 유아놀이시설 등이 마련되어 있다. 물론 성인도 함께 즐길 수가 있는데 10시부터 한 시간씩 회차별로 발권을 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며 모험심까지 기르게 될 것 같다.
처음 가본 완주는 상상외였다. 볼거리도 놀거리도 먹거리도 풍부했다. 전시회도 보고 자연경관도 둘러보고 편안했던 1박 2일의 여정. 다음에는 꽃이 핀 봄이나 단풍이 완연한 가을에 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