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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30. 2023

화려한 오색 단풍길-설악산 흘림골에서 오색약수까지!

흘림골, 주전골, 오색온천

화려한 단풍이 보고 싶어 찾은 곳은 설악산 흘림골에서 오색약수까지다. 설악산은 매년 결혼기념 여행으로 자주 찾던 곳이지만 흘림골은 처음이다. 낙석 등으로  폐쇄되었다가 7년 만에 개방했다는 뉴스를 들은 후, 늘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드디어 가게 된 것이다. 내 체력으로 감히 등산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었던 것은 흘림골 탐방입구까지는 자동차로 오른 후 등선대까지 약 1 킬로미터 정도의 길만 오르면 오색약수까지는 줄곧 내리막길이란다.



아! 그런데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던 요즘, 하필 우리가 예약한 날에 비가 온단다. 다음날로 연기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또 다른 일정 때문에 그냥 예정대로 가기로 했다. 탐방 예약 시간은 11시. 교통체증이 있을까 싶어 새벽 일찍 떠난 우리는 이른 아침에 오색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진한 쌍화차 향이 진동하는 한계령 휴게소에 가고 싶었다. 물론 혹시나 흘림골 탐방입구 어딘가에 차를 세울 수는 없을까가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흘림골 탐방입구까지는 다른 교통수단이 없어 택시를 타고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흘림골 탐방 입구


한계령 휴게소에서는 멋진 전망 따위는 볼 수 없었다. 그저 뽀얀 안개만 가득해 쌍화차라도 한 잔 하고 오려했으나 손님이 전처럼 많지 않아서인지 그 향조차 나지 않았다. 허탕한 마음으로 흘림골 탐방입구인 흘림 5교로 내려와 보니 이른 아침부터 예약한 사람들이 비옷으로 단단히 무장을 한 채 입장하고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시간쯤에는 혹시나 비가 그치고 안개가 걷히지 않을까 싶어 오색으로 내려가 산채비빔밥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었다. 오늘의 코스가 아무리 내리막길이라 해도 나의 부실한 다리로 산길을 6 킬로미터 정도나 걸으려면 네다섯 시간 이상은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필 우리가 온 날 비가 올 게 뭐예요?"

"덕분에 신선이 오가는 풍경을 볼 수 있을걸요"

그렇다. 우리는 맑은 날에는 절대 볼 수 없는 비경을 보았다. 한계령의 7부 능선이라는 흘림골은 산이 높고 계곡이 깊어 비가 오지 않아도 늘 안개가 끼고 날씨가 흐리다. 그래서 이름도 흘림골이다. 



얼마쯤 올랐을까? 안개비가 살짝 내려앉고 화려한 단풍으로 치장한 자연의 거대한 조각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와우, 우리는 숨도 쉴 수 없었다. 정열적인 빨강과 빛나는 노랑 그리고 초록이 섞인 오색 단풍들이 기암괴석을 살포시 감싸고 있다. 황홀한 자연의 비경에 도취한 사람들은 바로 자리를 뜨지 못했다. 


등선대까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잠시 쉬어가려 해도 끊임없이 올라오는 단체 관광객들 때문에 밀려 밀려 올라가다 쉰 곳이 여심폭포다. 폭포는 높은 계곡 사이로 20여 미터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데 참 희한하게도 생겼다. 쳐다보기도 민망해 금세 고개를 돌리려는데 남자들은 폭포 앞에서 껄껄 웃으며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이곳은 한때 폭포수를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알려져 특히 신혼부부가 많이 찾았다고 한다.

여심폭포


여심폭포부터 신선이 날아올랐다는 등선대까지의 약 300미터 정도의 길로 정말 깔딱 고개라고 부를 정도로 무지 가파르다. 혹시나 하고 전망대까지 열심히 올라갔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희뿌연 안개뿐이다. 기암절벽의 칠형제봉도 송곳처럼 뾰족하다는 암봉들도 안개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등선대 전망대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그리고는 주전골로의 끝없는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하고 있는 가을의 설악산. 흔들림 없는 바위와 다양한 나무가 어우러진 이 환상적인 모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역시 설악산!  이 장중하고 수려한 모습을 만들어 낸 것이 과연 저 계곡물과 바람뿐일까?  많은 사람들은 계곡을 내려가며 말을 잊은 채 그저 가을의 정취에 푸욱 빠져 있었다. 

폭포라는데 물이 별로 없는 등선폭포 앞에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곳곳에 놓인 다리 근처에는 멋진 절경이!



용소폭포가 보이는 곳부터가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는 주전골이다. 하얀 계곡물이 붉은빛을 띠는 부드러운 암반 사이로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용소폭포는 예전과 변함이 없다.  그 어느 곳의 출렁다리보다 심하게 흔들리는 다리에서 바라보는 계곡의 수려한 모습에 또 한 번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오색약수까지는 약 3.2킬로미터 정도이고 완만한 데크길로 되어 있다. 이곳부터는 오색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어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선녀탕과 성국사를 지날 때쯤에는 내 다리가 마치 로봇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비가 온 뒤라 젖은 잎새를 밟고 넘어질세라 조심조심 내려오다 보니 더 무리가 간 듯하다. 그래도 구경만은 잘했다. 배도 고팠지만 그보다는 일단 어딘가에 눕고 싶었다. 숙소에 가서 얼마나 잤을까? 온천을 미리 하고 잤으면 피로가 풀렸을 것을. 온천에 다녀 올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제2의 오색약수터
성국사
오색 약수터


다음날에야 겨우 탄산수에 몸을 적실 수 있었다. 차가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있다 보면 뽀글뽀글 방울이 올라온다. 신기하다. 비록 아직까지 다리를 절룩거리며 다니지만 이번 가을여행은 최고였다. 곧 서울도 단풍과 은행나무로 화려해질 테지만 설악산의 비경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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