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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27. 2023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금대암, 오도재, 지안재!

금대암, 오도재, 지안재, 상림공원, 개평마을 

지리산을 직접 오른다는 것은 이제는 꿈과 같은 일이다. 높기도 하거니와 긴 산행코스는 내게는 버겁기만 하다.  나 같은 보행약자가 지리산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지리산 바로 건너편에 있는 금대암은 천왕봉 바로 맞은편에 있는 데다 암자까지 자동차로 오를 수가 있다.


금대암(해발 847 미터)은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사찰로 신라 태종 무열왕 3년에 행호조사가 창건하였고 도선국사 등 이름난 고승들이 이곳에서 수도하였다고 한다. 좁고 가파른 길을 얼마나 올랐을까? 주차장에 도착하면 황구와 백구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자동차 문을 열자마자  덩치 큰 녀석들이 갑자기 달려드는 통에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러나 순하디 순한 녀석들은 우리가 그곳을 떠날 때까지  암자 구석구석을 안내해 주었다.


잠시 후 보이는 압도적인 지리산의 모습에 우리는 그만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산에 직접 올라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풍광이다.  천왕봉(1915 미터) 왼쪽으로 중봉과 하봉 오른쪽으로 제석봉과 장터목 등 1500 미터가 넘는 거봉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금대암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금대지리(金臺智異)라고 한단다. 지리산의 주능선을 조망하기 좋은 장소라는 뜻이다. 또 금대암은 '부처가 않는 자리에 들어선 암자'라는 뜻을 지녔다. 


높은 천왕봉 위에 구름이 걸쳐있다.


절 아래 가파른 언덕에는 하늘을 찌를 듯 전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이 500 년이 넘고 높이는 40 미터가 넘는다.  마치 장엄한 지리산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멋진 산악화폭에 화룡점정이 되었다. 그리고 작은 절집인 금대암이 있다. 

아미타불을 모신 맞배지붕의 무량수전과 나한전


나한전 뒤로는 거대한 바위와 3층 석탑(조선 전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이 있고 옆에는 지리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커다란 너럭바위가 있다.  지리산을 바라보는데 거치는 것은 바로 앞에 있는 전나무뿐이다. 시간이 된다면 지리산을 품에 안은 금대암의 너럭바위에 앉아 맘껏 밤하늘을 보고 싶었다. 휘영청 달이 떠있을 때도, 암흑처럼 어두운 밤 별이 반짝이고 있을 때도 좋다.

너럭바위에 앉으면 지리산이 한눈에 보인다.
우리가 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발길을 돌리는 백구


길 건너편에 보이는 다락논은 추수를 앞둔 터라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코스모스와 황금빛 다락논 그리고 파란 하늘과 구름까지! 우리 눈에 그저 신기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다락논은 도마마을 사람들에게는 그동안 피땀 흘려 가꾼 삶의 현장일 것이다. 


오도재는 함양에서 지리산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하는 지리산 북쪽의 관문이다. 도솔암에서 수도하던 청매 

인오조사가 이 고개를 오르내리다 득도를 하여 오도재라 한다. 도가 높은 스님이라면 이 높은 산을 걷다 보면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를 것 같다.



경상남도 함양군에 있는 지안재는 지리산의 남쪽에 있다. 지안재는 이 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참 사진을 찍을 때 자동차 궤적을 찍기 위해 찾던 곳이다. 지안재는 정말 언제 봐도  멋있다. 특히 캄캄한 밤 자동차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내려가는 것을 장노출로 찍으면 마치 뱀 한 마리가 기어가는 모습처럼 찍힌다. 밤이 아니라도 밤하늘의 별을 품은 길인 지안재의 전망대에는 아름다운 길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용인에는 민속촌이, 함양에는 개평마을이 있다. 두 개울이 하나로 모이는 곳에 100년이 넘은 한옥이 60여 채나 모여있다. 바로 개평마을이다. 조선시대 오현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부터 풍천노 씨 노숙동 선생의 종가 등이 모여 있어 마치 멀리 시간 여행을 떠나 온 듯하다.


돌길을 따라 사브작 사브작 걷다 보면 담 너머로 기와지붕이 보인다. 새가 날갯짓을 하듯 한껏 하늘로 치켜 올라간 모습이 아름답다.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한옥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게다가 집 옆에는 작은 시내까지 있어 물소리가 들리니 정감이 넘쳐난다. 도심의 아파트보다 조금은 불편할지 모르지만 이 멋스러운 공간에 사는 사람들은 좋겠다.


풍천 노 씨 대종가 근처에는 서예, 그림 등 다양한 예술품들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멋스러운 공간에 있어 더욱 빛이 났다.


신라시대부터 상림공원 부근은 비가 많이 오면 위천강이 자주 범람하였다 한다.  최치원 선생은 농경지를 보호하기 위해 강가에 둑을 쌓고 나무를 심었으니 멋진 숲이 되었다.  우리는 강아지를 데리고 가는 바람에 숲 속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울창한 숲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또 그 앞 광장에도 다양한 꽃을 심어 놓아 풍요로운 가을을 만끽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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