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오도리 공원, 스스키노 거리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독일의 맥주 축제와 함께 세계 3대 축제라는 삿포로의 눈 축제(2.4~2.11)는 어떨까? 우리나라보다 북쪽인데 눈은 얼마나 많이 오고 또 많이 추우려나? 한참 기대에 들떠 있는데 홋카이도에 폭설이 내려 공항에서 비행기가 내리지도 못하고 학교에는 휴교령까지 내렸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홋카이도가 남한땅의 84%나 되는 큰 땅인 줄 몰랐다. 영하 40도의 추위와 연간 적설량이 10 미터가 넘는 곳은 홋카이도의 동부나 북부지역으로 주로 곰을 관찰하는 연구진이나 가는 곳이고 우리가 여행할 곳은 중부지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울은 날씨도 춥고 폭설이 내리고 있어. 거기는 어때?"
폭설이라고? 홋카이도의 날씨는 아주 쾌청했다. 하늘은 파랗고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좀 차갑기는 해도 워낙 옷을 많이 입어서인지 별로 춥지도 않았다. 게다가 우리가 머물렀던 3박 4일 동안 잠깐씩 싸라기 눈이 내린 것 말고는 눈도 별로 오지 않고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는 지평선이 보이는 설경을 만끽했다.
일본은 크게 북쪽부터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수로 나눈다. 원래 홋카이도 지역에는 아이누족이 살고 았었는데 일본이 식민지화한 곳이다. 지금도 약 이삼만 명이 일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단다. 메이지 시대에 지하자원 개발 등을 위해 본격적인 이주와 정착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주로 본토에서 먹고살기 힘든 사람이나 도망자들이 가서 살았다고 한다.
1972년 삿포로 동계 올림픽이 열리며 홋카이도는 현대 도시의 모습을 찾게 되었고, 광활한 초원이나 온천 등을 활용하여 관광산업을 개발하고 나니 1년 내내 관광객으로 붐비는 일본 최대의 관광지가 되었다.
눈은 사오십 센티미터는 쌓여있는데 걸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를 내는 것이 기분이 좋다. 홋카이도의 집들은 많은 눈 때문에 지붕이 합장 지붕(양쪽으로 경사가 난 지붕으로 주로 시골 지역에서 볼 수 있다)이나 평평 지붕(도시)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집 옆에는 큰 통이 하나씩 있는데 눈 때문에 고립되어 있을 때 사용할 대체연료라고 한다.
눈이 많이 내리면 도로의 차선은 거의 보이지 않는 데다 먼저 내린 눈이 녹다 얼어붙어 완전히 빙판이다. 도로 곳곳에 있는 화살 표시가 차선을 대신하고 세워놓은 막대기는 적설량을 보기 위해서다. 집을 알록달록하게 칠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눈이 많이 왔을 때 자기 집을 쉽게 찾기 위해서라니 얼마나 눈이 많이 오는지 짐작할 수 있다.
눈 축제는 삿포로역에서 조금 떨어진 오도리 공원에서 삿포로 TV탑까지의 광장(?)에 눈으로 만든 조각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만든 설상 80개를 대상으로 인기투표도 하고, 세계 각지에서 9개 팀이 참가한 작품도 전시되어 있고, 밤이면 대작에 빛을 쏘며 독특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특히 반가웠던 곳은 신라면 홍보를 위해서인지 신라면을 나눠주며 스케이트장을 마련해 놓은 장소다.
가장 번화한 스스키노 거리에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많은 조명이 켜져 있어 한층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유명한 니카 위스키 간판이 돋보인다.
북해도청 청사는 지금 공사 중이라 볼 수가 없었는데 2026년도 완공예정이란다. 이들이 개척 청사라고 우기고 있지만 미지의 땅을 개척하는 것이 개척이지 원래 사람이 살고 있던 곳을 빼앗은 것이 아닌가? 우리의 조선총독부와 같은 곳이다. 주로 삿포로에는 일본인들이 거주하고 있고 스스키노 거리에는 아이누와 조선인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삿포로 눈 축제라고 해서 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시내 한 복판에서 이뤄진 성대한 행사이기는 해도 강원도에서 열리는 우리의 눈 축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눈 축제를 보기 위해서 두 배의 가격을 지불하고 올 정도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