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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Train 타려고 봉화까지!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축서사, 산타마을

by 마미의 세상

3월에 폭설이라니. 강원도 사람은 눈이라면 지긋지긋하겠지만 난 그 눈이 보고 싶었다. 황금 같은 3일 연휴, 우리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V-Train을 타보기로 했다. 동심에 산타마을에 가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가는 겨울이 아쉬워 계곡에 남아있는 잔설이라도 실컷 보고 싶었다.


유튜버가 안내한 대로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영주로, 철암에서 분천까지는 V-Train으로 왕복하고는 청량리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는 너무 지겨울 것 같아 봉화까지 자동차를 타고 내려갔다. 봄이 오는 3월에 산타마을? 늦어도 엄청 늦었지만 눈 쌓인 계곡을 기차 차창으로 맘껏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또 V-Train이라는 관광열차를 탈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몇 년 전 바다열차를 타며 신기했던 기억도 나고 무엇보다 우리 강아지가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봉화로 내려가는 내내 새벽안개에 파묻힌 산을 실컷 보았다. 골짜기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안개 덕분에 진풍경이 이어졌고 멋진 수묵화를 보고 있다 보니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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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에 일찍 도착한 우리는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을 찾았다. 수목원은 백두대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꽤 높고 외진 곳에 있다. 수목원은 한국관광 100선에 든 것을 기념해 3일 연휴 동안 입장료가 무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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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부터 지리산 까지 1,400 킬로미터나 된다는 백두대간. 그 중간에 자리 잡은 수목원은 1,500만 평이나 되어 아시아 최대 규모란다. 33개의 테마 정원이 있고, 세계 최초로 야생 식물 종자의 영구 저장시설인 시드볼트도 있고, 우리 땅에서 사라진 지 100 년 정도 된 백두산 호랑이가 6마리나 사는 호랑이숲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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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호기심 때문에 시베리아에서 멀리 남쪽으로 와 동물원에 갇혀 사는 동물의 왕 호랑이는 사육사가 주는 소고기와 닭고기를 각 5 킬로그램씩이나 먹어치운다지만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다. 게다가 가끔씩 주위를 도는 녀석이 신기하다 싶었는데 그 또한 훈련을 받아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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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머무는 동안 호랑이는 편백나무 위에서 놀기도 했지만 암수 따로 돌아다니는 것이 쓸쓸해 보였다.

워낙 넓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호랑이 숲에 갈 때는 트램을 타고 나올 때는 걸어서 나왔다. 하지만 겨울이라 계절 따라 변화무쌍하게 피었을 푸른 나무와 꽃은 보지 못했다. 그래도 호젓하고 안갯속에 파묻힌 수목원의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봄이나 가을에 다시 온다면 또 다른 수목원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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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에 가면 꼭 다녀오라는 곳이 축서사다. 지도에서 보면 수목원 가까이에 있는 것 같았는데 직선으로 뚫린 길이 없어서 인지 꽤나 꼬불꼬불 한참을 돌며 올라가서야 도착했다.

"아~"

왜 이 절에 가보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높이 돌을 쌓아 축대를 만든 곳에 지은 절이라 대웅전에서 내려다보면 건너편 산들이 구름에 파묻힌 채 내려다 보였다. 하동의 한산사에서 황금벌판을 내려다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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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한 복판에 있는 5층 석탑이 유난히 눈에 띈다. 그 크기와 정교함에 놀라고 부처님 진신사리가 112개나 사리탑에 봉안되었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에 또 놀라고 만다. 주위를 돌고 있는 사람들은 탑돌이를 하며 무슨 소원을 빌고 있을까? 시간이 넉넉했으면 나도 몇 바퀴 돌며 기도하고 싶었지만 그저 눈팅만 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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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옆 계단을 오르면 삼존 불상이 있다. 계단 가운데에 있는 용도 삼존불상도 단단한 화강암에 조각을 했는데 정교하기 짝이 없다. 널찍하게 마련된 나무 판은 불자들이 기도하도록 마련되어 있는 듯하다. 불상 뒤로는 보기 드물게 반원형 회랑까지 마련되어 있는데 까만 기와가 얹혀 있는 것이 정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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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 연꽃에서 물 한잔!

V-Train 열차 시간에 맞추기 위해 우리는 점심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열심히 달려가야 했다. 과연 화보에서 보듯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한 산타마을이다. 온통 빨간색으로 칠해진 모형과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발걸음이 가벼워지며 이곳저곳에 눈도장을 찍어본다. 이곳에 눈이 쌓였다면 또 아이들과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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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열차가 출발했고 차창 밖으로 잔설이 남아있는 계곡이 연달아 나타났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멀리 봉화까지 내려온 것이다.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철암부터 승부 양원 분천 춘양 봉화 영주까지 7개 역인데 철암부터 분천까지 4개 역만 타도 그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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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락(옛 상주의 이름)의 동쪽에 흐르는 강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낙동강은 태백 의황지에서 발원하여 봉화 대구 부산을 거쳐 남해로 흘러가는 525 킬로미터나 되는 긴 강이다. 그중 봉화지역의 낙동강은 기암괴석과 숲이 있어 비경을 이루고 있다. 이 협곡을 만나는 관광열차로 영주에서 분천까지 운행하는 세 칸짜리 V-Train과 강릉에서 분천까지 운행하는 동해 산타열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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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은 창가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석과 앞을 보는 2인 석이 있는데 2인 석 좌석은 밀어서 4인 석으로 마주 볼 수가 있다. 왕복으로 V-Train을 탄다면 한 번은 전망석으로 또 한 번은 2인석에 앉아 보는 것이 좋다. 첩첩산중을 지나기 때문에 터널도 자주 만나는데 1호차나 3호차는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빛이 나도록 천장에 야광패치를 붙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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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역에서는 10분이나 정차하기 때문에 간단한 간식거리도 사 먹으며 주변을 살펴볼 수 있다. 뒤쪽으로 가면 낙동정맥 트레일과 낙동강 세평 하늘길로 가는 길도 있다.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지만 영동의 심장이며 수송의 동맥이었던 승부역"

이란 문구가 애잔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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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관을 썼다는 용관바위와 등산로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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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장터로 내려가는 길에는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가 오른쪽으로 바라보면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빨간 현수교가 있다.


영주부터 강릉까지, 철암부터 묵호까지, 영주에서 철암까지 영동선이라는 기찻길이 열리며 외부와 단절되어 살아오던 산간 오지 마을사람들은 차츰 타 지역으로 편하게 갈 수 있게 되었단다.


다음 날 강원도에 폭설이 내릴 거라는 뉴스에 걱정이 된 남편은 아침부터 서울로 올라가잔다. 조금이라도 더 머물며 눈 구경을 하고 싶었던 나는 망상 해변이라도 실컷 보려 했지만 거센 바람 때문에 바다를 오래 바라볼 수조차 없었다. 입이 댓 발은 나와있는 마누라를 위해 들른 곳은 옥계 휴게소다. 바다가 보이긴 했으나 바람이 어찌나 세었는지 바로 차로 돌아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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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속도로에 들어서면서 창밖에 펼쳐지는 설경은 한 시도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힘들게 산을 오르지 않고 추위에 떨지도 않으며 편하게 설경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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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해 안달이 난 마누라를 위해 다시 세워준 휴게소는 구정 휴게소와 강릉대관령 휴게소였다. 사진 찍을 때 가장 행복한 나는 휴게소에서 그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정말 우리 남편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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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설경을 가슴 가득 담고 온 봉화 여행으로 내년 겨울을 기다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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