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태조 이성계의 건국설화가 깃든 뜬봉샘은?

이성계 건국 설화, 뜬봉샘, 장수 마실길

by 마미의 세상

어디론가 떠나고픈 싱그러운 계절에 찾아간 곳은 뜬봉샘이다. 뜬봉샘은 호남과 충청의 젖줄이 되는 금강의 발원지로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내려오는 백두대간 줄기 중 신선이 춤을 추었다는 신무산(896.8 미터)의 8부 능선에 있다.

물의 광장의 벽천분수는 뜬봉샘부터 시작된 금강물길이 군산 앞바다까지 흐르는 금강 천리길을 표현했는데 뜬봉샘의 자리에는 이성계의 건국신화에 나오는 봉황이 있다.

뜬봉샘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수분마을을 지나며 수분천이 되고, 장수 용광리에서는 장계천과, 진안의 덕유산에서는 구량천이 더해지고 마이산 아래에서 진안천을 만나고부터는 제법 큰 강이 되어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대전 세종에서 서쪽으로 꺾여 서해 바다로 반원을 그리며 흘러가는데 그 길이만 해도 약 400 킬로미터나 되고 완만하게 흐르는 모습이 비단 같다 하여 비단 금(錦) 자를 써서 금강이라 한다.


한때 금강은 '반역의 강'으로도 불렸다. 그것은 뜬봉샘에서 줄곧 남에서 북으로 역류하던 물줄기가 충남 연기에 이르러서는 남서로 흐름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마치 활시위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 태조 왕건은 후백제의 저항지인 이 일대의 사람들을 경계까지 했다고 한다.


금강은 흐르는 지역에 따라 그 이름도 달리하는데 금산에 가면 금강 주변에 붉은 바위가 많아 적벽강이라 하고 공주에 가면 곰나루가 있어 곰웅자를 써서 웅진강이라 하는가 하면 부여에서는 백마강이라고 한다.



벌써 낮에는 기온이 이십팔구 도를 넘나들며 햇볕이 꽤 강하지만 숲이 우거진 천리길(장수 노선)은 걷다가 잠시 멈추기만 해도 시원한 바람 덕분에 흐르던 땀이 절로 식는다. 산길을 오르다 숲 사이로 아담하게 보이는 마을은 4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수분마을이다. 뜬봉샘부터 흘러내려온 물은 이 마을을 중심으로 금강과 섬진강으로 나뉘어, 금강은 서해로 섬진강은 남해로 흐른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물뿌랭이 마을이다. 뿌랭이 전라도 사투리로 뿌리를 뜻한다.

수분 마을 전경


조용한 숲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새소리와 물소리뿐이다. 등산 초반에 들렸던 새소리가 천연기념물인 팔색조라고 하더니 산을 오르는 내내 실제로 새를 보지는 못했지만 어디선가 조잘대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낭랑한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니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도 들린다. 아마 뜬봉샘부터 내려오는 물인가 보다.

곳곳에 새들이 짓고 살던 둥지가 있다.(왼쪽부터 어치, 딱따구리, 할아버지의 입 속에 둥지를 튼 동고비)


산을 오르는 수많은 계단 옆에는 곳곳에 꽃이 피었다. 물이 말라버렸는데도 아직 생생한 창포부터 수줍은 듯 땅을 바라보고 있는 때죽나무, 수국처럼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화려하게 주변을 장식하느라 헛꽃을 피우고 있는 백당나무까지 곳곳에 꽃이 피어 있어 발걸음이 가볍다.

떼죽나무(중), 백당나무(우)

자작나무는 추운 지방에 자생하는 나무라 북한이 남방한계선이라는데 이곳도 날씨가 꽤 추운지 자작나무를 심어 놓았다. 2000 년도에 어떤 마을 주민이 2,000 주를 심었다는데 지금은 1900 주 정도 살아남았다. 그 후 이곳이 국가 생태관광지가 되면서 입구 쪽에 자작나무를 더 심었다고 한다.


쉼터에 있는 나무를 보면 가운데 있는 소나무는 가지가 없이 하늘 높이 키가 큰데 비해 주변 나무는 많은 가지를 사방으로 벌리고 있다. 이는 가운데에 있는 나무가 옆에 있는 나무를 가리지 않으려고 영양 공급을 하지 않으며 스스로 가지를 떨어뜨린 것이라 한다. 자작나무도 이처럼 스스로 가지를 떨구어 나무에 많은 옹이가 있는데 마치 사람의 눈처럼 보인다.


자작나무 아래에는 구절초가 한참 크고 있다. 가을에 구절초가 피면 이곳은 온통 하얗게 빛날 것 같다. 자작나무 꽃말이"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하니 가을에 구절초가 피거나 겨울에 하얀 눈이 내렸을 때 다시 방문하면 좋겠다.



드디어 뜬봉샘에 도착했다. 이곳은 조선 태조 이성계에 관한 설화가 전해지고 있는 곳이다. 태조 이성계는 나라를 얻기 위해 산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으려고 먼저 신무산 중턱에 단(壇)을 쌓고 백일기도에 들어갔다. 백일째 되는 날 새벽, 단에서 조금 떨어진 골짜기에서 오색 찬란한 무지개가 떠오르더니 그 무지개를 타고 봉황새가 하늘로 너울너울 떠나가며 "새 나라를 열라"는 계시를 받고 바로 골짜기에 가보았더니 조그만 옹달샘이 있었단다. 이후 이 샘은 봉황이 떠올랐다 하여 뜬봉샘이 되었다.

풀숲 아래 있는 옹달샘은 생각보다 크기도 작은 것이 그런 역사적 사실이 있었는지 의심이 들 지경이다. 물 한 줌 떠서 맛을 보니 생각보다 시원한 데다 맛도 그만이다. 이렇듯 이 부근에는 상이암 은수사 등 태조 이성계와 관련된 장소가 많다.


내려올 때는 방향을 달리하여 계단이 아닌 옆의 숲길로 내려왔다. 경사가 좀 있긴 하지만 숲이 터널을 이루고 있어 상쾌하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 탄핵이니 내란이니 하며 꽤나 나라가 어수선하더니 선거를 통해 새 대통령이 탄생했다. 제발 하루빨리 정치 경제가 안정되었으면 좋겠다. 대통령은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 많은 국민들을 편하고 잘 살게 해 주는 정치적 리더라는 것을 꼭 명심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성계가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울 때 바로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수분마을에 또 샘물이 솟는 곳이 있다. 맛을 보니 약간 쇠맛도 느껴진다. 그전에는 물의 양도 많아 마을 사람들은 식수 외에도 이 물로 고추장도 된장도 김장도 담아 먹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앞쪽의 공터는 빨래터라 다들 모여 집안 이야기도 하며 빨래를 같이 했다고 한다.


1866년 병인박해 때 피신한 신자들이 수분 마을로 모여들면서 설립한 수분 공소는 인근의 장수와 장계로 성당을 내는 산파 역할을 한 곳이지만 요즘은 주민 수가 줄어 한 달에 한 번 신부님이 오셔서 미사를 보는 정도란다. 학교도 없던 산지 마을의 아이들을 위해 소학교로도 운영이 되었던 곳이다. 오랜 세월을 지켜보던 은행나무는 요즘도 가을이면 엄청나게 은행을 맺는데 두 그루 중 하나는 얼마 전에 고사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께서 준비해 주신 밥상은 정말 정성이 가득했다. 수저를 놓을 때도 바닥에 그냥 놓은 것이 아니라 칡 잎새를 깔아주는가 하면 쑥개떡에는 곰돌이 모양이 새겨져 있다. 귀엽게 생긴 전은 방이 잎을 된장으로 양념하여 독특한 맛을 냈다. 가볍게 산행도 마친 후라 우리는 게눈 감추듯 밥을 먹었다. 떠나는 우리를 향해 손까지 흔들어 주시는 통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살아있는 풍경도 만나고 마음의 번잡함도 내려놓고 싶다면 장수 천리길에 있는 뜬봉샘에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산책길도 주차장부터 편도 약 1.7 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아 그다지 힘들지 않았고 등산로도 아주 잘 정돈되어 있다. 집 안에 고민거리가 있다면 뜬봉샘에서 기도를 드려보면 어떨까? 혹시 태조 이성계처럼 어떤 계시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성계역사탐방 #다시만난영웅 #태조이성계 #조선왕조의본향 #조선개국의서광 #조선의건국 #전북_조선국난극복의중심 #전북특별자치도 #로컬콘텐츠연구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