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왕의 기도처인 상이암에 가면 내 소원도 이뤄질까?

고려 태조 왕건, 조선 태조 이성계, 건국 설화, 성수산

by 마미의 세상

치즈로 잘 알려진 임실의 주산은 성수산이다. 덕유산에서부터 회문산으로 뻗어간 노령산맥에 있는 성수산(876 미터)의 형세는 마치 아홉 마리의 용이 서로 여의주를 차지하려고 몰려드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여의주에 해당하는 곳에 상이암이 있다. 이곳에서 여덟 명의 왕이 나올 곳이라더니 두 명의 왕이 탄생했다. 바로 고려 태조 왕건과 조선 태조 이성계다.


성수산 휴양림 주차장에서 2.7 킬로미터 오르막 길은 가파르기는 해도 청랑한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걷기 좋다. 하지만 마지막 300여 미터의 구간은 경사가 무지 가파르다. 자동찻길이 아닌 숲으로 오르는 길에는 큰 돌탑이 있다. 돌 하나하나 쌓으며 사람들은 소원을 빌었을 게다.

상이암 여의주 바위를 주민들은 구룡바위라 하고 스님은 향로봉이라 한다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있는 여의주 바위 위에서 두 왕은 백일기도를 올렸을까?


상이암 전경


두 태조가 나라를 바로 새로 세우고자 했을 때 이 나라는 난세였다. 왕건이 살던 때는 신라, 후백제, 후고구려로 나뉘어 서로 싸우고 동맹을 맺기도 하며 혼란의 시대를 겪고 있었다. 반면 고려말에는 왜구의 침입이 잦았고 권문세족들은 악행이나 저지르는 있어 백성들은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왕건은 송악 해상무역으로 돈을 많이 벌었던 호족 출신이고, 이성계는 함경도에서 활을 잘 쏘는 무사 출신이다. 둘 다 중앙의 기득권과 멀리 떨어진 지방 출신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국제정세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자 마음먹었다.

이때 두 영웅을 도와준 사람이 있었다.

고려 때 도선은 성수산을 살펴보더니 천자를 맞이할 성지임을 알고는 여의주 바위에서 백일기도를 드리라고 권하였다. 왕건은 백일기도를 드리고 관음보살의 계시를 받아 삼한을 통일하며 고려를 건국하였다. 왕건이 백일기도를 드린 후 부처님의 영험을 얻어 기쁜 마음이 일어 바위에 '환희담'이라는 친필을 새겼고 도선은 이곳에 도선암을 세웠다.


고려 태조 왕건의 환희담은 계곡을 정비하다가 큰 바위에서 거의 마모가 된 글씨를 발견하여 글씨 부분을 절개하여 칠성각 앞에 모셨다.


이성계에게는 무학대사가 있었다. 황산대첩에서 왜군을 크게 물리치고 돌아가다가 무학대사로부터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올리라는 권유를 받았다. 백일기도를 올리고는 3일 동안 목욕재계 하는 동안 동자승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바로 부처였다는 것을 깨닫고는 세 글자를 새겼으니 바로 '삼청동'이다. 이날 신광이 하늘을 꿰뚫고 서기가 공중에 서리면서 한 가닥 무지개가 하늘로 뻗히며 소리가 세 번 들렸다고 한다.

'이공은 성수만세를 누리라'

그 후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을 하며 조선 건국의 대업을 성취했다. 태조가 소리를 들었다 하여 도선암을 상이암으로 고쳤고 태인 현감 손병호는 삼청동비를 어필각을 세워 모셨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삼청동비
바위에는 기를 받고 기도한 사람들의 이름이 여기저기 새겨져 있다.

청실배는 산돌배나무와 비슷한 종으로 집 근처나 산에서 자란다. 옛날에는 과일이 흔치 않아 사찰을 지을 때 배나무를 심어 과실이 익으면 불전이나 영전에 바쳤는데 이성계가 백일기도를 드리며 심은 청실배나무는 600 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봄이면 꽃을 피워 암자를 밝게 비춰 준다고 한다.


상이암 무량수전 앞에 하늘을 향해 높이 올라간 나무는 화백나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나인 듯 보여도 나뭇가지가 아홉 개다. 아홉 가지의 의미가 구룡쟁주의 기운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600년 된 청실배나무(좌)와 120년 된 화백나무(우)


화백나무에 두 손을 대고 열심히 기도하는 분이 있다. 순간 나도 달려가 소원을 빌어보고 싶었다. 왕이 새롭게 나라를 세우겠다는 큰 원도 이루게 해 주셨으니 나의 사소한 집안 대소사를 비는 기도쯤이야 쉽게 들어주시지 않을까?


이곳이 입소문을 타는 바람에 팔공산의 갓바위 못지않게 대입 수능을 앞둔 학부모 등 사람들의 기도처가 되고 있다. 몰려드는 수많은 사람들을 맞기 위하여 거액을 들여 오래된 시설을 철거하고 왕의 숲의 위상에 맞는 시설도 조성하고 국민여가 캠핑장과 숲 속 야영장에 이어 휴양관까지 갖추었다고 한다.


성수산 정상까지 올라가면 주변의 마이산 팔공산 덕태산 선각산까지 조망이 가능하다고 하니 등산 코스로도 그만이다.


#이성계역사탐방 #다시만난영웅 #태조이성계 #조선왕조의본향 #조선개국의서광 #조선의건국 #전북_조선국난극복의중심 #전북특별자치도 #로컬콘텐츠연구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태조 이성계의 건국설화가 깃든 뜬봉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