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매화마을의 축제는 끝났지만!

광양 매화

by 마미의 세상

3월도 벌써 하순으로 접어들었지만 아침저녁으로 옷깃으로 스며드는 바람은 꽤 차다. 겨울 외투를 아직은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는데 아파트 앞마당에는 산수유와 매화 목련이 벌써 꽃망울을 터트렸다. 그 여린 모습이 하도 예뻐 자주 들락거리다가 갑자기 광양의 산자락을 하얗게 덮은 매화가 떠올랐다.


새벽 5시, 무턱대고 길을 나섰다. 캄캄한 새벽부터 나온 것은 거리가 멀기도 하려니와 일찍 도착해야 주차가 수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한참 졸다 창밖을 보니 어둠 속에 하얗게 빛나는 것이 있었다.

'눈이 내렸나?'

잠시 후 그것이 서리라는 것을 알았다.

'꽃구경을 가는데 서리라니?'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안개도 얼마나 자욱하던지 내내 비상등을 켜고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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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휴게소에 들렀다. 강아지와 함께 휴게소 한 바퀴를 돌다 '오수'라는 간판을 보자 가슴이 저릿하다.

"술 취한 주인이 들판에 누워 잠이 들었을 때 마침 마을에 불이 났다. 그 주인을 구하기 위해 강아지는 몇 번이나 냇가에 뛰어가 자기 몸을 적셔다가 주인에게 물을 묻혀 불로부터 주인은 살리고 강아지는 죽고 말았단다. "

'우리 달콩이도 저런 상황이 오면 엄마를 구할 생각을 하려나? 그저 짖기만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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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축제장으로 가는 길은 온통 매화나무뿐이었다. 꽉 막힌 길을 뚫고 굳이 매화마을까지 가야 되나 싶다가도 산 한쪽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팝콘 같은 꽃송이와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을 이 봄에도 꼭 보고 와야겠기에 참고 기다렸다. 문제는 주차였다. 이미 둑방은 가득 차서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빈자리는 없었다. 겨우 1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차를 대고는 축제장까지는 걸었다.


'왜 우리나라 축제장에는 저렇게 음악을 크게 틀고 뻔한 음식들을 팔고 있는 걸까?'

짜증이 몰려왔다. 거기까지 걸어오느라 벌써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마을로 오르는 언덕길은 출근길의 지하철 역사 같다.

'에고 새벽 5시에 출발했는데...'

그때 한껏 꽃잎을 펼친 매화꽃이 방긋 웃으며 손짓하고 있다. 어쩌면 저렇게 활짝 필 수가 있을까?

사람들은 인증숏 사진 하나 찍자고 길게 줄을 서있는가 하면 다투기까지 한다.

'축제가 끝난 평일에 왔더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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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배기를 오를 때 숨이 턱까지 차서 잠시 쉬다가 한 여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홍쌍리 여사가 시집와서 가진 땅을 보니 척박해서 농사도 지을 수 없는 데다, 황량한 산비탈에는 돌투성이였단다. 그녀는 그 땅에 매화를 심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은 먹거리도 안 되는 꽃을 심는다고 타박했지만 돌을 주워 밭을 일구고 매화나무를 심고, 산길을 닦고 계단을 만드느라 그녀의 손에는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하지만 매화꽃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어 열매인 매실이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였다. 그 결과 매실청, 장아찌 발효식품 등을 고안해 냈고 상품화까지 시켜서 그녀는 명인이 되었다.

게다가 봄이면 이토록 화려한 관광지가 되어 만인에게 힐링의 장소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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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꽃을 보며 맘껏 웃으며 봄을 즐기고 있다.

"꽃은 사람을 부르고, 사람은 마을을 살린다."

그녀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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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아마 열흘은 더 가지 않을까? 축제가 끝나고 꽃비가 내리는 광양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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