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미의 세상 Oct 06. 2018

핑크 뮬리로 유명한 카페

순례자의 교회, 천왕사 , 이호 태우 해변

핑크 뮬리로 유명한 카페 "마노르 블랑"을 찾은 것은 아침 9시가 되기도 전이었다. 꽁지머리에 구십 도로 인사하며 친절하게 안내하는 사장님 덕에 우리는 아무도 없는 정원에 첫 손님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여기저기 많이 심어 놓았지만 처음 핑크 뮬리 정원을 만드느라 오 년이나 걸렸다는 사장님, 년간 450시간이나 풀을 뽑아야 했고 더운 여름날 하루 두 번이나 샤워를 하며 키워내었다는 핑크 뮬리는 지금 한창이다. 며칠 전 다녀간 관광객이 뭉개 놓은 화단 앞에서 속상해하는 그를 보며 내가 한 것도 아닌데 공연히 미안해졌다.



핑크 뮬리 안에서, 잔디밭에 놓인 하얀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우리 가족들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본다.





한~참 동안이나 셀카를 찍은 후 실내로 들어가서는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대한 오디오 시스템은 아마도 엄청 고가인 것 같다. 우리를 위해 음악을 틀어 주시자 쩌렁쩌렁 울리는 음감에 금방 압도당하고 만다. 또 여사장의 취미인 듯 세계 곳곳에서 사들인 유명한 찻잔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요즘은 핑크 뮬리 때문에 고객이 많아 테이크아웃 잔에 차를 준비해 주지만 한가할 때는 자기가 원하는 예쁜 잔에 차를 만들어 준단다.



가슴을 울리는 음악에 빠지고 향기로운 차맛에 빠지고 아름다운 경치에 빠진 우리는 카페를 떠날 줄을 몰랐다.


주소

서귀포시 안덕면 일주서로 2100번 길 46


한경면 용수리 올레코스 13코스에 있는 순례자의 교회는 세평이 채 안 되는 작은 교회로 담임 목사도, 출석하는

교인도 없다. 그래도 이곳을 찾는 이는 하루 평균 50여 명이나 되고 세 명중 한 명은 비그리스도인이라 한다.

세 명이나 앉을까? 작고 앙증맞은 교회에 들러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주소

제주시 한경면 일주서로 3960-24


애월에서 오라동 메밀밭 가는 길에 삼나무 숲이 빽빽한 이차선 도로를 만났다. 천왕사 가는 길이다. 우리는 모두 그곳을 가리켰고 잠시 차에서 내려 걷기로 했다.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울창한 숲길에 무슨 의식이라도 행하듯 천천히 한 발자국씩 걸음을 옮겨본다. 상쾌한 나무 향이 온몸을 감싸고돈다. 아스팔트 길이  아니라 흙길이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끝이 보이질 않는 길, 다리가 아파질 즈음 센스쟁이 남편이 차를 가지고 내려왔다. 휴~~ 




대웅전이다. 마치 산이 법당을 안은 듯 온통 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오로지 풍경소리와 우리 발자국 소리뿐이다. 이 절은 가수 효리가 적극 추천한 절이라고 하니 한 번쯤 들러 입구의 삼나무길을 걸어보자.


주소

제주시 1100로 2526-111


물 빠진 갯벌을 돌아다니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이호 태우 해변에서는 시커먼 구름만 보고 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오늘도 우리를 반갑게 맞는 것은 강아지 '만두'다. 워낙 강아지를 좋아하는 작은 딸은 벌써 만두와 친해져 둘이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었다. 밥을 먹으라고 몇 번을 부른 뒤에야 올라오는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우리가 키우던 강아지를 잃어버린 것이 나였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러 나가느라 잠시 열어둔 문으로 가출한 '다롱이'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다지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뒤로 하얀 강아지만 보면 그 녀석 생각이 난다.

저녁을 먹은 후 우리 부부는 엄청 코를 골았나 보다. 한밤중에 도저히 더 이상 같이 잠을 못 자겠다고 화를 내며 작은 딸이 자동차로 내려가 버렸다. 방을 하나 더 얻었어야 했나??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나라 최남단 섬 마라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