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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12. 2018

오징어 한 마리

이도 좋지 않은 나는 왜 그렇게 오징어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짭조름한 맛과 씹는 맛 때문일까?  어느 스님께서 법문 중에 오징어를 먹지 말라 신다. 산채로 잡아다 잠시 놔두면 제 성질에 금방 죽어버린단다. 오징어를 그렇게 좋아해서 내 성격도 오징어처럼 지랄 맞아졌을까?


가격도 착한 오징어가 작년부터인가 서서히 오르더니 요즘은 가격이 두 배 정도 올랐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다가도 들었다 놓기를 몇 번. 가족 다들 좋아하지 않는 나만의 군것질 거리를 냉큼 사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추석날 친지에게서 오징어 몇 마리를 얻어왔다. 몇 날 며칠 동안 행복했다. 그리고 남은 한 마리의 오징어 몸통은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두었다.


저녁 늦게 귀가한 큰 딸이 출출한지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더니 고이고이 숨겨놓은 오징어를 찾아내었다.

"엄마 이것 먹어도 돼?"

".... 에고 내가 아끼고 아껴 남겨둔 것인데..."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딸내미는 날름 먹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날부터 그다음 날까지 작은 애와 남편을 붙잡고는 큰 딸의 소행(?)을 이야기하며 분개하였다. 

엊저녁 저녁식사를 마친 우리 가족이 TV 앞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헉! 오징어 한 축이 포항부터 배달되어 왔다" 

몸통 하나 먹었다고 원망하였더니 그 비싼 오징어를  한 축이나 배달을 하였다. 속 좁은 내 행동이 미안하여 잘 먹겠다고 문자를 해야 하나 하고 망설이고 있을 때 딸로부터 카톡이 왔다.

"엄마 오징어 배달 왔지? 냉장고 열어보면 콜라도 사다 놨어요"

이궁~~~

이런 엄마가 또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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