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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14. 2018

미투 뉴스로 멍드는 남편

올해는 미투 사건으로 시끄러운 한 해였다. 뉴스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성추행, 성폭력 사건, 이제는 정말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싫다. 종류도 가지가지, 연령대도 다양한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딸들과 나는 애꿎은 남편을 보며,

"당신 저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엄마, 세상의 고추들이 문제라니까!"

나도 듣기 민망한 고추라는 단어를 들은 남편은 얼굴까지 벌게진 채 그저 아무 말도 못 하고 죄인처럼 TV만 바라보고 있다. 그 뉴스가 끝나도록 남편은 우리의 흥분된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아마도 꽤나 힘든 한 해였을게다.


흥분한 딸을 바라보며 그 아이 어렸을 때의 일이 스쳐갔다.

힘든 친정 엄마에게 딸 둘이나 키우게 하기가 어려워 선택한 것이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출산 휴가가 끝나자, 출근할 때 그 집에 맡겼다가 퇴근할 때 집으로 데려 오는 일은 3,4년이나 지속되었다. 아들 하나만 있는 그 집 남자는 우리 둘째를 휴일까지 데려가도 되냐고 하며 아주 귀여워하였다.


그 당시 직장에서 책임자로 승진한 나는 둘째에게 그다지 신경을 써줄 틈이 없었다. 매일매일이 엄청 바빠 퇴근해서 돌아오면 쓰러져 자기도 바빴다. 그런 상황에 우리 아이를 그렇게 귀여워해주는 그들이 고마워 그녀에게 금팔찌도 만들어다 주는 등 나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를 데리러 가자 퇴근한 그 집 남자가 우리 딸을 목욕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남편도 목욕을 안 시켜주는데... 그 당시 시끄럽던 유아 성추행 뉴스가 오버랩되면서 찜찜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 나는 더 이상 아이를 그곳으로 보낼 수가 없어 아이를 놀이방으로 옮겼다.  그 부부는 이유도 모른 채 황당하였을 것이나 그 이유는 말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것 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동네 사람들과 친분이 좋은 그들은 내가 퇴근해서 아이를 데리러 그 집에 가면 다른 집으로 우리 아이까지 데리고 가서 모임을 하는 것은 다반사요,  테니스장 코트 흙바닥에 앉아 있는 딸을 데려오는 날도 늘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나는 둘째 때문에 한~~ 참을 고생해야 했다. 갑자기 환경이 달라진 탓에 '기계치'라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 시계 소리 등 기계의 소음을 듣지 못하게 된 것이다. 밤새 우는 통에 모든 가전 기계 꺼놓고 안고 있어야만 했다. 

아마도 멀쩡한 사람을 의심한 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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