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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호 Jun 12. 2017

애플, 제4차 산업 혁명을 선언하다!

WWDC 2017 키노트를 보면서

지난 칼럼인 ‘애플, 과연 아이폰 8에 인공지능 칩을 탑재할까?’가 이번 칼럼의 프리퀄 성격으로 작성했는데, 흥미스럽게도 비슷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WWDC 2017 키노트는 제가 예측한 것보다 훨씬 더 애플이 아이폰을 너머 제4차 산업혁명으로 내딛기 위한 첫 발걸음을 준비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그 근거가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애플은 지금 제4차 산업혁명인가?

먼저 WWDC 2017 키노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애플이 제4차 산업혁명을 선언했다는 것은 순전 저의 아이디어입니다. 위키피디아에서 정의된 애플 연대기와 달리, 저는 애플의 연대기를 조금 다르게 4세대로 나누었습니다. [참고 1]


먼저 첫 번째 그 근거로, 아이폰 플랫폼을 벗어 나,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애플은 자기들의 팬덤인 개발자 커뮤니티에 먼저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 예로 제4 세대로써 가상현실과 증강 현실, 인공 지능 등등 차세대 아이폰이 갖추어야 새로운 혁신 요소들을 대거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KPCB에 나온 메리 미커의 2017 인터넷 트렌드 의하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스마트폰 혁명 시기를 저는 제3차 혁명 시기로 두 번째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애플이 현재 제4 세대 혁명인지 알아봅시다!  


[그림 1 - 애플의 혁신 주기]


첫째, 선점형 멀티 태스킹과 드랙 앤 드롭을 지원하는 뉴 아이패드 프로!  

어떻게 보면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은 간단할지 모릅니다. 그들의 생산하고 있는 하드웨어는 유료로 판매하고,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도 무료로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맥 OS는 클라이언트 운영체제부터 개발도구, 오피스 도구인 키노트, 페이지, 넘버스 등등 모두 무료로 제공합니다.


이러한 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즈니스 모델과 정면 대치되곤 합니다. 왜냐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유료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지난 5월 초 개최된 빌드 행사에서 윈도 10 운영체제(이번 가을에 새로운 업데이트 예정)를 앞세워 뉴 서피스 프로와 서피스 스튜디오를 내놓았습니다. 이것들은 확실히 애플의 맥북 프로, 맥북, 아이패드의 전선과 맛써 싸우기 위해 좋은 제품들입니다. 따라서 아직 퍼스널 컴퓨팅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림 2: 뉴 서피스 프로와 뉴 아이패드 프로]


그동안 애플은 PC 운영체제와 비교할 때 부족했던 선점형 멀티태스킹을 이번 WWDC 때 10.5인치 뉴 아이패드 프로를 내놓으면서 앱 들간의 자유자재로 스위칭할 수 있고, 화면을 나누어서 볼 수 있는 스필릿 뷰 확대, 그리고 심지어 아이템을 드랙 앤 드롭(Drag & Drop)으로 옮길 수 있는 휴먼 인터페이스의 혁신을 보여줬습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두 공룡은 퍼스널 컴퓨팅 계의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와 같습니다. 파운더인 빌 게이츠와 고 스티브 잡스부터 운영체제인 윈도와 맥 OS, 그리고 최근 뉴 서피스 프로와 뉴 아이패드 프로! 둘 다 모두 사용자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손가락 터치를 지원하고 펜을 지원하며 풀 멀티태스킹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써 가장 격전지는 뉴 서피스 프로뉴 아이패드 프로라고 보아집니다. [그림 3 참조]


[그림 3 -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기기 변곡점]


왜냐하면, 스크린 크기에 따라 두 공룡의 제품의 변곡점(Inflection Point)으로 만나는 곳이 뉴 서피스 프로와 뉴 아이패드 프로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부연 설명하자면, 마이크로소프트는 PC부터 노트북, 서피스 등등 스크린 사이즈가 점점 작은 것으로 확대 공략하기 시작했고, 반대로 애플은 아이폰부터 아이패드, 맥북까지 스크린 크기가 점점 큰 것으로 재진입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를 합병함에도 불구하고 윈도폰은 시장에서 거의 실패를 맛보았으며, 애플은 PC나 노트북에 비교해 맥프로나 맥북의 점유율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많은 호사가들이 아이패드가 노트북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뉴 아이패드 프로는 그러한 PC 노트북의 장점을 대거 희석시켜 놓았고, 심지어 맥북과 흡사 닮아 가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입니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첫 번째로 애플의 4차 혁명을 나타내는 징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둘째, 맥 PC 게임, VR/AR 시장에 침투하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게임 전선으로 옮겨 가보면, 공교롭게도 저는 몇 달 전 맥에서도 스타그래프트 게임이 포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실 국내의 PC방에서는 여전히 PC 게임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메탈 2(Metal 2) 프레임워크를 통해 점차 맥 진영에서 PC 게임 시장으로 침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점이 두 번째 징조로 보아집니다.   


그동안 맥프로나 맥북들은  GPU가 PC 보다 떨어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오큘러스 창업자인 팔머 러키마저도 맥은 GPU를 지원하지 않아 맥용 오큘러스를 출시하기 힘들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WWDC에서 애플은 이러한 문제점을 외부의 eGPU로 잘 알려진 외장 그래픽 유닛 키트를 통해 해결하였고, 또 다른 한 가지는 괴물 스펙을 가지고 나온 맥 프로를 통해 솔루션을 제시하였습니다.


맥 프로는 울트라 고사양으로 전문가적으로 3D 그래픽의 렌더링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내놓았는 데, PC 전용인 하드코어 3D 게임과 가상현실용 게임 콘텐츠를 맥 사용자들도 개발 가능해졌습니다.       


[그림 4 - VR 데모로 스타워즈 가상현실과 아이폰에서의 AR 데모]


더욱이 혼합 현실(MR)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던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나 스펙터클이라는 안경용 카메라 회사로 발돋움한 스냅(Snap), 향후 페이스북 글래스를 만들려는 증강현실 시장에서도 애플은 ARKit를 발표하면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회사들은 새로운 장치를 새롭게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반면에 애플은 현재 가장 많이 팔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가상현실 기기로 새롭게 구입할 필요 없이 증강현실 시장을 진입하는 경쟁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론 가까운 시기에 애플이 증강 현실용 글래스를 내놓을 것이라는 밑밥을 깔기에 이번 WWDC 키노트는 충분했습니다만 아직은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애플의 차세대 인공지능 플랫폼, 코어 ML

비록 애플 인공지능 칩인 애플 뉴럴 엔진에 대한 이야기는 조사해 본 결과 그 어떤 세션에도 없었지만, 애플은 새롭게 개발자들에게 코어 ML(CoreML)과 비전(Vision)이라는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를 소개했습니다. 키노트에서는 끝마칠 시간에 쫓겨 대충 넘어가 아쉬웠지만 개발자 세션에서는 좀 더 상세하게 소개되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머신 러닝 서비스인 윈도 애저나 아마존, 구글과 달리 애플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애플 워치, 애플 TV 등등에서 직접 실시간 머신러닝을 처리하도록 만드는 것이 세 번째 징조입니다. 놀랍게도 이 코어 ML은 현재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로 구성된 카페나 케라스와 같은 다양한 머신 러닝 모델들을 파이선으로 된 코어 패키지 도구로 일종의 래퍼 클래스로 변환해 줍니다. 그리고 이 모델 클래스를 xCode 개발도구를 통해 iOS 개발자들에게 쉽게 메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림 5 - 코어 ML의 머신러닝 모델 지원]


비전과 코어 ML은 사람의 얼굴을 인식(Face Dectation)하거나, 감정 등을 잡아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자연어 처리(NLP)를 통해 키보드에서 문맥상의 단어나 문장을 추천해 주거나, 손글씨를 텍스트로 변환해 줍니다. 그 외에도  사물들을 인식하고 해석할 수 있으며, 사람의 목소리를 식별할 수 있도록 제공해 줍니다.


원 모어 씽! 홈팟은 AI을 위한 것인가? 아닌가?   

루머대로 이번 WWDC 2017 키노트 맨 마직막에 소개된 것은 홈팟(HomePod)이라는 애플의 인공지능 스피커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홈팟은 아마존 에코 및 구글 홈과 같이 AI 중심이 아닌 인간의 감성 중심으로 가정용 사운드 시스템 시장을 첫 타깃으로 한다는 것이 네 번째 애플이 4차 혁명으로 진입하기 위한 것이다고 생각합니다.   


[그림 6 - 홈스팟 내부사진]


그 근거로 스피커 내부에 저음 스피커 1개와 고음 스피커 7개뿐만 아니라 6개의 마이크로 어레이, 7개 트위터까지 그야말로 하나의 중소형 오디오라고 볼 수 있는데, A8 칩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오버 스펙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코나 구글 홈 보다 가격대 조금 더 비싼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WWDC 키노트에서 애플이 홈팟의 가능성에 대해 뒤로 숨기고 있는 것이 많다고 보아집니다. 한편, 현장에서 직접 음악을 들었던 기자들은 홈 사운드 시스템인 소노스(Sonos)허먼 카돈의 중소규모의 스피커보다 음장이 좋다고 감상평을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애플은 애플 워치가 스위스의 수많은 고급 시계들을 디지털화시킨 처럼 홈 오디오 시장에서도 디지털화 변신을 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더욱이 작년 허먼 카돈을 합병하고 시리를 개발한 창업자들이 애플을 나와 새롭게 창업한 빅스비(Bixiby)를 가진 삼성전자에게 이 홈팟은 어쩌면 스모킹 건(Smoking Gun)으로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허만 카돈은 MS 코타나나 KT의 기가 지니와 같이 OEM만 제공했는데, 이제는 삼성전자 브랜드를 가진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홈 스피커 시장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냉장고나 세탁기, TV 등과 결합하여 홈 허브로써 복합 연동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애플은 홈킷을 통해 아이키아(IKEA)와 파트너 협력을 하여 전등을 커고 끄고 커튼을 열고 닫는 기능을 시리 음성 기반으로 시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애플은 비록 인공지능을 사용하지만 타 기관으로 정보 제공을 원천 봉쇄를 하는 시나리오를 이 홈팟을 통해 제공하려고 합니다. 요점은 홈팟의 음성 데이터와 사용자 ID를 처음 6개월 간만 연동시킨 후, 6개월 후에는 ID 정보를 제거하고 음성 데이터만을 2년간 저장하여 시리의 성능 향상에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따라서 6개월 이후에는 사용자 ID와 음성 데이터 매칭이 어려워 정부가 요청을 해도 “찾을 수 없다”라고 제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AI 퍼스트 아닌 휴먼 퍼스트로! (Human First, not AI First)

사실 이번 WWDC 2017는 봄에 정규적인 행사를 진행했어야 하지 못한 관계로 새로운 하드웨어 발표와 개발자를 위한 소식을 전하고자 하다 보니 3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의 키노트를 진행해서 애플이 그토록 잘하는 '왜?'라는 의문을 해결해주지 못했으며, 너무라도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업데이트하다 보니 초점을 잃지 않았나 저는 비평을 해 봅니다.   


또한 몇몇 전문가들은 애플이 혁신 딜레마에 빠지지 않았나 걱정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번 WWDC 키노트는 ‘아이폰을 넘어선’ 그 무엇을 애플도 많이 고민하고 있구나 느꼈습니다. 또한 개발자들에게 그러한 다가 올 미래에 대해 먼저 준비하라는 암묵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보아집니다.


전체적으로 바라볼 때,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처럼 향후 인공지능이 자사의 제품과 사회 전반 측면에서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끼칠 것인지 스피치 하는 것보다, 애플은 그 인공 지능을 사용하는 소비자들, 즉 사람에게 불편함 없이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가 중점을 둔 애플의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 얼마나 시장에서 이번에도 핏(Fit) 할지 함께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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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애플의 혁신 주기 부연 설명

제가 주장하는 제1차 애플 산업혁명 시기는, 1976년부터 1996년까지 애플에게서는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창업하고 스티브 잡스가 이사회에서 쫓겨 나가던 때라고 생각합니다. 창업 당시 애플 컴퓨터부터 매킨토시 성공까지 PC를 스티브 잡스 방식 만으로 재정의해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으나, 지금의 아이패드 모태라고 할 수 있는 1992년부터 애플은 펜라이트(Penlite) 이름으로 펜 기반 컴퓨터를 출시했고, 뉴튼(Newton)이라고 부르는 개인 디지털 비서(PDA)까지 시장에 내었지만 시장의 참패를 맞보았고, 신규 프로젝트 때 막대한 예산을 쓰는 바람에 파운더인 스티브 잡스가 자기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후, 제2차 혁명 시기는 스티브 잡스의 많은 영화에서 소개되었듯이 인도 여행을 다녀온 후, 스티브 잡스가 NeXT와 Pixar와 같은 독립 회사를 준비하면서 지금의 애플이 성공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던 맥 OS, iOS, 오브젝티브 C를 포함한 xCode 개발도구 등등, 새로운 플랫폼을 들고 애플에 다시 복귀한 후, 수석 디자이너 죠나단 아이브와 공급 체인 달인 팀 쿡과의 삼총사 체제를 이룬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제3차 혁명 시기는 아이팟 터치에 통신 모듈을 결합시킨 실험체가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한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서류 봉투에서 맥북 에어를 꺼내어 세상에서 가장 얇은 맥북을 보여주던 데모로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애플의 부흥기라 볼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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