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크런키 러너의 러닝 일지 [7월 4주 차 러닝]
뉴스엔 장마로 인한 피해 소식이 들려오는 한주였다. 부산 같은 경우는 지하 주차장, 지하철 등이 침수되었다고 하니 정말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오긴 왔나 보다. 침수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해 기도를 해야겠다.
나도 내가 계획한 러닝 하는 날(화, 목, 토)에 하지 못했다. 화요일에 뛰는 날이었는데 뛰지 못했다. 주중 첫 러닝을 생략하니까 두 번째 러닝도 뭔가 귀찮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비가 많이 오고, 비가 잠깐 그친 상황에서도 '곧 비가 올 거야..', '땅이 질어서 뛰면 안 돼..' 등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다. 글러먹은 정신상태다.
러닝을 안 하는 대신 러닝 관련 영상을 이것저것 살펴봤다. 무릎과 관련된 영상을 많이 찾아봤고, 기록 단축이 안되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단축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5km 기록 단축 프로그램, 인터벌 훈련, 호흡법 등을 배웠다. 적용해보려고 했지만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괴리를 느꼈다.
저녁시간에 산책로를 달리다 보면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강아지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견주분들의 매너, 교육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 또한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법이다. 씩씩 거리며 뛰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앞에서 "왈! 왈! 왈왈!" 짖는 강아지가 튀어나왔다. 갑자기 발견하게 된 이유는 주변은 어둑한데 털이 검은 강아지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목줄까지 풀어놓은 상태였고, 견주분은 강아지보다 앞에서 걷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었는데 요즘 강아지로 인해 사고가 많이 발생하다 보니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약간 톤을 높여 견주분께 말씀드렸다. "목줄을 이렇게 풀어놓으시면 어떡해요! 왜 목줄을 안 하세요!"
강아지가 짖으니 견주분이 다가오셨다. 나는 견주분의 말이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아이고, 이 친구는 안 물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화가 많이 났다. 화를 내고 싶었지만 화를 내면 화로 인해서 나를 컨트롤하기 힘들 것 같았고, 화를 낸다고 해서 이 상황이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말을 듣고 멘탈이 뻑나서 4초 정도 가만히 있다가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 "목줄 좀 제발 하세요." 그리곤 나는 다시 달렸다.
러닝을 끝내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이 상황에 대해 복기해봤다.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내가 뛰어서 강아지가 위협을 느껴서 그랬던 거 아닐까? 강아지도 답답했을 텐데 그 순간에 내가 지나간 게 잘못일까? 복잡했다. 나보다 나이 많으신 분께 언성을 높인 것도 죄송했다.
개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