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감량에 관하여
클라이머들의 몸을 보고 내가 왜 헉헉거리며 쉽게 떨어지는지 이유를 알았다. 키는 나와 비슷하지만 몸무게가 거진 10-15kg은 차이가 난다. 단순히 체중으로만 따진 것이고, 근력은 당연히 비교 불가의 영역이다.
근력은 살을 빼는 것보다 더욱 힘들고 오랜기간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일단 체중을 줄이는 일이 급선무였다. 두 팔이 78kg를 견디는 것과 60kg을 견디는 건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살을 집중적으로 빼면 근육도 빠질 것이지만 살을 빼는 게 먼저였다.
클라이밍을 시작한 시점과 러닝을 하게 된 시점이 비슷했다. 러닝을 좀 더 일찍 시작했는데 다행히 러닝이 살을 빼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엔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가서 천천히 3km를 반복해서 뛰었다. 식단도 관리를 했다. 저녁은 계란 2알 고구마 무스 정도만 먹고,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다. 아침은 과일주스로 해결했다. 그렇게 매일 반복하면서 몸을 깎아 나갔다.
현재 63kg를 유지하고 있다. 70kg 때 홀드를 잡았을 때, 그리고 지금 몸무게에서 홀드를 잡았을 때 팔이 받는 압박감은 어나더유니버스다. 살을 빼면서 근력운동은 꾸준히 했다. 일주일에 4번은 클라이밍센터를 방문해서 홀드를 잡았고, 보조 근력운동을 무조건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운동했다.
집사부일체에 나오는 이승기씨의 말을 듣고 공감한 적이 있다. 강박적인 운동.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평소에 꾸준히 해오던 운동을 다른 스케줄로 인하여 못하게 되거나 원래 해야 하는 시간에 못 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찝찝함과 불안함. 루틴이 틀어지면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살을 뺄 때는 운동과 휴식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다. 운동을 매일 하면 근육이 회복할 시간이 없다. 어제 풀었던 문제가 오늘 다시 풀려고 하니 힘이 딸려 못 푸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휴식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클라이밍은 온 몸을 쓰는 운동이다보니 몸 전체를 쉬어주는 휴식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보디빌더분들도 분할로 운동하는 게 특정 부위에 휴식기를 주기 위해서 나눠서 운동을 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잡지 못했던 홀드가 잡히고, 버티지 못했던 구간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몸을 구부릴 수 없던 동작인데 구부릴 수 있게 되는 그 순간의 짜릿함과 성취감은 그 어떤 말로도 담아내기 힘들다.
다음 홀드 하나 더 잡고 싶다면 몸무게를 좀 더 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