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또한 저에겐 특별한 한 해가 되었습니다. 여동생이 11월 초에 출산을 했거든요.
태어나서 자의로 산부인과에 간 건 처음이었습니다. 평일에 방문을 했는데 글쎄 산모들과 남편들이 꽤 많아서 놀랐습니다.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태어나는구나!!'생각하면서 말이죠. "요즘 출산률이 떨어진다, 결혼을 안 한다"해도 뜻이 있고, 함께 하려고 하는 이들에겐 불필요한 말이더라고요.
동생이 병원에 입원을 하고 촉진제를 맞고 난 이후로 지속적으로 아파하는 모습을 볼 때는 눈물이 났습니다. 매제가 옆에서 함께 해주는 모습을 볼 땐 든든함도 느껴졌습니다.
진통 끝에 우렁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밖으로 들릴 땐 너무나 기뻐서 폴짝 폴짝 뛰었습니다. 이렇게 우렁차게 울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힘차게 울더군요. 매제가 나오고 출산했다며 말을 해줬습니다. 제 동생도 괜찮은지 물어봤고, 다행히 아무 탈 없다고 했습니다. 휠체어를 탄 동생의 모습을 봤을 때는 정말 대단해보였습니다. 평소에는 조금만 다쳐도 기겁사팔하던 애였는데.. 그 큰 고통을 잘 견디며 이겨냈으니 말입니다.
아기를 보여줄 때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하지만 참았습니다. 주책맞아 보일까봐요. 너무나도 신비로워서 넋을 놓고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생명체가 또 어디있을까요. 의사 선생님은 "이 친구 목소리도 우렁차고, 악력도 대단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아, 참고로 이 아이는 여자입니다. 하하하하핳
그렇게 동생과 매제는 휴식실로 가서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습니다. 아무 말도 못 할 줄 알았는데, 저에게 농담도 던지면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렇게 기념일스러운 하루가 마무리 되었고, 집에 돌아와서 하루를 회상하는데 갑자기 '82년생 김지영' 책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출산을 예정 중인 김지영씨가 떠올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p.146부터 김지영씨가 출산을 하는 과정을 잘 서술한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이 제 머릿속에도 그려지더라고요. 동시에 제 동생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혹시 매제가 집안일을 '돕는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어쩌지. 하면서 말이죠. 저도 남자이지만 이 책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집안일을 돕는다가 아닌 집안일을 '같이 한다'는게 중요하다는 걸요. 그리고 저도 현재 혼자 나와서 살고 있는데, 집안일이라는 게 절대 쉽지가 않더라고요. 끝이 없는 게 집안일이라는 걸 느낍니다.
끝부분에서 갑자기 어두워 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이만 글을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조카 사진 한 장 올리고 끝내겠습니다. 이 땅에 발 딛고 계신 어머니들 아버지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