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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소리 Feb 19. 2022

07. 너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내가 기억할게

'우린, 너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어. 너가 아직 개념화하기 어려운 매 순간을 너는 무의식 속에 그림, 소리, 촉각과 같은 감 그 자체로 저장하겠지. 그러니 내가 '언어'로 기록하고 또 기억할게.'




나는 너의 시간을 기록한다.


너가 웃었던 시간

너가 밤에 뒤척였던 시간

너가 내 품에서 잠들었던 시간

너가 앞으로 조금씩 움직였던 시간

너가 목욕을 하면서 즐거워했던 시간

너가 처음으로 뒤집기에 성공했던 시간

너가 내 얼굴을 만지며 나를 바라봤던 시간


그리고 앞으로도 너가 수없이 경험하고 배워나갈 일들과 그 시간들을 내 마음속에, 기억 속에 저장하게 될 거야. 왜냐고? 너가 어느 날 갑자기 지난 너의 모습을 엄마한테 물어볼 수도 있잖아. 그때는 내 눈에 비쳤던 너의 이야기를 잘 들려주어야겠지?


그 시간들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너의 시간들을 기록해. 참 다행이야. 너가 있어서. 오늘 하루도 그냥 흘러갈 뻔했지만, 그 시간들 틈 속에서 내가 잃어버리거나 흘리지 않고, 이것 저것 기억할 것들을 챙기게 되니 말이야.


언젠가 우리 함께, 나의 기억에 기댄 추억들을 조금씩 꺼내서 이야기하는 날이 오면, 가장 아름다운 말로 너에게 전달이 된다면 좋겠어.


음... 그런데 말이야. 세상에 너를 형용할 수 있는,  딱 맞는 말을 못 찾으면 어떡하지? 그땐 엄마가 널 꼭 안아줄게. 혹여나 말로 전달되지 못한 추억들이 있다면, 내 품에 안겼던 기억들을 찾아보자. 말로 표현되지 못한 그 자극과 감각이 엄마를 일깨우거나, 혹은 너에게 알려줄지도 모르지.


그래서 오늘도 난 기억해.

너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내 마음속 깊은 이야기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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