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팔에 말라 붙어버린 콧물이 느껴졌다. 굳어서 딱딱해질 때까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내 것 아닌 아기 콧물인데... 아기는 씻겨도 맘 놓고 나 씻을 시간은 없다. 늘 감사함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나에게 물었다. 육아에 '지치지 않는다'는 게 가능할까?
나는 늦깎이, 노산 엄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단 내 몸을 온전히 챙길 여유가 없다. 내 밥은 못 먹어도 아이 밥은 먹인다. 내가 언제 씻었는지 모르지만 아이를 씻기는 일은 하루에도 여러 번이다. 아이가 밥 먹은 후에는 입과 손을 닦아주어야 하고, 일을 본 후에는 엉덩이를 씻기고, 잠들기 전에는 목욕을 시키니, 따지고 보면 하루에도 최소 4번 이상은 닦인다.
나는 잠이 쏟아져도 말똥말똥 눈 뜨고 있는 아이를 놔두고 잘 수 없지만, 아이는 자기가 졸릴 때 잔다. 심지어 아이가 스스로 뒹굴거리다 잠이 드는 우연은 손에 꼽아야 하고, 보통은 아이를 띠에 메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아이를 재운다. 이때 나도 바로 잘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이를 위해 이유식도 만들어야 하고, 처리하지 못한 일도 해야 하고, 필요한 물건들도 재빨리 구매해야 한다.
물론 아이가 나를 알아봐 주고, 나를 향해 웃어주고, 나를 만져주고,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일도 많다. 그렇지만, '나'를 온전히 챙기지 못한 하루를 보내면, 육아에 지치기도 한다.
오늘은 아이를 재우고 나니, 내 팔에 크게 붙어 있던 콧물이 오늘의 육아가 어떠했노라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사실, 그래도 나는 친정어머니와 남편이 함께 육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나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주문을 외웠던 것 같다.
일을 병행하고 있지만 완전한 독박 육아도 아닌데 힘들다고 말하는 건 배부른 소리 같아서, 입을 닫았다. 그렇지만 남편도 친정어머니도 안 계시는 날, 나 혼자서 아이를 보는 날이면 육아의 현실 혹은 실체가 그 민낯을 드러내었고, 내 안의 임계치가 있다면 그 마지노선을 넘어, 내가 가끔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태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아이는 사랑스럽고 이쁘지만, 점점 크면서 원하는 것은 이전에 비해 더욱 다양해졌다. 아이의 얼굴을 마주 보고 말을 걸어주고, 아이의 놀이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함께 참여하는 지지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아이의 생존과 관련된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일들에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면, 이미 지칠 때로 지쳐서 아이와 양질의 놀이를 함께 하는 일은 녹록지 않다.
다시 콧물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결국 딱딱하게 굳은 상태로 내 팔에 찰떡같이 불어있는걸 보고 있자니 웃프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이를 낳은 후에 '엄마'라는 라벨은 얻었지만 나는 그 이름을 얻을 자격이 있는가? 또는 그 이름에 합당한 육아를 해내고 있는가? 나는 그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특성을 온전히 소유한 자인가? 등등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이 깊어지는 요즘이다.
육아에 지친 오늘, 씻지 못한 내 팔에 붙어 있는 코딱지와 미쳐 세수조차 하지 못한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누군가 알아주지 못한 오늘에, 그리고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