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마레 Mar 23. 2020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

부자가 된다는 그림 그리기

“해바라기 액자를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대!”


미술 취미반에서 단골 소재로 손꼽히는 것은 단연 해바라기다. 노란색, 황금빛이 풍요로움을 의미한다니 해바라기 그림은 풍수 인테리어용 소품으로 인기가 높다. 공항이나 기차역 내 그림판매점에서도 해바라기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 많고, 포털 사이트에서 해바라기 액자로 검색만 해봐도 수십 종류의 해바라기가 등장한다.  


소위 ‘돈 들어오는’ 해바라기 그림은 현관이나 거실에 거는 것이 좋다는데, 특히 적당한 크기라면 현관 입구에 두꺼비집을 가리는 용도로 딱 이라고들 한다.


미술 수업에서 만난 많은 분들도 본인의 집에 걸려고, 이사하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다양한 이유로 해바라기를 한 번씩은 그렸고 또 그리고 계신다.


사실 해바라기는 반 고흐의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우리 모두가 아는 그 해바라기 맞다. 고흐는 총 12점의 해바라기를 그렸다고 하는데, 그중 ‘꽃병에 꽂힌 해바라기’는 7점 모두 구도가 거의 같고 해바라기 개수만 3개, 12개, 15개로 차이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15개 해바라기는 고흐가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동료 화가들과 함께 ‘노란 집’에 살고 있을 때 고갱으로부터 그곳을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기뻐서 자신의 허름한 방을 꾸미기 위해 그린 것이다. 작품의 의도가 인테리어를 목적에 둔 것은 분명한데, 정작 돈 들어오는 그림 해바라기의 원탑 화가 고흐는 지독하게 가난하게 살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반고흐. 해바라기. 1888. Oil on canvas. 95cmx73cm. 반고흐 미술관 소장

몇 해 전, 1년 남짓 제주에서 살 땐 날씨가 좋은 날이면 해바라기를 보러 다니곤 했다. 특히, 바다 건너 한라산과 산방산이 어우러진 가파도 해바라기와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와 대비를 이룬 서우봉의 해바라기가 인상적이었다. 애월의 어느 유적지에서, 제주시 회천동의 작은 농원에서도 만났던 해바라기들도 봄의 제주 유채만큼이나 시선을 끌었다.

바다 건너 한라산과 산방산과 어우러진 해바라기(출처:제주올레 총동문회)

나 역시 어떤 해바라기를 그려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파란 하늘에 기댄 노란 해바라기를 비틀어 보고 싶어 ‘Pink&Yellow’라 이름 지은 해바라기를 그렸다.


이 그림의 주요 특징은 배경을 오로라 핑크라는 칼라를 이용한 것이다. 유화물감 중에 현광 빛을 내는 칼라는 오로라 핑크가 거의 유일하다. 일본에서는 이 색을 형광 모란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다른 색들과의 혼합으로 만들기 어려운 색이기도 하다.

강민아. Pink&Yellow. 2018. Oil on canvas. 22.0x22.0cm

노란색과 어우러진 형광빛 핑크가 매력적인 내 세 번째 유화 작품 해바라기는 지금 서귀포 이중섭거리의 핫한 카페 문가든(Moon Garden)의 벽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서귀포 하면 떠오르는 이중섭 거리. 이 거리를 대표하는 카페 메이비를 운영하는 혜연이 새로운 스타일로 꾸린 문가든은 내 제주 생활의 진짜 쉼터였다.

파티가 열리는 문가든. 제주도 서귀포 이중섭 거리

그곳에선 제주로 여행 온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고, 서귀포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있는 곳이다. 물론 내겐 친구 혜연을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곳이라 더 좋았다.


‘일단 멈춤’ 1년 동안의 제주 생활을 접고 작년 여름 다시 육지로 나오면서, 문가든에 뭔가 남겨두고 오고 싶었다. 신나는 음악이, 즐거운 이야기가, 향기로운 와인과 맛있는 맥주가 있는 그곳은 언제나 내게 쏘핫한 곳이니까. 그리고 문가든이 대박 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나의 쏘핫핑크 해바라기를 남겨두었다. 쏘핫한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지? 내 해바라기에게 ‘안녕’을 묻는다.

문 가든. 제주도 서귀포 이중섭 거리




매거진의 이전글 [프롤로그] 코로나 시대, WCT를 상상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