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책을 잇는 여행
나는 출판사 ‘유유’가 참 좋다. 이토록 가볍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고전을 구겨 넣은 문고판이 아니라 저자들을 발굴해 재미난 책을 만들어주다니 고마울 수밖에. (보고 계신가 조 대표님)
하지만 이번 책 <사람과 책을 잇은 여행>은 제목이 너무 정직해서 아쉽다. 더군다나 부제인 <어느 경계인의 책방 답사로 중국 읽기> 역시 꽤나 전통적인 느낌이 들어 속상하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뒤바꿀 만큼의 아이디어는 없으니... 말은 아껴야 할 것이다.
제목의 아쉬움이 반전일 만큼 책의 내용은 순서를 무시하고 아무 페이지나 펴서 시작해도 재미있고, 눈물겹고, 슬프고, 안타깝다가 결국 술 한 잔 하고 싶어 진다. 어쩌면 대부분의 서점 이야기는 재미있고, 눈물겹고, 슬프고, 안타깝다가 결국 술 한잔하고 싶어 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서점 그 자체보다는 각양각색의 서점을 통해 읽어낸 삶의 애잔함과 그것에 공감하는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은 것일 테지만.
이 책의 저자는 지인들 사이에서 ‘북경 사모님’으로 불리는데, 베이징에 갔다가 그녀를 만났다는 사람들 중에는 자금성 구경도 못하고 그녀의 제안대로 함께 서점에 갔다가 술집에서 맥주만 마시고 왔다는 증언이 흔하다. 나 역시 마찬가지.
그렇게 대륙적으로 서점탐방을 다니더니, 한겨레 21에 <중국 서점 기행> 연재에 이어 책까지 출간했으니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의 취재 과정 즉, 서점탐방 최고의 업적은 사람과 책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 사랑을 만들어낸 것이리라.
이 책의 첫 번째 챕터에 등장하는 ‘리장에서 온 편지’의 주인공과 한국에 사는 한 출판인이자 저자의 친구는 서점이자 객잔인 리장의 밍이수팡에서 두 번째 취재여행 때 만나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원거리 연애를 시작했다. 단, 코로나가 이들을 막고 있어 하루하루가 눈물겹지만.
저자의 오랜 친구인 이 출판인은 우정 대잔치로 코로나로 인해 책이 출판되고도 한국에 오지 못한 저자를 대신해 페북 이벤트를 통해 10권의 책을 페친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다들 리뷰 안 쓰고 뭐하시는 건지... 묻고 싶다. 이렇게 재미난데 말이다.
참고로 이 리뷰는 머잖아 저자가 한국을 찾아 출판기념회를 겸한 맥주파티를 열 수 있기를, 사랑을 찾은 출판인이 리장에 연인을 만나러 갈 수 있기를 얼른 코로나 팬더믹이 끝나기를 기원하면서 우정 대잔치와 무관함은 물론이고, 저자나 출판사로부터도 어떤 제안도, 요구도 받지 않은 채 ‘내 돈 내산 북리뷰’라는 사실을 밝힌다.
그러고 보니, 출판사로부터, 저자로부터, 책 속 주인공과 그 연인으로부터도 혼날 것 같은 이 리뷰야말로 중국 책방 답사 마냥 재미있고, 눈물겹고, 슬프고, 안타깝다가 결국 술 한 잔 하고 싶어 지지 않는가. 나야말로 책을 덮고, 핸드폰도 내려놓고 술 한잔 하러 가야겠다.
사람과 책을 잇는 여행 / 박현숙 / 유유
2021.1.6-202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