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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피디 Aug 22. 2019

여행에 성공하는 10가지 방법

뉴욕 자유여행 사진과 함께 봐요

스물두 살에 35일간의 나 홀로 배낭여행을 갔었다. 그때는 혼자 유럽여행을 해보는 게 꿈이어서 호기롭게 떠났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실패에 가까웠다(물론 나에 대한 고찰과 세계에 대한 이해 등 많은 걸 배웠지만). 여행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 뒤로 거의 10년간 여행을 연습해오면서 깨달은 것들을 적는다.


1.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해라


여행의 성공을 결정짓는 제1의 요소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혼자서 잘 다닐 수 있는지, 친구들을 금방 사귀는 편인지, 외국 음식은 잘 먹을 수 있는지, 볼게 많은 관광지가 좋은지, 마음이 평화로운 휴양지가 좋은지, 좀 시끄러운 곳에서도 잘 잠들 수 있는지, 구글맵은 잘 볼 수 있는지,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편인지 등등.

이걸 파악해야 어디로 갈지, 어떤 형태의 여행을 할지 정할 수 있다. 근데 이걸 무슨 수로 아냐고?

뉴욕의 거리. 저멀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2. 큰 여행에 앞서 작은 여행으로 연습을 해라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만약 내가 35일간의 유럽 배낭여행 전에 3박 4일이라도 가까운 해외를 혼자 다녀와봤더라면 나는 좀 더 나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혼자 있는 게 외로울 줄 알았다면 동행을 미리 구해놨을 테고 책도 충분히 가져갔을 거다. 외국 음식이 그리 안 맞을 줄 알았다면 고추장도 더 쟁였을 거고, 하루 2만보 이상을 걷는데 필요한 더 푹신한 운동화를 챙겼을 거다.

이것 말고도 실제 여행지에서 깨닫는 건 무수히 많다. 그러니 비싸고 긴 여행이 만약 당신의 첫 여행이라면, 꼭 작은 여행으로 연습을 해봐라. 긴 여행이 두배는 행복해질 수 있다.

너무 좋았던 하이라인파크

3. 소소한 취미를 가져가라


여행 가서 꼭 관광만 하라는 법은 없다. 밤도깨비 여행이나 패키지여행이 아닌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자유여행'이라면 여행도 일상의 연장선이다. 완전히 다른 배경에서 나의 일상의 소확행들을 이어가 보는 것도 큰 기쁨이 될 수 있다. 책 보기, 요리하기, 아침저녁으로 운동하기, 커피 마시기, 그림 그리기, 사진 찍기 등 무궁무진하다.

나는 여행을 가면 꼭 동네의 예쁜 카페를 찾아가 한두 시간씩 책을 본다. 거기까지 가서 더 구경을 하지 왜 책을 보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서울의 바쁜 일상에서 잘 시간을 쪼개 읽는 독서와, 온전히 쉬러 와서 마치 뉴요커가 된 기분으로 하는 독서는 기분이 완전히 달랐다. 매일 하는 아침 자전거도 여행지에서 하는 기분이 또 끝내준다. 내 친구는 한국에서 운동으로 발레를 하는데 뉴욕에서도 발레 클래스를 듣고 너무 행복해했다.

일상의 취미를 가져가면 더 현지인처럼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잠시 무료할 수 있는 시간을 달랠 수도 있고, 취미생활이 주는 기쁨을 더욱 진하게 느껴볼 수도 있다.

브루클린에서 제일 핫하다는 Devocion
하이라인호텔 1층 인텔리젠시아커피. 정원에서 하는 독서 최고.

4. 누구에게나 동행이 필요한 건 아니다


동행은 여행의 핵심이다. 가서 잘 맞으면 여행이 열 배로 즐겁지만 반대로 싸우기 시작하면 아무리 좋은 곳에 가도 그곳은 그냥 헬일 뿐... 정말 그 어떤 것보다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잘 맞지 않는 동행은 없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엔 배낭여행 때는 친구가 매우 필요했었다. 장기여행이기도 하고 어렸고 여행의 기술이 없었을 때라 많이 외로웠다. 하지만 이제는 여행을 가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알고(3번처럼), 혼자여도 외롭지 않을 정도로 일정을 설계할 수 있게 되면서 혼자가 더 편해졌다.

대신 진정으로 홀로 됨을 경험해보지 않고 '나는 혼자서도 잘해'라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 타지에 오랜 기간 혼자 다니는 건 한국에서 반나절 정도 혼밥 혼영 혼자 놀기를 시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해보자.


5. 동행이 있다면 역할을 분담하고 규칙을 만들어라


혼자서는 죽어도 못 있겠다면 동행을 찾되, 그 친구 가족 또는 애인과 싸우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만의 여행 규칙'을 정해야 한다. 그룹일 경우에는 더더욱 필수!

일단 역할을 분담해라. 여행은 생각보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은 비즈니스다. 가기 전에 항공권/숙소 예약부터 일정 짜기, 예산 세우기, 맛집 리스트 뽑기 등을 해야 한다. 아 참, 주요 관광지 티켓도 미리 사놔야 하고 유심이나 포켓와이파이도 빌려야 하고 도시 간 이동이 필요하다면 그 교통편도 예약해놔야 한다. 이걸 나눠서 해야 한다. 누구 한 사람이 하다 보면 가기도 전에 분명 싸운다.

현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구글맵으로 길 찾기'와 '돈 관리하기'이다. 길 찾는거... 이걸로 겁나 많이 싸운다. 지도를 제일 잘 보는 한 명에게 맡기고 참견하지 마라. 괜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야 여기 아닌거 같은데?" 하다가 싸운다. 하지 마라. 돈 관리도 가장 철저한 한 명에게 맡기고 참견하지 마라. 원래 총무는 법이다.

규칙을 세우는 것도 좋다. 아무리 화가 나도 욕은 안하겠다던지, 각자 맡은 일에는 참견하지 않겠다던지 등. 갈등이 생길 것 같으면 하루 정도 따로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휘트니미술관 그 어떤 곳에서. 로맨틱 그 자체.

6. 여행의 목적을 정해라


휴식인지 배움인지 누군가와의 추억 쌓기인지 먹방인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욕심을 내다보면 이도 저도 안된다.

쉬기로 한 여행이면 모든 것에서 로그아웃하고 쉬어야 한다. 추억을 쌓기로 했으면 관광지 좀 못 보더라도 아쉬워 말고 상대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 '내가 언제 여길 또 와보겠어'라는 생각으로 뽕 뽑으려고 하는 순간 본래의 목적을 잃고 여행도 일이 되어 버린다.

뉴욕 최애공간. 브라이언트파크

7. 체력이 전부다


자유여행 배낭여행은 곧 체력전이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닐 체력이 없다면 여행은 엉망이 된다. 꼭 반드시 체력을 길러라.

7월의 뉴욕은 더웠다. 게다가 우리 숙소는 뉴저지에 있어서 아침에 나가 밤까지 한 번도 들어와 쉴 수 없었다. 내가 매일 아침 공복 유산소 30분과 매일 저녁 근력운동 40분으로 체력을 다져놓지 않았더라면, 땀을 한 바가지씩 흘리며 양손에 쇼핑백을 가득 들고 하루 2만 보 이상을 걸어야 했던 뉴욕 자유여행은 엉망이 될 뻔했다. 하지만 내 체력은 완벽했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과일을 먹고 스트레칭을 해준 덕분에 6일을 꼬박 하루 12시간씩 관광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유럽 배낭여행 가는 친구들 명심!

브루클린에서. 저 옷 라인 그대로 까맣게 탔다..........

8. 앱으로 모든 것은 해결된다


여행지에서 나의 뇌보다 중요한 건 앱이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구글맵. 별을 찍고 깃발을 꽂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버/그랩/마이택시 등도 필수다. 나라마다 쓰이는 앱이 다르니 미리 다운받아 카드 등록해놓고 가면 좋다(그랩은 여전히 카드 등록이 잘 안된다). 맛집 찾을 땐 트립어드바이저를 주로 쓰지만 요즘엔 구글맵 추천도 좋다. E북 앱에 전자책을 다운받아 오는 것도 추천. 영어가 힘들다면 번역기도 필수.

브루클린다리 야경은 진짜 필수
낮에 한번 밤에 한번 가기

9. 돈을 '잘' 쓸 수 있게 준비하라


여행지에서 돈을 어떻게 쓸지는 여행 경력 10년 차인 나에게도 어려운 문제다. 환전? 카드? 현지출금?의 늪이랄까...


사실 이건 나라마다 매우 다르다. 어디서나 신용카드를 쓸 수 있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대부분 현금을 준비해야 하는 나라가 있다. 의외로 일본이 카드 안 되는 곳이 꽤 있다. 중국은 유니온페이여야 한다. 홍콩과 대만 같은 곳들 역시 현금 써야 할 때가 많다. 싱가포르는 카드가 잘 되는 편. 유럽도 대부분 카드 잘 받았지만 유명 레스토랑에서 안 받는 경우가 꽤 있으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환전을 얼마나 해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현지 ATM에서 뽑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 연회비 0원인 체크카드 중에서 전월 실적 없이도 해외 ATM 수수료(약 3달러)를 면제해주거나 캐시백해주는 카드들이 꽤 있다. 어차피 돈 안 드니 하나 발급해뒀다가 외국 갈 때만 쓰면 개이득이다. 해외에서 ATM 쓸 때는 기계가 카드를 먹을 수 있으므로 은행 안에 있는 곳에서 뽑는 것이 좋다. 공항 ATM 기계들은 은행 자체 기계가 아닌 경우 추가 수수료가 붙으니 비추.

신용카드 결제할 때는 해외원화결제(DCC)를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보통 결제할 때 (미국이면) 달러로 할래? 원화로 할래? 물어보는데 아닌 경우도 있다. 거기서 한국돈으로 결제하면 이중 수수료가 붙는다. 이걸로 당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예 정부에서 '해외원화결제 차단 서비스'를 만들었다. 카드사 앱이나 홈페이지, 콜센터에서 DCC 차단을 할 수 있으니 미리 해놓고 가자. 이건 해외 사이트에서 결제를 할 때도 마찬가지. 아고다 같은 곳에서 원화로 결제해도 해외원화결제로 수수료가 많이 붙는다. 조심.

뉴저지에서 본 맨하튼의 스카이라인

10. 즐기자!


일단 떠났으면 최대한 그 순간을 즐기자. 너무나 소중한 순간이다. 나는 '여길 언제 또 와보겠어'라는 생각은 안 하지만, 지금 이 순간과 지금의 나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우주의 찰나라는 사실에 집중하고 그 경이로운 소중함을 영혼 깊이 새기려고 노력한다.


내 앞에 보이는 것들과, 들리고 느껴지는 것들과, 내 옆에 자리한 사람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둘러싸인 나에게 집중하라. 어떠한  방식으로든 여행이 당신을 아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길 기원하며.

 
Enjoy your moment to the fullest. Maximize it.

록펠러센터 탑오브더락.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이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찰나. 아직도 이 순간이 가슴 속에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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