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피디 Aug 17. 2016

힘든 시간은 모두 값지다

회사도 나도 지금 '단단'해지고 있는 중

정말 처지는 하루하루다.

시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글을 쓸 짬이 없었다. 물리적인 시간도 없었고 글감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중요한 단계인 것 같아서 스스로를 위해 기록해두려고 한다. 




회사가 어렵다.

내가 입사한 건 지난 4월 중순. 론칭이 임박했으니 '어서' 입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열흘도 쉬지 못하고 와서 부랴부랴 입사 절차를 밟았다. 미디어리스트부터 만들고 사업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기자 미팅부터 돌았더랬다. 그런데 아직도 론칭 준비 중이다. 스타트업이 이렇게 어려운 건지, 사업이 이렇게나 힘든 건지 정말 체감하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인들이 동감할 것이다. 투자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실제로 통장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며, 모든 분야의 모든 서비스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규제가 적용되고, 관련 법 또한 엄청나게 복잡하며, 협력기관은 내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고, 인허가를 내줘야 하는 공무원 나으리들은 하나도 급할 게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결국 속이 타고 가슴을 졸이는 것은 스타트업 대표와 그 직원들 뿐이라는 것을. 이 모든 고난의 시간을 오롯이 우리끼리만의 격려로 이겨내야 한다는 사실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가혹하다.



#1. 순간순간이 값진 공부가 될 거야


"기업에서 언론홍보란 결국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전부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전에 잠깐 유명 증권사 홍보실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홍보실장 이사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당시 회사는 지주의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엄청난 파장을 겪고 있었고 계열사였던 우리 또한 언론대응에 열을 올렸었다. 파워포인트에 예쁜 표를 그리는 것 이외에 하나도 배울 게 없었던 곳이었지만(정규직이 보장된 그곳을 내 발로 나온 것에 지금도 후회가 없을 정도로) '리스크 매니지먼트'라는 홍보의 중요한 기능을 내 눈으로 목격한 것은 값진 공부였다. 요즘 부쩍 그때가 떠오른다.


홍보 매니저라는 중책을 맡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해본 적이 없다. 대행사에서 A.E. 의 능력이란 쏟아지는 많은 일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초점을 두고 있지 어떤 사항에 대해 책임지는 결정을 할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곳에서 나는 매일매일이 선택의 연속이다. 그것도 내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업의 진척에 영향을 미친다. 짜릿하면서도 아찔하다. 이래도 되나 싶다가도 뭐라도 해야 한다 싶다.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털고, 모든 경험을 끄집어내 오고,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내 홍보 인생에 놓인 가시덤불 길을 하루 1m씩 넓혀나가는 중이다. 다음번엔 더욱 수월하길 기대하면서.


온 몸으로 파도를 맞고 더 단단해지리


#2. 인생이란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군대에 간 동생에게 위로를 한답시고 조심스러운 편지를 보냈었다. 군대라는 건 그 아이가 겪은 일들 중 유일하게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것이어서, 감히 조언은 할 수 없었지만 내 감정은 공유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때 이런 말을 했었다. 


많은 부분에서 힘이 들겠지만 특히 네가 단단하지 못한 부분에서 더더욱 힘이 들 거야. 예를 들면, 네가 특히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던 것처럼. 

그래서 지금 그 힘듦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야 나중에 네 인생에서 똑같은 아픔을 맞닥뜨렸을 때 보다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을 테니까.

우리가 어른이 된다는 건 그렇게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일이 아닐까. 매번 치열하게 힘들어보면서.


'힘든 만큼 성장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고되기만 하고 의미 없는 일이면 가차 없이 때려치우면 되지만 힘든 만큼 배운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모른 척할 수가 없다.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이 중요한 명제를 꽤나 여러 번 부정했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스스로를 납득시킬 구실을 만들어 가면서.


그런데 결국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던 힘든 시간들이 모이고 쌓여 지금의 내가 됐다. 아직도 새로운 위기가 날 꾹꾹 누르면 여지없이 움푹 파여 몇 날 며칠을 스스로 아파하지만 그 고통이 지나고 나면 그 부분도 단단해져서 다음번엔 끄떡없어진다. 지난하고도 아픈 이 연습을 수십수백 번 견디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되게 철학적으로 끄적였지만 결국 결론은, 

나도 우리 회사도 지금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는 거지!

화이팅 :)



매거진의 이전글 홍보 담당자에게 '글을 쓴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