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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피디 Jul 27. 2016

홍보 담당자에게 '글을 쓴다'는 것

PR writing의 A to Z

나는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다. 9살 무렵부터 꿈꿨던 '아나운서'라는 장래희망이 한 차례 '기자'로 변경된 후 'PR'에 정착한 지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았다.


언론을 전공하고 PR을 선택한 건 순전히 '글쓰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저 한국식 교육에 잘 적응해 순조롭게 입시 장벽을 넘은 나는 대학에 와서 깊이 방황했다. 정해진 시간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제재가 가해졌던 19살까지의 삶과 드넓은 캠퍼스에 '자유'를 허울로 방치된 나의 스무 살은 정서적인 격차가 너무 심하게 컸다. 어느 칼럼에서였던가. 불과 며칠 전까지 화장실 가는 것도 허락을 맡아야 했던 아이들이 성인이 됐다는 이유로 모든 것에서 주체적이길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딱 그랬다 나도. 


그나마 한 사람의 주체로서 자신 있고 재밌게 했던 건 글쓰기가 유일했다. 예체능엔 젬병이었지만 그래도 글쓰기에 꽤 소질을 갖고 있었던 덕분에 라이팅이 대부분이었던 전공 수업을 잘 견딜 수 있었고 대외활동도 열정적으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홍보'라는 업을 갖고 벌어먹고살 수 있게 됐다. (물론 PR에서 글쓰기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홍보인으로서의 여러 자질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경험상 글을 잘 쓰는 것이 종종 좋은 무기가 되기는 한다.)   


대학 졸업반. 시사잡지를 런칭했던 시절.




홍보 담당자가 써야 하는 글의 종류는 꽤 다양하다. 기존의 언론홍보 외에 DPR(Digital PR)이라는 부분이 추가되면서 블로그, 브런치 등 글쓰기가 필요한 채널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홍보 담당자 자체가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되려면 개인 SNS 채널도 운영해야 하니, 관리해야 할 플랫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홍보 업무에 가장 기본이 되는 글쓰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보도자료


보도자료가 인하우스 홍보담당자 업무의 팔 할이자,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글쓰기다. 가장 간단하고 쉬워 보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문서이기 때문에 한 장 쓰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대행사에서 받았던 여러 선배들의 피드백을 돌이켜 보자면 보도자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1) 초등학교 5학년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쉽게 쓴다. 나 스스로는 쉽게 쓰고 있다고 생각해도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어렵다. 가장 쉽고 친절하게 기본부터 쓰는 것이 원칙이다. 어려운 단어는 반드시 각주를 달아준다.  


2) 한 문장이 한 줄 반을 넘어가지 않는다. 문장을 길게 쓰지 말라는 뜻이다. 문장이 길고 단어가 어려우면 글을 잘 쓰는 것처럼 보이는데 절대 오산이다. 쉽고 간결하게 핵심 정보만을 전달해야 한다. 


3) 첫 번째 문단만 읽어도 전체 보도자료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첫 문단 안에 중요한 정보를 콤팩트하게 넣어 역피라미드 형태로 써야 한다. 기자들이 내 보도자료를 끝까지 꼼꼼히 읽을 거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특히 보도자료 마지막에 넣는 '한편~'이라는 문단은 지워도 무방한 내용을 넣는다.


4) 이외에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쿼트(인용문)'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도자료는 최대한 객관적인 문체로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가끔 본문에 녹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회사의 입장이나 생각 같은 꼭 써야 하는데 주관적인 것들 말이다. 이런 것들을 대표 쿼트로 넣으면 좋다. 


보도자료 쓰기에 관한 좋은 기사를 공유한다.

스타트업을 위한 보도자료 쓰는 법 & 미디어 리스트 만들기

위 기사에서 소개된 '기사 작성의 기초'라는 책도 강추!




기고문


아.... 기고문..... 생각만 해도 어렵다. 대행사에서 기고문을 쓰는 날이면 빈문서 1을 띄워놓고 마음의 준비만 몇 시간을 했는지 모른다. 우리가 아는 매체에 실리는 대부분의 기고는 CEO나 임원급을 바이라인으로 해서 나가는 글이기 때문에 퀄리티가 매우 높아야 할뿐더러, 업계 또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통찰력을 담아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 제품 또는 서비스 자랑(?)을 빼놓을 수 없으니 이를 회사의 비전과 함께 적절히 버무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이렇게 복잡한 덕분에 보통 대행사에서도 주니어들이 기고문을 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나는 천운을 타고나(긍정적으로 생각할래) 기고문을 쓸 기회가 자주 있었다. 넘나 스트레스 받아서 기고문 쓰다가 진짜 화장실 가서 토한 적도 있다. 그래도 조선일보나 매경 같은 굵직한 매체에 기고를 올려본 경험으로 아주 주관적인 팁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사회적으로 시의성이 있으면서 회사 비즈니스와 관련된 주제를 잡는다. 기술 기고를 빼고 대부분의 기고 주제는 비즈니스와 관련이 있다 하더라도 매우 비저너리(visionary)하다. 예를 들어 이전에 썼던 기고들을 보면 '경험의 시대와 상상력'이라던지..... '밀레니엄 세대와 클라우드'라던지.... '4차 산업혁명과 제조업' 같은 것들이었다(이 주제를 받았을 때의 절망감이란....). 일단 바이라인의 주체가 되는 대표님이나 임원분들에게 살짝 의견을 여쭙고 대략적인 주제를 잡는다. 


2) 관련 키워드로 리서치를 한다. 빈문서 1을 자신의 두뇌만으로 채울 수 있는 천재홍보인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주제가 저렇게 추상적인데...? 진보논객 진중권의 책을 보면 (그렇게 똑똑함이 뚝뚝 떨어지는 그 역시도) 구글링을 통해 글을 쓴다. 나는 주제가 정해지면 관련 기사들을 보면서 쓸만한 부분들을 일단 모두 긁어서 옮겼다. 시의성 있는 기사 내용들을 읽다 보면 사회적 이슈와 우리 회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연관시켜야 하는지가 보였다. 특히 첫 문단은 시의성 있는 내용으로 눈길을 잡는 것이 좋다. 


우리에겐 구글과 네이버가 있다!!!


3) 리서치를 토대로 아웃라인을 잡는다 & 쓴다. 기고문의 길이는 글자 포인트 10 기준으로 한 장에서 한 장 반 정도다. 6~8 문단 정도 된다. 내가 썼던 문단 흐름은 다음과 같다. 


a. 최근 이슈 (정부 발표, 리서치 결과, 업계 화두 등) 

    예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민간 연구개발 투자 동향 회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b. 현상 분석 & 문제 제기

    a 단계에서 현 상황을 짚어준 뒤, 그 현상을 분석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c. 해결방안 제시

    b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이 부분에서 회사 및 서비스의 철학이 드러나야 한다. 

    


위의 Tip은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생각이다. 그동안 쓴 기고들을 보니 공통적으로 a, b, c 정도로 나눌 수 있겠다 싶어 더 디테일하게 구분하지 않았다. 때에 따라 c 부분을 '첫째, 둘째, 마지막'으로 나눠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가독성은 더 좋은 것 같다. 샘플을 가져오고 싶지만 이전 고객사들의 자산이니 PASS 한다(철컹철컹하기 싫으니께). + 구글 리서치는 기고문뿐만 아니라 기획기사 등 다양한 PR 자료를 만들 때 아주 신의 한수다. 




블로그


스타트업에 오니 기고문을 쓸 일보다는 블로그에 글을 써야 할 일이 더 많다. 현재 우리 회사는 페이스북, 인스타,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는 이미지 콘텐츠 위주이기 때문에 내가 주로 글을 쓰는 플랫폼은 블로그다. 개인 블로그를 운영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지금은 블로그 글쓰기가 가장 재밌다. PR 자료를 만들 때와는 르게 말랑말랑하게 쓸 수 있고 이모티콘이나 'ㅋㅋㅋ' 같은 것도 용인되기 때문이다. 


블로그 글쓰기에 대해서는 나도 컨설팅을 받아야 할 처지라 이렇다 할 팁은 없지만, 지난 3개월 간의 배운 점을 쓰자면 이 정도다. 


친근한 어투를 쓰되 맞춤법은 틀리지 않을 것.

나의 필력보다는 이미지의 위력이 더 크다.

적절한 유머를 겸비한 '드립'과 '짤'은 컨텐츠를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제목에서 hooking 하는 것이 팔 할이다.

컨텐츠 기획>>>>>>>>필력


블로그는 나도 계속 정진하는 걸로. (조회수 높이는 팁 좀 공유합시다)




나도 너무 모자란 입장이라 글쓰기에 대해 브런치를 하는 것이 마지막 문단을 쓰면서도 망설여진다. 하지만 나의 작은 정보가 어딘가의 그대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주니어 PR 인들! 언제나 정보공유, 반가운 인사, 토닥토닥 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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