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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피디 Jul 13. 2016

홍보 3년 차, 난관 봉착 #1

언제쯤 기자들이랑 프로페셔널하게 대화할 수 있죠?

내가 지금의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먼저 PR 매니저로 들어왔으니 언론홍보가 나의 본업이다. 매일 아침 하는 뉴스 클리핑을 시작으로 보도자료를 포함한 각종 언론 자료들을 작성하고 배포한다. 기자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여기에 DPR(Digital PR)이자 온라인 마케팅이 추가된다. 페이스북 및 블로그 등에 어떤 콘텐츠를 게재할지 기획하고 만들고 올린다. 보통 기획은 팀원들과 같이, 글은 내가 쓰고, 그림은 디자이너가 만들어준다. '업로드'를 클릭한 후 네티즌의 반응을 지켜보는 건 우리 모두의 몫이다. 두근두근. 아 참, 요즘에는 광고도 배우고 있다. 온라인 광고부터 영상 광고까지 아는 건 1도 없지만 차근차근해보는 중이다. 새로운 세계는 언제나 흥. 미. 롭. 다.



내 컴퓨터에 항상 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가 몇 개 눌렸는가가 초미의 관심사.




#1. 한 번이라도 해본 것과 한 번도 안 해본 것의 차이


이 곳에 입사할 때 한 시간 남짓의 면접을 봤었다. 갑을관계가 확고해 불편한 대화가 오가는 그런 면접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질문하는 그런 시간을 가졌다. 면접 때 회사가 나에게 원했던 것은 언론홍보와 약간의 블로그 관리였다. 첫 출근 날 팀장님은 '그 외에 마케팅, 광고 등의 일은 XX 씨가 배우고 싶으면 언제든지 함께 하고 아니면 하지 않다도 된다'고 말했다. 본전 생각에 어떻게든 나를 뽑아먹으려 했던 이전 회사와는 사뭇 달랐다(잊을만하면 튀어나오는 설움).


나는 뭐든 배우고 싶었다. 그것이 어깨너머 잠깐일지라도 말이다. 예전의 회사에 딱 하나 감사한 것이 있다면, 나의 업무시간과 능력에 대한 고려 따윈 없이 난이도 상중하의 업무를 다양하게 밀어 넣었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결국 그걸 해내고 나면 배우는 건 분명히 있었다. 내가 리드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가끔은 어떤 단어 하나, 흐름 정도만 알고 있어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꽤 있었다. '한 번이라도 해본 것'과 '한 번도 안 해본 것'의 차이는 매우 크더라. 


완벽히 아는 게 아니면 아는 척하지 말라고 어른들은 가르쳤지만, 요즘 같이 자고 일어나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아지는 세상에서는 조금씩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깊이 또는 전문성이 없다고 타박할지 모르나, 나는 PR에 중심을 두고 마케팅과 광고를 계속 열심히 배워볼 생각이다. 내 궁극적인 커리어 목표는 단순히 PR specialist가 아니라 Communicator니까. 



#2. 언제쯤 기자들이랑 프로페셔널하게 대화할 수 있죠?


아직까지는 나의 초심이 버겁진 않다. DPR이나 광고는 처음 해봐서 아직 흥미진진하니까. 오히려 내 마음의 묵직한 돌은 내 명함에 박혀있는 PR이다. 


홍보 업계에 있는 친구들과 카톡방이 있다. 거의 다들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야기를 해보면 온갖 고민이 다 나온다. '입사를 했는데 미디어 리스트가 없어'(이거 되게 심각한 문제다)부터 시작해서 '대표가 홍보와 마케팅의 차이를 몰라'까지 다양하다. 여기서 많이 등장하는 단골 소재는 역시 '기자 미팅'이다. 


기자미팅 할 때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간혹 가다 등장하는 기자의 갑질 문제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건 기자의 문제지 나의 문제가 아니니까. 문제는 수십 번의 기자 미팅을 거치고 나서도 내가 여전히 기자 미팅을 어려워한다는 사실이다. 대행사에서부터 기자 미팅은 항상 나의 골칫거리였다. 내가 담당 AE니까 나가서 무슨 말을 하긴 해야겠는데, 나보다 회사에 대해 28배 정도 잘 아는 고객사 담당자와 업계 동향에 빠삭한 시니어 기자가 함께 하는 자리에서 햇병아리 축에 속하는 내가 아는 척을 한다는 게 너무 어려웠다. 마치 지도교수님을 앞에 두고 언론 비평가에게 최근 언론의 행태에 대해 논해야 하는 것이랄까. 


여기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금융 분야가 워낙 복잡한데다 난 아직 우리 비즈니스에 대해 100% 이해하지 못했다. 작은 회사라고 기자들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실제로 기자 미팅 나갔다가 대표님 안 데려왔다고 혼나기도 함) 주눅이 든 것도 문제다. 게다가 인하우스에 들어오니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다 알게 돼서 언론에 말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려 말해야 하는 탓에 더 신경이 쓰인다. 



#3. 결국 문제는 노오오오오오력, 그리고 자신감


스스로를 변호하는 변명을 곁들이자면, 대행사에서 혼나면서 배웠던 기억이 기자들 앞에서 나를 위축되게 만드는 것 같다. 기자에게 사진 파일을 '링크'로 보냈다고 '기자님이 이걸 귀찮아서 어떻게 열어보시겠냐'고 금요일 퇴근 후에 전화로 혼났던 기억들(당일 인터뷰를 했었고 기자가 '화질 좋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었다. 용량이 커서 링크로 보냈을 뿐, 정작 기자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기자 앞에서는 철저한 을이 되어 상전처럼 떠받들어야 하는 게 법처럼 여겨졌던 나날들이 은연중에 상처가 됐다. 미디어와 홍보 담당자가 갑을관계가 아니라 서로 윈윈 하는 파트너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건강한 자긍심을 심어줬더라면 내가 이렇게 당당치 못한 PR 매니저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거늘.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건 시간과 노력, 그리고 나 자신이다. 다행히 내 회사의 비즈니스 하나만 알면 되고, 팀장님이 계속해서 (지치지 않고) 설명을 해주는 덕분에 입사 3개월이 된 지금은 80% 정도 이해가 됐다. 나머지 20%를 채우고 업계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를 획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노오오오오오력이 답이다. 대신 자신감을 잃지 않을 것



자신감! Jump!



다음 편에서는 내가 새로 발을 들인 DPR의 세계에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적은 돈으로 페이스북 좋아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 블로그 유입을 높이는 소재, 예상외로 선전했던 이벤트 등을 (조언이라기엔 내 능력이 넘나 부족하고) 함께 공유하고 싶다. 



P.S. 기자 미팅 잘하는 법 아는 사람? 팁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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