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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피디 Nov 23. 2016

직장 생활에서 '마음이 힘들지 않다'는 것

애사심은 어디에서 올까?

브런치를 못 쓴 지 거진 한 달이 되어간다. 바빴다. 그리고 조금 부담이 됐다. 내 글이 뭐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고 구독을 눌러주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기쁨과 위안을 받으면서도 다음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압박이 나도 모르게 마음 한켠 자리 잡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이 곳은 나의 공간이니까. 글도 마음도 더욱 솔직해져야지. 




#1. 직장 생활에서 '마음이 힘들지 않다'는 것


실제로 바쁘기도 했다. 기쁜 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4월 입사 후에 6개월 동안 지연됐던 당국의 사업승인이 이제야 났다. 사무실 이사도 했다. 이래저래 경사가 많은 한 달이었다. 덕분에 일은 많아졌지만 타자를 치는 리듬은 신명이 난다. 골치 아플게 뻔한 사내 인테리어도 내가 하겠다고 손을 번쩍 들었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힘들지가 않다. 


사실 이번 한 달은 내가 이 회사를 얼마나 애정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걸 '애사심'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실 나에게 '애사심을 가질 수 있는 직장'이라는 조건은 서너 개의 회사를 거치면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신입사원의 패기가 넘칠 때야 어느 회사든 들어가기만 하면 애사심이 솟을 것 같지만 로망과 현실의 격차는 생각보다 큰 법. 연봉이 많거나, 복지가 끝내주거나, 아니면 같이 일하는 사람이 좋거나, 셋 중 하나만 되어도 완전 땡큐라고 느낄 때쯤 지금의 회사를 만났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처음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건 아니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불안한 미래, 갖춰져 있는 것보단 함께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 더 많은 근무조건, 좁고 촌스러운 사무실, 그리고 아직 혼자 하기엔 버거웠던 내 업무까지. 물론 다른 회사들 대비 비교적 합리적이고 좋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제 아무리 보살이라도 일로 만난 관계는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러므로 이 모든 건, 어떤 것 하나도 완벽하지 않았다. 



#2. 애사심은 '완벽함'이 아니라 '희망'에서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에 남아, '애사심'이라는 오글거리는 단어까지 소환하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이유는 이 곳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고, 인간이란 존재에게 희망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사업이 지연돼도 승인만 나면 잘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동료와 트러블이 있어도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경영진이 모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거라는 기대, 모든 것이 좋은 쪽으로 변화할 거라는 신념, 그래서 결과적으로 우리는 잘 될 거라는 결론. 


이렇게 합리적인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을 때 직장생활은 버틸만한 것이 되고, 좀 더 발전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된다. 여기서 더 발전하면 구닥다리 대기업에서 기업 가치 따위로 강요하는 '애사심'이라는 것이 가능해지기도 하겠다. 기성세대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고 말하는 2030 밀레니얼 세대의 중심에 있는 내가 '우리 회사 꽤 괜찮다'라고 느끼고 있으니까. 물론 '우리 회사 너~무 좋다'까진 아직이지만.




말이 나온 김에, 아직도 사회에 판을 치고 있는 화병 유발 구닥다리 임원 마인드에 한마디 하자면.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일하는 자의 애사심은 생산성과 직결되어 있기에 중요하다. 그러니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애사심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했으면 좋겠다. '로열티를 가져라'라는 임원의 잔소리 따위는 이제 2030 핵심 인력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그 방법이 복지가 됐든, 연봉이 됐든, 공감이 됐든, 2017 비즈니스 전략만큼이나 심각하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다. 유능한 인재들이 왜 돈과 네임밸류를 버리고 스타트업을 찾는지, 그 이유의 일부를 '애사심'에서 찾을 수 있을 거다. 


앞으로 회사는 더 바빠질 거다. 내 직장생활은 더 스펙터클 해질 거고. 힘도 들겠지. 각오하고 있다.

그래도 어제 배포한 보도자료가 많이 실려서 기분이 좋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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