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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피디 Nov 29. 2016

스타트업 채용의 비밀

Interviewee에서 Interviewer로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니 직접 채용에 관여해야 할 일이 생긴다. 이번 달만 해도 벌써 셀 수 없이 면접에 참여했다. 대한민국에 마케터가 이리도 없단 말인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Interviewee에서 Interviewer로

내가 취준생일 때, 여러 번의 서탈(서류탈락)과 광탈을 겪으면서 항상 들었던 생각은 자괴감이었다. '내가 이렇게 못났구나', '내가 남들보다 못하구나'라는 끊임없는 자기 비교의 반복. 어떤 기준으로 직원을 선발하는지 알 수 없으니 탈락의 원인을 항상 자신에게서 찾을 수 밖에 없는 구직자의 신세는 서글펐다. 나도 그랬고 내 친구들도 그랬다. 허공에 흩뿌려지는 메아리를 뱉어내듯이 그렇게 우리는 영혼 없는 자소설을 썼더랬지.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볼 수 있는 기업 홈페이지 인재상 따위를 보고 '나를 붙여주세요' 구걸하면서. 아직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이미 패배감을 느끼곤 했다.  


대기업의 채용 시스템을 아직도 나는 알 수 없다. 당연히 그 때 많은 서류심사에서 내가 왜 떨어졌는지 모른다.그러나 이전회사와 지금의 스타트업에서 채용과정을 보면서 깨닫게 된건, 채용은 궁합의 문제라는 것이다. 내가 못나서 또는 못해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줄 수 있는 것과 그들이 얻길 원하는 것이 달랐을 뿐이다.


스타트업에서 더욱 길고 조심스러운 '궁합 맞추기'

인력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타트업에서 이 궁합을 맞추는 과정은 더욱 길고 조심스럽다. 적절한 경력, 부족한 여러 근무 조건을 감내할 정도의 열정, 그리고 다른 팀원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성격. 크게 이렇게 세가지를 보는데, 세가지를 다 맞추기가 참 쉽지 않다.


일단 열정은 회사의 열악한 조건을 알고도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면 그걸로 오케이고, 중요한 건 경력과 성격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신입을 잘 뽑지 않는다. 가르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같은 포지션에 여러명의 인력을 배치할 정도로 여유롭지 못하다. 같은 개발자라도 전문 분야가 다르고 같은 마케팅팀이어도 PR, 온라인, 콘텐츠, 퍼포먼스 등으로 영역이 나뉜다. 그러므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내에서는 그 분야의 유일한 전문가다. 고로 무경력 신입이 '이제부터 열심히 배우겠다'고 아무리 열정을 내비쳐봤자 소용없는 경우가 많다.(단, 신입 채용을 원하는 포지션일 경우 예외)


그런데 경력과 연차가 정말 맘에 들더라도 우리와 잘 어우러질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면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얼마 전에 그런 예가 있었다. 경력도 적당하고 실무 경험도 다양하며 스타트업에서 일한 감각까지 겸비한 분이 면접을 보러 왔었는데, 두 번의 면접동안 보여준 태도나 성격에서 무언가 핀트가 맞지 않았다. 스펙은 탐나지만 같이 일한다고 생각하면 갑갑한 스타일이랄까? 그래서 포기했다. 전체 인원이 열댓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회사이기에 관계는 더욱 중요하다.  




여전히 우리 회사는 채용전쟁 중이다. 빨리 충원을 해야하는데 조금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정성을 들이다 보면, 삼박자를 고루 갖춘 동료가 거짓말처럼 나타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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