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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피디 Jan 12. 2017

내 아이는 누가 키워줄까

한국에서 출산과 육아의 수많은 과정은 단 하나도 수월한 것이 없다

[맘고리즘을 넘어서]믿고 맡길 단 한 곳, 할머니 허리 휘는 ‘독박육아’ 언제까지…

개인적으로 참 좋아라 하는 경향신문 목정민 기자의 기사다. 읽는 내내 구구절절 공감했다. '정확히 미래의 내 모습이겠구나' 생각하면서.



새해가 밝았으니 올해 내 나이 28. 오래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만 최대한 미루고 싶은 이유는 바로 출산과 육아다. 물론 싱글의 자유로움과 편안한 생활을 잃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문제는 역시 출산과 육아다. 요리조리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안나오기 때문이다.


#1. 나는 일을 계속 할건데.. 1년 육아휴직이 끝나면?


먼저 나는 결혼을 해도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 평생 놀고 먹어도 될 만큼의 돈도 없지만 '일'은 내 삶의 중요한 가치다. 내가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곳에서 사회적인 인정을 받는 것이 나에게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만족감을 준다. 따라서 부모님이 거액의 재산을 물려준다던가 남편이 엄청난 부자라고 해도(물론 그럴 가능성 0.001%) 난 일을 할거다.


그렇다면 내 아이는 누가 키워줄까? 육아휴직을 낸다 해도 1년. 아이를 낳게 될 그 시점에 내가 어느 회사를 다니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지금으로서는 1년의 육아휴직을 다 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최대 1년을 쓴다 해도 아이가 돌이 되기 전에 나는 복직해야 한다. 내 복직과 동시에 남편이 1년의 육아휴직을 쓴다는 가정을 해봤지만 역시나 꿈일 뿐이다.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한다지만 여성의 육아휴직도 아직 눈치보이는 대한민국에서 그게 가당키나 할까.


그럼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 우리 엄마나 시어머니, 또는 남에게 맡기는 것. 일단 위 기사에서도 알 수 있지만 좋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게다가 갓 돌지난 아이를 받아줄 곳이 있을지도 의문이며, 있다 하더라도 그 조그만 아기를 남의 손에 맡기고 출근하는 내 맘은 어떨까. 아동교육기관의 각종 학대 기사가 난무하는데? 그렇다면 우리 엄마 또는 시어머니가 남았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일을 하시고(10년 정도 더 일을 하실 계획이고)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지방에 사신다. 엄마가 일을 그만두거나 남자친구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오셔야 하는데 이게 쉽냔 말이다. 된다 하더라도 어른들께 못할 짓이다. 돈 들이고 맘 써가며 대학 보내놓고 결혼시켜놨는데 '이제 손주 좀 키워주세요'라니.



#2. 입시 경쟁, 취업난, 결혼 전쟁을 지나 또 다른 전쟁? "난 자신 없어"


또 다른 문제는 '돈'이다. 지금 일한지 만으로 딱 3년 정도가 됐다. 돈을 열심히 모았다. 인턴기간을 제외하고는 매달 적어도 150만원을 저축했고 추가로 틈틈히 알바도 했다. 대기업도 안다니는 내 월급에 '많이 모았네~'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셈을 해보니 답이 안나온다. 남자친구는 아직 박사과정 중이고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순전히 우리 둘이 모은 돈으로 시작을 해야하는데 구할 수 있는 집이 없다.


사실 아이를 낳지 않고 우리 둘이만 살아간다면 역세권 10평짜리 오피스텔에 살아도 상관이 없다. 굳이 집을 매매해서 한 곳에 묶여있을 필요 없이 가볍게 월세로 살 수도 있을거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 오피스텔에 살 수가 없다. 불안한 월세 생활을 할 수도 없다. 강남 8학군은 못되더라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의 작은 아파트라도 구해야 한다. 우리 둘이 맞벌이를 해야 하니 출퇴근이 가능한 서울 반경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몇 억이 든다. 몇 억이 없으니 대출을 받아야 할거고, 두 사람의 월급을 쪼개 대출 이자와 원금과 생활비와 아이를 맡기는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어림잡아 생각해봐도 이렇게나 살림살이가 팍팍한데 현실이 되면 더하겠지. 입시 경쟁, 취업난, 결혼 전쟁을 지나 또 새로운 전쟁을 시작할 생각을 하니 난 정말 아이를 낳을 자신이 없다.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겪어온 이 모든 것들을 내 아이가 똑같이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해. 이 쯤에서 끝내도 되지 않을까?


육아와 집, 돈. 이 모든 문제를 넘어 우리가 가장 두려운 것은 '과연 이 사회에서 사랑하는 내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한 수많은 과정은 단 하나도 수월한 것이 없다. 적절한 도움을 제공해야하는 사회는 복지는 커녕 최순실 사태와 같은 비극적인 일들로 국민들에게 패배감만을 안겨주고 있다. 그래서 나와 같은 2030의 예비 부모들은 '아이를 낳으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시간에 사회의 몫을 해내야 한다. 출산과 육아가 이렇게 오롯이 부모만의 숙제이기 때문에 이 사회는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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