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이 죽녹원부터 담양 5일장까지
지난 월요일, 10년지기 고등학교 동창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다가 급 결정한 1박 2일 담양여행.
친구도 나도 뜨거운 바다보다는 피톤치드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숲 속 여행을 원했고, 그러면서도 고된 등산은 싫었기에, 담양으로 오게 됐다. 결과는 대만족. 완전 힐링 :)
고속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일반 좌석을 구매했는데 운 좋게도 우등 버스를 탔다. 시작이 좋다.
우리가 머문 과일향펜션. 터미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요청하면 픽업을 나와주신다. 담양이 워낙 작아 그런지 모르겠지만 국수거리와 죽녹원까지는 도보로 이동 가능하고, 메타세쿼이아길 및 메타프로방스까지도 택시로 5분 내에 도착한다. 주인 내외분도 매우 좋으셨고 룸도 굉장히 깨끗했다. 강추!
숙소에서 죽녹원 쪽으로 걸어나오면 '관방제림'이 있고 자전거도 탈 수 있다.
담양에 왔으니 떡갈비가 빠질 수 없지!
초록창에 '담양 떡갈비 맛집'을 검색해보니 엄청나게 다양한 집이 소개되길래 우리는 그냥 가까운데로 갔다. 친구나 나나 엄청난 미식가가 아니므로. 어차피 고기 맛은 거기서 거기라며. 죽녹원 입구에 있는 '죽녹원 식당'. 2만원짜리 늘새봄정식을 2개 주문했다.
찬이 다양하게 많이 나왔다. 보통 식성의 여자 둘이 먹기에 배부르고도 남을 양이다. 다른 반찬 열심히 먹다가 고기를 남길 것 같아 떡갈비를 집중공략했다.
떡갈비 맛은 사실 서울에서 먹던 것과 다르지 않았는데, 다시마쌈은 정말 신의 한수였다. 다시마에 떡갈비와 싱싱한 죽순무침과 특제마늘소스를 얹은 팽이버섯을 싸서 먹으니 "우와 이건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배불러서 다 먹진 못했지만 고소하고 달달했던 대통밥도 굿.
죽녹원식당에서 나오면 바로 옆이 죽녹원 정문이다.
건너편으로는 공원이 있어서 그늘에서 쉬는 주민들과 아이들도 많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는다. 일반 개인은 3천원이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한옥 건물에 카페가 하나 있다. 시원한걸 한잔씩 사서 들고 본격적으로 죽녹원 구경하기.
크흐.. 바로 이거야. 나와 친구가 원하던 딱 그것. 온통 푸른색의 대나무로 뒤덮힌 숲에서 우리는 조용히 걸었다.
우리가 죽녹원에 간 시간은 오후 5시경. 대낮의 직사광선이 없는 시간이어서 그랬는지 더 시원하고 고요했다. 더 깊숙히 들어가 우리 둘 밖에 없는 곳에서는 휴대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걸었다. 스피커를 달아둔 것도 아닌데 멜로디가 꽉차게 울려퍼졌다. 행복 충만한 시간.
이이남 작가의 전시도 진행중이다. 홍보기간에는 무료라고 해서 들어가보니 영상과 그림을 결합한 감각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사진을 찍으면 안될 것 같아 카페 앞에서만 소심하게 한장.
죽녹원에서 나오는 길에 먹은 김순옥댓잎찹쌀도너츠와 댓잎 아이스크림. 둘 중 하나만 먹을거라면 도너츠를 추천한다. 안에 들어간 팥이 달지 않고 바삭바삭 쫄깃쫄깃 맛있다. 아이스크림은 그냥 소프트콘 맛이다. 하하.
여기는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사실 그냥 가로수길인데 사진이 정말 예쁘게 나온다. 연인이 와서 손잡고 걸으면 너무 좋을 것 같은 곳. 연인이 아닌 남녀가 함께 걸으면 없던 감정도 생길 것 같은 곳..?
(입장료가 원래 2천원인데 6시반 이후에는 그냥 들어가는 것 같았다. 꿀팁!)
우리의 여행 목적은 힐링이었기 때문에, 오전 11시까지 충실히 늦잠을 잤다.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와 서둘러 짐을 챙겨 나와보니 글쎄 오늘이 5일장 서는 날이라니! (참고: 2,7일로 끝나는 날에 열린다고 한다)
입구부터 튀김 냄새가 진동하고 오색가지 과일이 눈을 사로잡는다. 그 중에서도 내 눈길을 끈건 투박한 손으로 인절미를 썰어주시는 할머니의 떡 좌판. "이건 사야해!'를 외치며 "인절미 얼마에요?" 여쭈니 2천원에 떡을 이만큼이나 주셨다. 다 담은 떡 위에 콩고물을 넉넉히 더 올려주시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그리고 이거.. 진짜 맛있다.. 쫄깃쫄깃.
5일장을 지나 계속 걸으니 국수거리가 나온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왔다는 옛날진미국수.
개인적으로 비빔보다는 물국수가 맛있다. 그런데 솔직히 직접 찾아가 먹을 맛은 아니니 국수거리 아무데서나 먹어도 될 것 같다.
국수거리 근처에 이렇게 예쁜 카페도 있으니 국수 먹고 아메리카노를 한잔씩 해도 좋을듯!
메타프로방스는 파주 프로방스 마을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아기자기한 집들과 샵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크지 않으니 기대하지는 말 것. 레스토랑과 카페 등은 꽤 있는 편이다. 다만 내가 갔을 때는 분수대 뒤쪽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좀 아쉬웠다.
프로방스 제1주차장 쪽에 있는 카페 소아르. 우리는 이 곳에서 더위를 식혔다. 카페 내부가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직사광선을 피할 곳이 필요하다면 여기로.
프로방스를 끝으로 우리는 소소한 담양 나들이를 마쳤다. 동네가 워낙 작아 도보 또는 자전거로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고, 택시로도 5분 내면 중요한 곳에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차 없이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죽녹원을 포함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관방제림 등 녹음이 우거진 곳이 많아 도시의 놀이터가 뛰어놀기에 답답한 아이들에게도 제격이다.
특히, 나처럼 '무리한 여행은 부담스러운데 서울에 있기는 싫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꼭 1박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기분전환이 될 것 같다.
잘 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