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저녁노을은 어디에도 없다.

슬픔의 마법

by 혜령

아무리 먼 곳을 향해 떠나도 하루의 끝에 피어나는 꽃이 있다.

가끔은 모든 움직임의 마비를 가져올 만큼 감상적이다.

해가 지는 현상은 실로 엄청난 정서의 쓰나미를 몰고 온다. 붉은 바람 속에 끝없이 길어지는 그림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 어디로든 가야 할 것 같은 초조함이 엄습한다. 가슴이 움직이고 눈시울을 붉히는 것은

내내 잊고 있거나 참아 왔던 존재감의 아픔 때문이다.

붉은 바람은 땅 위의 것들만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의 일기들이 부지런히 꺼내오는,

연약한 기억의 향연이 화려한 슬픔으로 짙어진다.

안전한 저녁노을은 어디에도 없다.

위험하고 가득 차 있으며 출렁이는 시간의 석양은,

현실이 아닌 것처럼 우리를 마술에 걸리게 한다.

슬픈 기억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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