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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지붕

인스부르크의 오후

by 혜령


인스브루크 황금지붕이 보이는 시의 첨탑에 올랐다.

575년이라는 세월을 안고 51m의 장신으로 서있다.

도시의 전망대는 좁은 계단이 제맛이다. 피렌체의 두오모나 파리의 개선문 개단에 비하면 그리 힘들지도 않았다.

조금만 높이 올라도 구시가의 전경은 다 발아래로 펼쳐진다. 대성당과 황금지붕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 너머 베르크이젤 스키점프대가 보인다. 황금지붕은 금박지붕을 올린 건물로 티롤의 영주 저택으로 지어졌으나 막스밀리안 1세에 의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발코니 지붕에 금박 기와 2,657개를 얹고, 황제와 여왕등의 부조로 기둥을 장식했다.

인스브루크는 15세기 합스부르크의 막시밀리안 1세가 이곳을 수도로 정하며 번성했다. 결혼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정략결혼의 달인이었다. 그래서인지 황금지붕의 건물에는 결혼식이 열리는 연회홀이 있어 신랑 신부의 모습을 만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인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계단을 오른 보람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묵묵히 오르는 계단을 좋아한다.

시간이 필요할 때, 적당한 고통이 필요할 때, 그리고 결심을 해야 할 때 계단이 안성맞춤이다. 들이쉬고 내쉬며 조금씩 체력을 안배하고 가능한 근육을 긍정적으로 달래며 오른다. 굴곡진 돌계단의 흔적을 보며 돌도 닳아지는데 생각하며 사람의 용기가 낡아지는 것을 위로받는다.

손 때 묻은 벽을 짚으며 그들도 나처럼 숨이 차서 잠깐 쉬었을 것이라 공감한다.

땀에 젖어 얼굴에 붙어버린 머리카락을 살며시 떼어주는 바람이 계단 끝에 마중 나온다. 그러면 되었다. 그래서 되었다. 어두운 계단을 딛고 나와 태양을 마주 보는 것이 눈이 부시고 웃음이 번지는 일이 된다. 누구든 위로가 되고 웃어주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황금지붕 보다 눈부신 사람의 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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