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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호텔
크리스털 월드
by
혜령
Oct 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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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내리는 4월에 이곳 인스브루크에 오고 싶다. 큰 창 앞에 빗물이 고여 돌돌돌 소리를 내며 흐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
다락방 호텔의 전망이 나쁘지 않다. 동화에 나오는 하녀의 방 치고는 무척 안락하고 낭만적이다. 마주 보이는 소소한 가정집의 뜰이 정겹고 저녁에 비치는 텔레비전 불빛도 인간적이다.
아침이면 산에서 시작되는 햇살이 화사하다. 햇살은 나의 귀에 속삭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듯하다. 커피 한잔을 창틀에 두고 멍하니 잠을 깨운다. 커다란 창을 열 때 밀려들어오는 공기의 청량함이 너무 좋다.
푸른 하늘을 흠뻑 머금은 곳곳의 분수대 이름도 다 알아보고 싶다. 태어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선택은 사람에게 열려 있어서 그런 이야기 그런 역사에 끌리고 만다. 다른 삶을 만나는 이 여행이 늘 새 힘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단하고 반짝이며 작고 비싼 것.
크리스털 월드를 가기 위해 시티투어 버스를 탔다.
인스브루크 구시가를 벗어나 30분쯤 달려 한적한 광장을 가진 초록의 분수를 만났다.
오스트리아가 고향인 주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 본사이다.
정원과 박물관, 매장과 어린이 놀이타워등이 갖추어진 테마파크인 것 같다.
세계 유명 예술가들의 크리스털 작품과 거울로 만든 크리스털 돔, 얼음복도 등이 있다.
물론 마지막엔 규모가 큰 매장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로 버스를 놓치기도 한다는 마성의 공간이 있다.
차례차례 전시공간을 가다 보면 눈이 내리는 방이 있다. 한 겨울 작은 숲에 당도한 느낌이 상쾌하다.
눈이 귀한 곳에서 온듯한 아이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설경에 눌러앉아 있었다.
유리구두와 드레스, 조각작품과 명품. 그야말로 꿈속을 흘러 다니다 나온 듯 정신을 차리고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때로는 낮에 꾸는 꿈도 나쁘지 않네.
시간으로 가늠할 수 없는 무엇인가 추억이 되고 , 조금은 내 삶의 색을 흔들어 놓는 즐거움을 주니까.
그렇게 흔들리기도 하면서 잘 살아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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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이런 일이 있어도 좋다. 불현듯 떠나고 조용히 돌아오는 나를 보는 일. 새로운 한살을 시작하기 위해 여행을 하고 일상의 파도를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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