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시대의 아픔은 신작로에 세워진 가로등처럼 우리 등을 비춘다. 희미하거나 깜박이고 있다면 유한한 시간을 열심히 살아낸 흔적이다. 누가 이득을 보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기꺼이 마지막 깜박임을 향해 갈 뿐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을 비웃을 필요는 없다. 오르고 내리다가 결국엔 영점으로 돌아오는 것이 혼자만이 아니다. 앞선 세대의 노고와 희생 또한 그들 스스로를 위한 것이듯 지금의 나의 자리도 내가 선택한 것이다. 닮고 싶지 않아도 철저히 닮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감히 함부로 닮고 싶지 않아 다른 길을 걸었노라 떠들지 말라. 부러우면 부러워하고 욕심나면 그렇다고 인정하면 된다. 그럴 능력은 없지만 또 다른 기쁨을 가지는 삶을 누린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누군가는 그 삶을 부러워하고 그렇게 살고 싶어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그것만으로 가치 있는 영향력이다. 너는 파랑이니 파랑 안에서 나는 붉으니 그 안에서 인정하고 편해지자. 너를 부정해야 내가 행복한 것은 아니니까. 열심히 살 수밖에 없었던 그들을 사랑하자. 나도 같은 길을 비추는 가로등일 테니까. 직면한 시대의 무게는 당사자들만이 아는 것이고 비록 그들이 누추해지고 우리에게 상처를 준 전력이 있다 해도 그렇게 뭉개고 털어내지는 말자. 시간의 다리였고 우리의 땅이었으며 어떻게든 그 모든 것을 이어가려 했으니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다. 우리의 다음 세대가 우리를 배운 데로 본 데로 대하고 처리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