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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

by 혜령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하고 그것을 만나고 누리는 것은 각자의 생각과 의지에 달려있다.

피아니스트의 손끝에서 장대하고 벅차오르는 영혼의 춤은 강하고 예리하게 꽂힌다.

건반에서 투명한 선혈이 흐르고 강을 이루어 가슴으로 달려든다.

작은 흔들림은 거대한 바람을 만들고 기어이 폭풍이 되어 나를 삼킨다.

무중력의 공간으로 나를 보내고 달리는 멜로디를 향해 힘껏 뛰어든다.

한없이 가라앉고 솟구치는 영혼은 문득 오로라가 된 듯 휘황하다.

인간은 무엇이길래 보이지 않는 영혼을 만나게 하고 만질 수 없는 우주를 안겨주는가.

예술의 인간이, 인간의 예술이 또 한 번 건반 위에서 증명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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