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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의 하늘

by 혜령


뚝 떨어져 돌담 위에 앉은 동백이 여전히 붉다.

그 붉음이 무거워 떨어진 것인지 떨어지고 나니 붉음은 미련이 되는 것인지 생각 중이다.

생각 중에 말라서 구멍 난 돌 속으로 스며들 것이고,

돌과 동백과 하늘은 또 긴 시간 비밀을 품고 입을 다물 것이다.

동백이 뚝 뚝 간격을 두고 스미는 땅이 섬이라는 것을 안다.

섬이 이루어 낸 돌과 바람의 시는 동백이 피고 지는 것.

바다를 건너는 꿈을 꾸는 섬은 끝내 그 바다를 건너지 않을 것이다.

한결같이 한 몸으로 눕는 하늘과 바다는 동백의 비밀.

우리도 때로는 말하지 않음으로 단단하고 깊은 소통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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