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는 걸음에서 겨울을 본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고 말을 하려 했으나 그것조차 짐이 되는 길.
키 큰 나무들 사이로 이야기들이 낙엽을 떨구고 나도 눈물을 떨구어야 하나.
모르고 지나온 길이었으나 알았어도 잡았을 손의 온도. 다른 방향을 가진 두 개의 길이 만나는 마지막 날의 계절은 겨울이다.
비가 와도 좋을 날에 조금씩 눈으로 바뀌는 하늘을 맞으며 오래 서 있다.
아프지는 않은데 멍이 들고 눈물은 없는데 앞이 보이지 않는다.
제발 안녕히.
돌아보는 눈과 마주치지 않게 유리문을 돌아 꺾어진 골목.
나는 숨은 것이 아니고 돌아선 것이다.
이렇게 오래 서 있는 것은 버스를 기다리거나 신호등을 기다리는 일과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