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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by 혜령


고흐미술관. 몇 년 전 예약하지 않고 용감하게 갔다가 못 들어간 곳. 기약도 없는 약속을 하고 돌아섰지만 두 달 전 예약까지 야무지게 하고 오늘 드디어 고흐미술관을 들어가게 되었다. 입구부터 엄청난 규모의 기념품매장과 끝없이 줄을 서는 사람들. 예전에 만나지 못한 작품들이 많아 개인적으로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3시간 이상 서있어서 다리는 피곤하지만 마음의 풍요로움은 가득 차고 있었다. 그가 시도하는 스케치와 컬러의 변화과정을 천천히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한두 해의 그림은 강렬하고 선명한 그를 느끼게 해 주었다. 동생테오와의 서신과 조카를 향한 사랑이 빛나는 아몬드꽃의 그림. 나는 아몬드 꽃이 그려진 하늘빛 캔버스가 사랑스럽다. 힘차고 거친 듯 하지만 여리고 고운 그의 사랑이 조카에게 충분히 전해졌을 것이다. 너무 일찍 잃어버린 천재의 운명일까. 그림에서 본 곳으로 난 숲길을 걸어가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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