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집 한 권의 맨 끝에 대나무 마디 같은 집을 짓겠다.
하나의 계절이 인간의 시간을 지나면 무엇으로 마침표를 찍을지 고민이 되는 때가 있다.
닫는 듯 다시 열리고 아픔과 기쁨이 딱지 되어 더 단단해지라고 밟아서 문을 만들겠다.
아니, 그러고 보면 그것이 문이 될 수 없다.
한번 닫히고 나면 죽기 전까지는 열 수가 없으니.
어루만질수록 아픈 마디가 되거나 눈을 감고도 찾을 수 있는 상처가 되려나.
다시 그것은 천정이었다가 바닥이 될 것이며 그래서 더 단단한 상실이 굳어져야 할 것이다.
함부로 서둘 수도 없는 일이고 허투루 막아서는 안될 일이다.
바람과 날씨가 허락하는 시간을 다 보내고서야.
그 시간을 버티며 굵어진 손마디가 되어 사람들의 눈앞에 나타나겠지.
닫힌 시집의 마지막장은 잊힌 듯 영원할 것이고 다음의 첫 장을 열기 위해 가방을 꾸려 떠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