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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소도시 튀빙겐

by 혜령


튀빙겐.

기차역을 나와 공사 중인 도로를 건너 뜨거운 한낮의 마을길을 걸었다. 르막이 시작되기 전의 작은 공원을 지나 물길을 건너면 강을 따라 큰 나무 숲이 길을 내고 사람들은 보트를 타고 물놀이에 한창이다.

구시가 아래로 흐르는 네카어강 중간 섬에 키 큰 나무가 시원한 공원이 있다. 잠시 쉬며 점심을 먹을 마음으로 벤치에 앉았다. 벌들이 나누어 먹자며 달려들어 혼비백산 일어나 나무그늘 속을 걸으며 먹는 빵도 꿀맛이다.

슈토허칸이라는 나무배는 베네치아의 곤돌라와 비슷하지만 더 소박하고 느리다. 그래도 배를 타고 느리게 주변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그림처럼 요요하다. 시인이 살았던 예쁜 건물이 강 위에 비치고 초록의 그늘이 상쾌한 바람을 안겨주는 마을의 입구가 사랑스럽다.

성당으로 오르는 골목길에 달콤한 아이스크림에 심취한 화려한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대학교 기숙사가 가까이 있는 대학도시로서의 활기찬 한 면이 인상적이다. 구시가 광장으로 들어가 땀을 식히며 교회 앞 계단에 앉은 사람들과 무엇이건 열정적인 마을의 어른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토론 중이다.

1943년에 지어졌다는 슈티프트 교회는 기울어진 경사면에 지어져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고성처럼 보인다. 고도가 높아 군사용 망루로 사용되기도 했다. 교회 안은 더 시원하고 아늑하고 고요하다. 소박한 스테인드 글라스의 품위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한적한 골목도 뜨거운 신작로도 튀빙겐의 색깔을 듬뿍 머금고 있다.

와보기를 잘했다.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밀려오고 밀려갈 때 그것을 보고 듣고 말하는 순간이 시간 속에 흩어져 꽃이 된다. 공기 속에 녹아들어 먼 우주가 된다. 밝았던 언덕과 따뜻한 아이들의 눈빛이 어두워지는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진주처럼 영롱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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